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도 안 아픈데 암이라니요

첫 번째 투병일기

by 구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알람 소리에 일어나 출근을 했다.

사무실에서 잠시 일을 처리하던 중 전화가 울렸다.

이틀 전 종합건진을 했던 병원의 번호였다.

'무슨 일이지?'

대수롭지 않게 받은 전화.

수화기 너머에서는 매우 조심스럽고 또 걱정 가득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안녕하세요. 구름님. 엊그제 검사 결과 백혈구와 혈소판 수치가 너무 높으셔서요. 만성골수성백혈병이 의심되어 지금 바로 3차 병원으로 가셔야 할 거 같아요. 바로 메일로 진료의뢰서 보내드릴게요.


최근 몇 년간 계속해서 하나씩 이상 수치가 떴었고 추가 진료를 보면 항상 아무 이상이 없었다.

"피검사에 오차가 있거나, 다시 검사했을 때 아닐 수도 있나요?"

수화기 너머 간호사는 말을 흐렸다.

'아니구나. 이건 아닐 확률이 없구나.'

진료의뢰서 메일을 기다리는 동안 폭풍 검색에 들어갔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의 증상들.

분명 나는 아무 증상이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마치 심리테스트 결과에 나를 끼워 맞추듯 이게 증상이었나? 싶은 것들이 떠올랐다.


1. 체중감소

365일 다이어터. BMI 20. 모태마름은 아니지만 날씬은 한 거 같은. 40대 여자로서는 드물게 복근의 소유자. 두 달 전 1킬로 정도 늘어서 다시 1킬로 뺐는데, 내가 뺀 게 아니고 빠진 건가?

이게 증상이었나?


2. 식욕부진

최근 1년 정도 딱히 먹고 싶은 음식은 없고 허기를 면하기 위해서, 그래도 그나마 당기는 걸로 먹어 왔는데. 이제 늙어서 먹고 싶은 거도 없나 보다 했는데.

이게 증상이었나?


3. 피로

하루에 운동 2시간씩, 약속이 없으면 주 6회. 하고 나면 개운하지만 아침엔 일어나기 힘든 피곤함. 잠을 잘 못 자다 보니 항상 따라다니는 낮동안의 졸림. 최근에는 식곤증이 심해져 혈당스파이크를 의심했던 차였다.

이게 증상이었나?


오만 생각들을 떨치고 진료의뢰서를 출력해 부랴부랴 사무실을 나섰다.


누군가는 늦은 출근을 하는 아침.

모두의 이상한 눈초리를 받으며 나는 퇴근을 했다.

내일이면 다시 출근을 할 수 있을 줄 알고.

아무 정리도 하지 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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