시작편
2주 전 설기 3종 원데이 클래스를 듣고 왔어요.
3살, 7개월 두 아기 키우는 중이라 잠깐이라도 집을 비울 생각은 못했었는데 친정어머니께서 도와줄 테니 떡 배워보라고 용기를 주셨어요.
그래서 큰 마음먹고 원데이 클래스 등록했고 그날도 어김없이 아이들 보다가 머리만 대충 감고 후다닥 수업에 갔지요.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꾸며놓으신 떡 공방을 보니 나도 이런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식탁 위에 놓여있는 요리 재료들과 도구들을 보니 너무너무 긴장이
됐어요. 사실.. 저는 음식은 그저 허기를 달래기 위한 것이며 요리는 아이들 밥 준비할 때만 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살고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내가 과연 떡을 만들 수 있을까? 첫째한테는 "엄마가 맛난 떡 만들어올게, 조금만 기다려줘!" 하고 약속했는데 어쩌지.. 이런 걱정이 들었어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맛있게 만들어서 가져가야지요! 그래서 귀 쫑긋 세우고 눈 크게 뜨고 열심히 설명 들으며 힘차게 따라갔어요.
첫 백설기를 만들 때는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더니, 두 번째 꿀설기를 만들 때는 반복되는 과정에 조금 익숙해져서 긴장했던 어깨가 조금은 내려갔지요. 세 번째 흑임자 설기는 선생님께서 하나도 안 도와주시고 하나부터 열까지 혼자 다 했는데 그제야 얼굴에 미소가 생겼어요. 선생님이랑 농담도 하면서 무려 세 시간 반 만에 세 작품을 완성했답니다.
시계를 보니 오후 3시 40분. 첫째가 낮잠에서 일어났을 시간이라 예쁘게 포장해주신 떡을 들고 집으로 달려갔어요.
현관문 열고 들어가니 첫째가 엄마한테 달려와 안겨주네요. 엄마도 우리 아기 많이 보고싶었쪄~
둘째는 할머니품에 안겨 쪽쪽이를 물고는 엄마 보며 씨익 웃어주네요.
곧 저녁식사 시간이라 흑임자 설기 하나만 꺼내서 친정어머니, 남편, 첫째 아드님과 나눠 먹었어요. 첫째가 맛있다고 엄청 잘 먹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니 나중에 꼭 공방을 차리지 못하더라도 아이들과 떡 만들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소중하겠다 싶더라고요.
오후 1시에 집에서 나와 수업받고 집에 오니 오후 4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피곤하더라고요. 그래서 복습은 남편한테 말로 설명해주는 걸로 끝냈고 아이들 밤잠 재울 때 같이 기절해서 잠들었네요.
수업받고 왔으니, 이제 떡 도구를 준비해야겠어요.
어느 사이트가 가장 저렴한지 열심히 검색해보고 올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