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대상: 유튜브 삼프로TV 3PROTV 「1월은 승부의 시간! 지금은 기다릴 때가 아니다|KB증권 이은택 자산배분전략 이사」 (유튜브)
영상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AhMsUtPJW6M
어떤 날은 지수가 오르는 속도가 감정의 속도를 앞질러 갑니다. 영상 속 진행자는 “코스피가 하루에 150포인트 가까이 오르며 4,500선에 다가섰다”고 말합니다. 숫자 자체보다 더 중요한 건 그 뒤에 붙는 문장입니다. “불이 붙은 것 같다.” 그리고 곧바로 따라오는 두려움, “이렇게 서둘러 올라갔을 경우에 버틸 수 있을까.”
강세장에서는 낙관과 불안이 늘 한 쌍으로 움직입니다. 계좌는 불어나는데 마음이 편치 않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좋은 뉴스’가 더 이상 좋은 뉴스가 아닐 때가 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전환점은 대개 기업 실적표가 아니라 중앙은행의 문장 한 줄에서 시작됩니다.
이은택 이사가 던진 핵심 문장은 그래서 오래 남습니다.
“강세장에서는 펀더멘털보다 통화정책의 영향력이 더 커진다.”
이 말은 ‘실적이 중요하지 않다’가 아닙니다.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강세장에선 실적이 좋다는 사실이 이미 *디폴트(기본값)*가 됩니다. 기본값이 되는 순간, 시장을 흔드는 변수는 따로 남습니다. “그럼 뭐만 남습니까? 통화정책만 남는 거예요.”
강세장은 흔히 ‘좋은 기업이 이기는 장’으로 설명됩니다. 개별 종목 선택의 측면에선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시장 전체가 어디로 가는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이은택 이사는 강세장에서 통화정책이 더 중요해지는 이유를 두 겹으로 설명합니다.
기업이익은 강세장에선 크게 흔들리지 않는 상수처럼 움직이고
경제가 너무 좋아지면 중앙은행은 다시 긴축을 고민하게 되며, 그 ‘긴축의 뉘앙스’가 시장에는 중단기 충격이 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투자자가 기억해야 할 문장이 하나 더 나옵니다. 많은 사람이 “금리 인하 = 유동성 = 상승”이라는 공식으로 시장을 단순화합니다. 그런데 그는 그 단순화를 정면으로 부정합니다.
“유동성이 풀리는 게 아니고 위험선호도가 살아나는 게 정확한 표현이에요.”
이 대목은 투자자에게 아주 현실적인 조언이 됩니다. 강세장에서의 상승은 ‘돈이 어디서 갑자기 더 생겨서’라기보다, 사람들이 위험을 감수해도 된다고 믿는 속도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시장은 데이터보다 컨센서스 대비 서프라이즈에 반응합니다. “절대적으로 낮냐 높냐”보다 “예상보다 어떻게 나왔냐”가 중요하다는 말이 같은 맥락입니다
영상의 큰 흐름은 분명합니다. “1분기는 괜찮아 보이지만 2분기는 녹록지 않다. 그래서 연초부터 수익을 빨리 챙기는 게 낫다”는 전략 제안이죠. 그리고 그 논리는 결국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강세장 조정은 ‘나쁜 실적’이 아니라 ‘완화의 끝’에서 나온다.
그는 과거 강한 강세장에서도 연간 두 번(상·하반기 한 번씩) 10% 이상의 조정이 나타났고, 그 배경엔 대체로 금리 인하 사이클의 종료 혹은 긴축 시그널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더 노골적으로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동결만 해도 9~10% 밀렸는데, ‘인하 사이클 끝’이라고 말하면 조정이 더 크게 나올 수 있다”.
여기서 투자자가 읽어야 할 것은 ‘몇 월에 꼭 조정’ 같은 점술이 아닙니다. 진짜 질문은 이것입니다.
시장은 언제 “더는 완화가 늘어나지 않는다”고 믿기 시작하는가?
그 순간이 강세장의 균열입니다.
영상에서는 11월 CPI가 헤드라인 2.7%, 코어 2.6%로 예상보다 낮게 나왔다는 언급이 나옵니다. 여기서 핵심은 숫자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괜히 걱정했네”라는 심리 전환입니다. 위험선호도가 살아나는 순간이죠.
게다가 그는 물가를 세 덩어리로 보고(유가/주거비/나머지), 단기적으로는 유가 하향, 주거비 하향(후행), 나머지 지표도 급등 징후는 제한적이라는 흐름을 근거로 “봄까지는 물가가 안정적으로 나올 가능성”을 말합니다. 이 구간에서는 통화정책 기대가 더 비둘기 쪽으로 기울고, 그 기대가 자산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강세장은 늘 ‘좋은 연료’만 태우지 않습니다. 연료가 바뀌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 변곡을 설명하는 장면이 바로 관세–물가–마진–고용의 연결고리입니다.
