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이 글은 리얼치킨보이 @RealChickenBoy9, “2026 JPMHC 심층 분석”을 바탕으로, 브런치용 칼럼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참고 맥락: 제44회 J.P. Morgan Healthcare Conference(JPMHC) 는 2026년 1월 12–15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립니다.
2026 JPMHC: K-바이오의 ‘상업화’가 투자 논리를 다시 쓴다
JPMHC는 늘 ‘이야기’가 많이 쏟아지는 자리였습니다. 그러나 2026년의 공기는 조금 다릅니다. 시장이 정말로 알고 싶은 것은 더 이상 “가능성”이 아니라, 가능성이 ‘현금흐름’으로 번역되는 순간입니다.
한국 바이오에 대한 시선도 같은 축으로 이동했습니다. “기술이 좋은가?”에서 “그 기술이 계약이 되었는가?”로, 다시 “그 계약이 매출과 마진으로 이어지는가?”로. 말하자면, 2026년의 핵심 키워드는 ‘혁신’보다 상업화의 증명입니다.
이번 JPMHC를 관통하는 질문은 이렇게 정리됩니다.
글로벌 빅파마는 왜, 어떤 조건에서, 한국 기업을 ‘선택’하는가.
그리고 그 선택은 어떤 방식으로 ‘리레이팅(Re-rating)’을 만들어내는가.
1) “규모”는 더 이상 둔한 자산이 아니다: 생산·공급망이 곧 밸류에이션이 되는 시기
K-바이오를 바라보는 전통적 프레임은 “연구개발 → 임상 → 승인”이었습니다. 그러나 2026년에는 그 앞에 한 줄이 더 붙습니다.
“지정학 → 공급망 → 생산거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GSK의 미국 메릴랜드(록빌) 생산시설을 인수해 첫 미국 생산기지를 확보한 건, 이 변화가 숫자로 찍히는 장면에 가깝습니다. 이 딜은 단순한 캐파 증설이 아니라, 미국 내 고객을 상대할 때 ‘마지막에 남는 질문’—공급망 리스크—를 줄이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제도라는 바람도 겹칩니다. 2025년 12월 BIOSECURE Act가 법제화되면서, 미국 정부 조달·지원금 등에서 ‘바이오 공급망’의 긴장도가 올라갔습니다. 다만 개정된 법은 과거 초안과 달리 특정 기업을 명시하지 않으며, 언론에서 자주 거론된 기업(예: 우시 계열)이 즉시 자동으로 제한 대상이 되는 구조는 아니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즉, 시장은 “중국 의존을 줄여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베팅하지만, 그 수혜가 누구에게 얼마나 빨리 갈지는 계약과 전환 속도로 판가름납니다.
JPMHC에서의 관전 포인트는 하나입니다.
‘미국 거점’이 홍보 문구를 넘어, 수주 경쟁력(리드타임·원가·규제 대응) 으로 환산되는 구체적 로드맵이 제시되는가.
2) 셀트리온의 시험대: “PBM 등재”는 시작이고, “처방 곡선”이 본문이다
셀트리온은 지금, 합병 이후 ‘통합 셀트리온’의 첫 성적표를 받는 국면에 있습니다. 미국 시장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런칭’이 아니라 침투율입니다.
짐펜트라(램시마SC 미국 제품명)는 PBM 포뮬러리 등재를 꾸준히 확대해 왔고, 회사 공지에서도 PBM 커버리지 확대를 강조합니다.
하지만 투자자에게 더 결정적인 질문은 다음입니다.
등재가 처방으로 전환되는 속도는 어느 구간에 들어섰는가?
Gross-to-net(리베이트/할인) 구조는 어떻게 안정화되는가?
경쟁 약물·대체재 대비 ‘유지되는 경제성’은 무엇인가?
2026년은 “좋은 뉴스의 축적”보다, 처방 데이터가 스스로 말하는 해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또 하나. 초안에서 언급된 셀트리온의 CDMO 확장 축은 ‘새 먹거리’라기보다, 시장이 K-바이오에 요구하는 또 다른 조건—생산/공급의 확실성—과 닿아 있습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Celltrion BioSolutions를 CDMO 축으로 삼는 구상도 언급됩니다.
JPMHC에서 이 축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진출” 선언이 아니라, 수주 파이프라인·고객군·수익성 구조가 제시되어야 합니다.
3) 플랫폼 기업의 리레이팅 조건: “계약” 다음은 “로열티의 시간표”
플랫폼 비즈니스의 본질은 단순합니다.
임상 성공을 ‘내 회사’가 홀로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 대신, 성공의 과실이 로열티로 들어오는 구조를 만든다는 것.
