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주소방관 Apr 07. 2024

AI시대, 첫째의 우주 소방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엄마의 독서: 일주일에 한 번 1시간 반 책 읽기

두 번째 책을 골랐다.

공부 감각에 관한 내용이다.


제목만 보면, 공부 감각이란 게 10세 이전에 완성된 된다고 하니 지금 5살과 3살을 키우는 나에게 꼭 필요한 지식으로 보였다.


24년 03월 29일 독서 시작.


일주일도 안 돼서 책의 50프로 정도를 읽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다음 줄, 다음 단락, 다음 챕터의 내용들이 궁금해져서 속도가 빨라졌던 것 같다.


빨간펜으로 밑줄 쫙쫙 그었을 만큼 잊지 못할 문장이 네 군데 있었다.


1. "학습 감각은 학원에서 기를 수 없다. 아이의 삶 속에서, 집에서 엄마 아빠와의 끊임없는 소통에서, 세상을 향한 탐구심 속에서 키워나가야 한다. “ -29쪽

: 학습 감각은 학원에서 기를 수 없다는 말에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엄마는 육아 때문에 힘들다는 핑계로, 혹은 엄마보다는 선생님이 더 나은 학습을 해줄 거라는 기대로 학원 하나를 계속 이어갈까 그만둘까 고민을 많이 하던 차였다. 아이를 위한 선택이라고 믿었지만 이는 되려 엄마의 편안함을 위한 선택이었으며 아이의 학습 감각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고민 중이었던 그 학원은 그만두면 된다. 하지만 그다음이 문제다. 부모와 끊임없는 소통.  세상을 향한 탐구심. 몇 글자 안되지만 어려운 숙제다. 이 문장만 몇 번을 반복해서 읽었는지 모른다.

어떻게 하면 아이와 소통을 더 잘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아이의 탐구심을 더 키워줄 수 있는지 고민의 고민을 하다가 문뜩 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 부모 중에 아이를 위해 이렇게 노력하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분명 더 나은 부모가 되기 위해 책을 읽었는데 머리만 더 복잡해지고 할 일만 더 늘어난 것 같다. 차라리 읽지 않았다면 몰랐을 텐데. 만약 모른 채 지나간다면 나 또한 학원만 열심히 보내는 부모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엄마가 될지 모른다. 그런 엄마가 되기 싫어서 책을 읽고 있긴 하다.


2. "앞으로는 AI가 올바른 답을 도출하도록 올바른 질문을 할 수 있는 인재들이 큰 기회를 잡을 것이다. 부모는 아이가 멈춰서 무언가를 관찰할 때 관찰한 것에 대해 상상하고 질문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34쪽

: 첫째가 언젠가부터 "나는 ______가 될 거야"라고 표현해 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볍게 들었는데 여러 번 듣다 보니 '우리 아이들은 나중에 어떤 어른이 되려나' 궁금해졌다. 동시에 20년 후엔 어떤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날지, 아이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되는지 부모로서 방향을 잡아주고 싶었다. 그러던 중 이 문장에서 답을 얻었다. 똑똑한 AI에게 올바른 답을 도출하도록 올바른 질문을 할 수 있는 인재. 의사도, 변호사도, 선생님도 아니다. 어쩌면 첫째가 말했던 '우주 소방관'이 더 그럴싸하다. 첫째의 꿈을 위해 엄마는 아이가 멈춰서 무언가를 관찰할 때 관찰한 것에 대해 상상하고 질문할 때까지 인내심으로 기다려야겠다. 시간 없다고 그만 가자고 끌고 가는 게 아니라 기다려야 한다. 쪼그려 앉아서 꽃을 보거나, 지나가는 개미를 보거나 할 때도 엄마는 차분히 시계보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 정말 어렵겠지만 해보자. 하다 보면 부처님 같은 엄마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3. "아이들과 같이 책을 읽을 때는 함께 책 구석구석을 찬찬히 살펴보자. 무슨 그림이 있는지, 누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페이지 구석에 뭐가 숨어 있는지 말이다. “ -58쪽

: 저자가 나를 어디선가 보고 있는 줄 알았다. 어제 첫째, 둘째랑 같이 책을 읽었는데 둘째가 질문을 너무 많이 해서 첫째에게 책을 읽어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둘째한테 그만 조용히 하라고 하면서 대충 질문에 대한 답을 해줬다. 이 문장을 읽고는 전날의 내 행동이 너무나 부끄러웠고 둘째에게는 너무 미안했다. 부족한 엄마라서 빛나는 보석을 멋진 돌이라고만 생각했다. 다시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책을 찬찬히 살펴보며 많은 대화를 나눌 것이다.   


4. "미래에는 AI가 문법을 쉽게 교정해 줄 것이다. 하지만 상상력만은 아이의 것이 될 수 있다. 한국어든 영어든 부모는 아이가 언어를 통해 생각과 감정을 마음껏 표현할 기회를 충분히 마련해주어야 한다. “ -96쪽

: 96쪽까지 읽으면서 채찍만 받다가 당근을 받은 순간! 이 문장이 나에게 자녀를 옳은 방향으로 잘 키우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첫째가 한국어든 영어든 아무렇게나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문법, 구조, 단어 모두 맞지 않지만 자유롭게 말하는 그 언어마저 아이의 상상력이라고 생각해서 가끔은 반응을 하고,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게 해 준다. 그리고 미술을 전공했던 엄마라 그런지  아이의 상상력을 언어뿐만 아니라 손으로 만들어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점점 작품들이 커지고 정교해지는 것을 보면 상상력도 자라고 있는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이 문장들을 실천하려고 계속 되새기면서 지내는 중이다. 엄마는 그냥 그런 어른이 되었지만 우리 아가들은 생각이 깊고 상상력이 풍부하며 능숙한 언어구사력을 가진 어른이 되길 엄마 혼자 내심 기원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첫째가 둘째에게 책을 읽어주는 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