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플(XRP)·솔라나(SOL)·트론(TRX)·이더리움(ETH)을 같은 지도에 올려놓는 법
Editor’s Note
이 글은 유튜브 영상 「Ripple Disappears?! Altcoin Conquest | Ahn Yu-hwa’s …」(영상 ID: kCw5QE2eSW0)의 문제의식—“스테이블코인이 커지면 리플은 대체되는가?”—를 바탕으로, 알트코인의 ‘네트워크 가치’를 판별하는 프레임으로 재구성한 칼럼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Cw5QE2eSW0
많은 개인 투자자가 코인을 “종목”으로 봅니다.
하지만 시장이 한 번 성숙하면, 코인은 결국 “네트워크 위를 흐르는 돈의 교통량”으로 평가받습니다. 가격은 이야기로 오르내리지만, 가치는 습관처럼 쌓이는 사용량에서 생깁니다.
영상은 이 지점을 정확히 짚습니다. 코인의 가치는 코인 자체가 아니라 그 코인이 ‘필요해지는 순간’—결제, 정산, 담보, 송금, 거래—에서 만들어진다고요.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이 결제의 표준이 되면, 리플(XRP)은 정말 ‘필요 없는 코인’이 될까?
이 질문은 XRP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솔라나·트론·이더리움도 같은 질문을 받습니다.
왜냐하면 스테이블코인은, 지금 암호자산 시장에서 가장 실제적인 수요(현금 수요)를 흡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의 본질은 단순합니다.
가격을 움직이지 않게 만든 토큰입니다. (대개 달러와 1:1 상환을 약속합니다.)
그래서 스테이블코인이 커진다는 말은, 감정적으로는 “코인 시장이 커진다”지만, 구조적으로는 ‘온체인 달러’가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2026년 1월 초 기준,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총액은 약 3,072억 달러, 그중 USDT 비중이 약 60%로 집계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두 가지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수익을 주기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가치가 “안정”되도록 설계된 상품이니까요.)
대신 스테이블코인은 **거래·정산·송금의 ‘기본 단위’**가 됩니다.
즉 “스테이블코인 vs 알트코인”의 싸움이 아니라, 실제 싸움은 이겁니다.
스테이블코인이 선택하는 ‘고속도로(체인)’는 어디인가?
그리고 그 고속도로의 통행료(수수료)는 누가 가져가는가?
영상이 강조하는 구분—코인(자체 메인넷) vs 토큰(타 체인 위 발행), 그리고 탈중앙화 vs 발행주체 존재—는 투자 판단의 출발점으로 유효합니다.
특히 결제/송금에서 이 차이가 크게 드러납니다.
스테이블코인(USDT·USDC 등)은 발행사가 있고, 규제 준수·블랙리스트·동결 가능성이 설계에 포함됩니다.
반면 퍼블릭 체인의 네이티브 코인(XRP·ETH·SOL·TRX 등)은, 프로토콜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검열 저항성이 크고(완벽하진 않지만), 가격 변동성을 감수하는 대신 네트워크 보안과 수수료 지불 수요를 얻습니다.
그리고 2025년 이후 이 분업을 더 선명하게 만드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GENIUS Act를 2025년 7월 18일 법제화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미국 입장에서는 달러의 디지털 유통망을 확장하는 정책이기도 합니다(준비자산·공시·라이선스 등).
결론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이 커질수록 시장은 이렇게 나뉩니다.
규제 친화적 결제 단위(스테이블코인)
그 결제 단위가 달리는 결제 레일(체인/네트워크)
투자자는 여기서 레일의 가치를 봐야 합니다.
영상은 “스테이블코인이 커지면 XRP가 대체되나?”를 묻고, 리플이 자체 달러 스테이블코인 RLUSD로 대응했다고 설명합니다. 이 대목은 사실관계로도 확인됩니다. RLUSD는 2024년 12월 NYDFS 승인 이슈가 있었고, 12월 17일 글로벌 출시가 공식 발표되었습니다.
이 대응은 “XRP가 끝났다”가 아니라, 리플이 시장의 질문을 이렇게 바꿨다는 뜻입니다.
“결제 단위는 스테이블코인이 가져가도 좋다.
대신 우리는 결제 레일과 정산 인프라를 가져가겠다.”
실제로 리플은 2025년 7월 미국 내셔널 뱅크 차터를 신청하며 제도권 결제 인프라로 더 깊숙이 들어가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다만 투자 관점에서 냉정해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네트워크 사용이 곧 토큰 수요로 직결되느냐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영상에서도 언급되듯, 금융기관이 리플넷(메시징/네트워크)을 쓰더라도 항상 XRP를 브릿지 자산으로 쓰는 것은 아닙니다. 이 간극이 XRP 투자자의 가장 어려운 지점입니다.