알테오젠은 이 구조의 가장 교과서적인 사례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Merck(미국/캐나다는 Merck, 그 외 MSD)의 키트루다 SC(피하주사) 관련 계약 변경 및 ‘독점’ 범위 확대가 공시·보도로 반복 확인되었고, 2025년에는 키트루다 SC가 승인·출시 일정으로 구체화되며 시장의 시간표도 선명해졌습니다
여기서 투자 포인트는 “키트루다 SC가 된다/안 된다”가 아닙니다.
그 다음 단계인,
로열티 인식 시점
판매 확산 속도
분쟁(예: 효소/제형 관련 특허 이슈)이 상업화에 미치는 변수
이 세 가지가 결국 리레이팅의 크기를 결정합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디앤디파마텍의 ‘오랄(경구) 비만치료제’ 플랫폼은 단순히 “국내 기업의 도전”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이 실제로 경구 옵션을 얼마나 진지하게 ‘확장축’으로 보는지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D&D의 후보물질이 미국 파트너(메트세라)로 이전된 이력은 보도로 확인됩니다.
플랫폼 투자에서 중요한 건 “경구가 뜬다”는 문장이 아니라, 흡수율·안전성·지속 투여 가능성 같은 임상 지표가 “복제 가능한 플랫폼”으로 읽히는가입니다.
4) ADC·이중항체: ‘기술’보다 ‘파트너의 자본배분’이 더 솔직하다
ADC와 이중항체는 늘 화려합니다. 하지만 화려한 기술은 많고, 끝까지 남는 것은 드뭅니다. 그래서 이 영역에서는 특히 파트너의 선택이 중요해집니다.
리가켐바이오(레고켐바이오)의 Trop2 ADC(LCB84)가 J&J 계열(얀센)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사실은 공식 발표로 확인됩니다. 이런 딜이 주는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기술이 있다”가 아니라, 빅파마가 내부 우선순위 테이블에 올렸다는 신호입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BBB 셔틀’과 항암 이중항체 축을 함께 보여주는 회사로 알려져 있고, ABL301의 플랫폼(Grabody-B) 개요와 임상 진행 업데이트는 회사 공지로도 확인됩니다.
또한 ABL001(담도암) 관련 글로벌 임상은 파트너사(Compass Therapeutics) 업데이트를 통해 일정·데이터 공개 계획이 언급됩니다.
JPMHC에서 시장이 듣고 싶어 하는 것은 “우리는 파이프라인이 많다”가 아닙니다.
어떤 적응증에서, 어떤 비교우위로, 어떤 임상 지점에서 “다음 의사결정(옵션 행사, 공동개발 확대, 적응증 확장)”이 일어날지 그 결정의 촉발 조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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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2026년 투자자의 체크리스트: “데이터-파트너십-현금흐름” 삼각형
정리하면, 2026년 K-바이오의 리레이팅은 대체로 세 갈래에서 발생합니다.
생산/상업화의 가시성: 미국 거점, 공급망, 수주 전환
플랫폼의 수익화: 로열티의 시간표와 확산 속도
혁신 파이프라인의 ‘선택’: 빅파마의 자본배분이 찍히는 딜과 데이터
이제 개인 투자자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종목”이 아니라, 더 적은 질문입니다.
JPMHC를 볼 때 아래 질문만 붙잡아도, 대부분의 소음이 걸러집니다.
이번 발표가 매출/마진으로 연결되는 경로를 제시하는가?
그 경로의 병목은 무엇이며(규제, 생산, 급여, 경쟁), 해결 일정은 있는가?
파트너가 실제로 돈과 시간을 더 넣을 근거를 무엇으로 설명하는가?
맺으며: ‘상업화’는 감정이 아니라, 숫자의 문법이다
K-바이오가 오랫동안 받아온 질문은 “가능하냐”였습니다.
2026년의 질문은 바뀝니다.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크게, 얼마나 반복 가능하게 수익으로 전환되느냐.”
그리고 이 질문에 답하는 방식은 늘 같습니다.
컨퍼런스의 문장보다, 계약의 조항이 더 중요하고,
슬로건보다 처방 곡선이 더 솔직하며,기대보다 마진이 더 냉정합니다.
JPMHC 2026은 그 냉정함이, 오히려 한국 기업들에 유리하게 작동할 수 있는 구간인지 확인하는 자리입니다.
‘기술의 참신함’이 아니라 ‘상업화의 증명’으로 평가받는 시장—그 시장이 열릴 때, 리레이팅은 뉴스가 아니라 데이터에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