시장에는 “관세 → 가격 전가 → 인플레”라는 도식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가격 전가가 어려운 환경이었고, 그래서 인플레가 올라가지 않는 대신 기업 마진이 압착됐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마진이 눌리면 기업은 결국 투자·고용·비용을 줄여 방어하게 됩니다.
이 논리는 ‘요즘 미국이 이상하다’는 현상을 해석하는 열쇠로 이어집니다.
“고용도 적고 해고도 적다”—지난 수십 년의 패턴에서 보기 드문 모습이라는 지적이죠. 그는 이를 “마진 압착을 피하기 위한 고용 축소”로 설명합니다. 게다가 ‘사람은 안 뽑는데 일은 많아서 잔업이 늘어난다’는 그림까지 덧붙입니다.
이 대목이 중요한 이유는 하나입니다. 물가가 잠잠하다고 해서, 비용 압력이 사라진 것이 아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격 전가가 막힌 기간에는 물가 대신 마진이 맞습니다. 그런데 언젠가 가격 전가가 가능해지는 순간—즉 기업이 다시 ‘가격 결정권’을 되찾는 순간—그때 물가가 뒤늦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강세장 후반부의 불편함이 여기서 태어납니다.
이은택 이사는 반도체 사이클을 자신이 “궁합이 잘 맞는 섹터”라고 표현하며, 9월 이후의 급등을 리스타킹 사이클로 설명합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다음 국면으로 과잉발주(재고 확보 경쟁)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과잉발주는 한마디로 ‘보험을 여러 장 드는 주문’입니다. 한 군데만 넣어도 될 발주를 두세 배로 쪼개 여러 곳에 깔아두는 식이죠. 2021년 팬데믹 시기에 물류 병목과 쇼핑 시즌 공포가 이런 경쟁을 만들었다는 설명도 덧붙입니다.
다만 그는 과잉발주가 자동으로 생기진 않는다고도 말합니다. 조건이 필요하고, 그 조건 중 하나로 독점 구조(예: 엔비디아 중심)를 언급합니다. 독점이면 “어차피 생산하면 다 나한테 오는데 재고를 쌓을 필요가 없다”는 논리죠. 반대로 경쟁이 본격화되면, 그때부터 재고 확보 경쟁이 붙고 과잉발주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 이야기가 투자자에게 주는 메시지는 선명합니다.
반도체의 추세가 이어질 수는 있지만, ‘좋은 추세의 말미’는 대개 변동성이 더 커진다.
과잉발주는 상승을 가속하지만, 꺼질 때도 가파르기 때문입니다.
영상에서 제시된 실전 조언은 단순합니다.
1분기 환경이 상대적으로 낫다고 보되
“빨리빨리 수익을 챙겨 먹는 게” 유리할 수 있다는 것
이 조언을 브런치 독자의 언어로 다시 정리하면, 저는 이렇게 번역하고 싶습니다.
상승장에서 목표는 ‘최고점 맞히기’가 아니라 평균 이상의 의사결정입니다.
상승이 빠를수록, 현금 비중은 수익의 부산물로 자연스럽게 늘려두는 게 좋습니다.
“완화가 더 늘어날지”가 아니라 “완화가 멈춘다는 신호가 언제 나오는지”를 관찰하십시오.
그는 마지막에 이렇게 정리합니다. “두 가지만 보면 된다. 물가 뉴스, (AI/ASIC 등) 과잉발주 신호 뉴스”.
여기에 저는 ‘문장’을 하나 더 보태고 싶습니다. 연준이 ‘확신’이라는 단어를 쓰는지입니다. 컨센서스가 바뀌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유동성은 측정도 정의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시장은 사실상 ‘분위기’를 봅니다.
물가가 컨센서스보다 낮게 나오면 “괜찮네”가 되고, 그 감정이 매수를 부릅니다.
반대로 물가가 컨센서스보다 높아지는 순간, 같은 강세장이라도 시장은 ‘이제 그만’이라는 표정으로 돌아섭니다.
우리는 늘 상승의 끝을 묻습니다. “5천이냐 6천이냐.”
하지만 진짜 어려운 질문은 따로 있습니다. “내가 가진 수익을 어떤 규칙으로 지킬 것인가.”
강세장에서 펀더멘털은 등 뒤에 서서 우리를 밀어줍니다. 그러나 통화정책의 뉘앙스는 어느 날 갑자기 앞에서 길을 막습니다. 그때 필요한 것은 예언이 아니라, 미리 적어둔 원칙입니다.
지금 같은 장에서는 특히 그렇습니다.
낙관은 빠르게 전염되지만, 긴축의 시그널은 더 빠르게 가격에 반영됩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아는 투자자는, 상승장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을 알고 있습니다.
기다림이 아니라, 정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