그래서 XRP는 이렇게 보면 현실적입니다.
성장 옵션(업사이드): “브릿지 자산/정산 자산” 역할이 확장될 경우
핵심 리스크: “사용은 늘었는데 XRP 수요는 제한되는” 구조가 고착될 경우
트론은 투자자들이 종종 과소평가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서사가 덜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네트워크 가치 관점에선, 트론은 지금 스테이블코인 유통의 핵심 레일 중 하나로 평가됩니다.
2025년 6월 기준, 트론은 USDT 유통량이 800억 달러를 상회했다는 보고가 나왔습니다.
(최근 리서치 요약에 따르면) 트론의 USDT 전송량이 2025년 한 해에 매우 큰 규모로 집계되었다는 자료들도 이어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트론이 좋은가 나쁜가”가 아니라, 질문을 바꾸는 겁니다.
스테이블코인이 가장 많이 달리는 고속도로에, 통행료는 어떻게 쌓이는가?
그리고 그 통행료가 TRX의 가치로 얼마나 연결되는가?
트론은 이 질문에서 유리한 출발점이 있지만, 동시에 정책/규제 리스크와 거버넌스 집중도라는 할인율도 함께 적용됩니다. 레일이 강할수록, 국가와 규제는 더 가까이 다가옵니다.
이더리움은 오래된 장점이 있습니다.
“가장 많은 금융 실험이 먼저 일어나는 곳”이라는 점입니다. 스테이블코인, 디파이, RWA(실물자산 토큰화) 같은 흐름이 쌓이면서, 이더리움은 단순한 코인이 아니라 디지털 금융의 기본 정산층에 가까워졌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의 성장 자체도, 결국 “어디에서 더 많이, 더 안전하게, 더 넓은 생태계로 쓰이느냐”의 싸움이고, 이 경쟁에서 이더리움은 (수수료가 비싸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신뢰와 호환성이라는 강한 무기를 쥡니다.
투자 프레임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ETH는 “결제 코인”이라기보다 정산 담보(스테이킹/보안) + 생태계의 기축 수수료 성격이 강합니다.
스테이블코인이 커질수록, 이더리움은 “대체”가 아니라 더 많은 금융 활동의 결산서를 쥘 가능성이 큽니다.
솔라나는 한 문장으로 정의하면 이렇습니다.
속도와 비용을 사용자 경험으로 바꾸려는 체인
결제/송금은 “빠르고 싸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사람들이 쓰려면 지갑, 앱, UX, 온보딩이 필요합니다. 솔라나는 이 지점에서 강점을 구축해왔고, 그 결과 스테이블코인 또한 “결제 단위”로만이 아니라, 앱 생태계 안에서 소비되는 돈으로 자리 잡을 여지가 큽니다.
다만 솔라나는 투자자에게 늘 같은 질문을 남깁니다.
높은 처리량이 안정성·지속성·거버넌스와 함께 갈 수 있는가?
“기술 우위”가 아니라 “습관의 우위(사용자 락인)”로 바뀌고 있는가?
이쯤에서, 영상의 질문(“리플이 대체되나?”)은 더 큰 질문으로 확장됩니다.
스테이블코인이 커질수록 승자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회사’가 아니라
스테이블코인이 달릴 수밖에 없는 레일을 제공하는 네트워크일 가능성이 크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그 레일의 가치가 토큰에 반영되려면, 최소한 아래를 확인해야 합니다.
수수료가 토큰에 귀속되는 구조인가? (소각/스테이킹/배분)
인플레이션이 수수료 수익을 희석하지 않는가?
규제 리스크가 네트워크의 유통을 차단할 가능성은 없는가?
마지막으로, “리플·솔라나·트론·이더리움 중 무엇을 사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제가 드릴 수 있는 가장 정직한 답은 이것입니다.
‘종목 추천’이 아니라 ‘판별 기준’을 먼저 가지십시오.
스테이블코인 공급(issuance)이 늘어나는 체인인가?
전송량(transfer volume)이 꾸준히 증가하는가?
수수료(실질 매출)가 발생하고, 토큰에 연결되는가?
개발자/기업이 선택하는 표준인가?
규제의 바깥(자유)과 안(제도권)을 모두 다룰 수 있는가?
그리고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이렇게 자리 잡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스테이블코인 = 투자자산이 아니라 현금성 자산(대기 자금)
레일 토큰(ETH/SOL/TRX/XRP 등) = 네트워크 성장에 베팅하는 위험자산
이 구분이 서면, 시장의 소음이 확 줄어듭니다.
“누가 뭐라더라”가 아니라, 내가 보는 지표가 말해주는 흐름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