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을 묻기 전에, 우리는 무엇이 ‘병목’인지부터 봐야

by 쩨다이

Editor’s Note
분석 대상 영상: 삼프로TV 3PROTV 〈2026년 시장 전망과 투자 전략 | 김프로, 이선엽, 빈센트〉 (YouTube)
영상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mtjuY_xevQY


버블을 묻기 전에, 우리는 무엇이 ‘병목’인지부터 봐야 한다

(— 2026년 시장을 가르는 키워드는 ‘AI’가 아니라 ‘전력’일지도 모른다)

무대 위 세 사람의 대화는, “AI 버블이냐 아니냐”에서 시작합니다. 그런데 끝까지 따라가 보면 질문이 바뀝니다. 버블을 논하기 전에, ‘무엇이 시장의 병목(bottleneck)인가’를 묻는 자리였습니다.

이 영상의 장점은 전망을 단정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대신 버블이 터지는 조건, 랠리가 지속되는 조건, 개인 투자자가 살아남는 조건을 나눠서 말합니다. 저는 이 구조가 마음에 듭니다. 시장은 늘 ‘정답’을 주지 않고, 조건만 던져주기 때문입니다.


1) “실체가 있으면 버블이 아니다”라는 말의 함정

한쪽은 이렇게 말합니다. “버블은 실체 없는 상승인데, 지금은 실적이 나오고 성능이 개선된다. 그러니 버블이 아니다.” 논리 자체는 깔끔합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 명제가 자주 뒤집힙니다.

실체가 있어도 버블은 생깁니다.
2000년 IT 버블 때도 매출은 늘었습니다. 문제는 ‘매출의 그림자’였죠. 비용이 더 빨리 늘고, 경쟁이 마진을 갉아먹는 순간이 옵니다.

그래서 영상에서 나온 반대편의 잣대가 중요합니다.

“매출이 아니라 마진(영업이익률)을 보자.”
특히 최상단 앵커(예: 엔비디아)의 마진이 ‘정체→하락’으로 꺾이는 순간은, 시장 심리가 단순 조정이 아니라 체제 전환(regime change)으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버블이냐 아니냐”는 철학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익률의 방향’이라는 숫자 문제로 귀결될 가능성이 큽니다.


2) AI 버블의 진짜 트리거: ‘기술’이 아니라 ‘선택’

영상에서 제가 가장 현실적이라고 본 대목은 따로 있습니다.
버블이 위험해지는 시점은 “성능이 멈출 때”가 아니라, “승자가 확정될 때”라는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모두가 달립니다. 구글이 앞서면 오픈AI가 쫓고, 또 다른 플레이어가 따라붙습니다. 이 국면에서는 투자가 멈추기 어렵습니다. ‘생존게임’이니까요.

그런데 어느 순간 시장이 이렇게 말하기 시작하면 게임이 바뀝니다.

“이제 답은 정해졌어. 두세 곳만 남고 나머지는 못 따라와.”


이때부터는 추격자들의 CAPEX(투자)가 꺼집니다. 그리고 이 꺼짐은 AI 생태계 바깥(반도체·서버·네트워크·메모리·전력 인프라)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줍니다.

즉, 버블의 스위치는 기술이 아니라 소비자/기업의 ‘선택지 종료’에서 켜질 수 있습니다.
이 프레임은 개인 투자자에게 아주 실용적입니다. 앞으로 뉴스를 볼 때 질문이 달라지거든요.

“누가 더 똑똑해졌나?”가 아니라

“기업들이 ‘중복투자’를 계속할 이유가 남았나?”


3) 한국 랠리의 본질: 정책은 ‘추진력’, 혁신은 ‘지속력’

영상의 중반은 국내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상법 개정, 세제, 친주식 정책 등)

여기서 핵심은 한 문장입니다.

상법 개정은 ‘주가를 올리는 법’이 아니라, ‘올라야 할 주가가 덜 오르지 않게 하는 장치’다.
즉, 주주환원 강화는 배수(멀티플)에 영향을 줄 수는 있어도, 분자(기업이익)를 자동으로 키우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장기 우상향의 전제는 결국 이익의 지속 성장이고, 그 이익 성장은 혁신(새 주도주의 등장)에서 나옵니다.

여기서 미국 사례가 자주 소환됩니다. 미국의 강점은 “규칙이 좋아서”도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주도주가 10년 단위로 교체될 만큼 새로운 기업이 계속 올라오는 구조에 있습니다. 한국이 장기적으로 ‘레벨업’하려면 정책만으로는 부족하고, 벤처·인재·자본의 선순환이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4) 트럼프는 리스크인가, 수호자인가: 답은 “유동성”

후반부에서 분위기는 더 거칠어집니다. 트럼프, 관세, 변덕, 그리고 크립토.

하지만 결론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트럼프를 ‘선악’으로 볼 게 아니라 ‘유동성(그리고 변동성)’으로 보라.

영상에서 언급된 “단기채 매입” 이슈는 실제로 최근 시장에서 중요한 소재였습니다. 연준이 단기 국채(T-bills) 매입을 ‘기술적 조치’로 설명하며 시작한 흐름이 있었죠.

또 하나, 영상에서 ‘스테이블코인’과 연결해 설명한 장면이 나오는데, 이 또한 뜬구름만은 아닙니다. 미국은 스테이블코인 규율을 위한 GENIUS Act를 법제화했고, 시행 시점은 2027년 1월 18일 또는 규정 확정 120일 후 중 더 이른 날로 정리돼 있습니다.

이 퍼즐을 한 장으로 그리면 이렇게 됩니다.

정치(재정 지출) →

단기물 발행(자금조달) →

유동성 장치(연준 매입·제도 변화·금융의 수요처 확대) →

자산가격의 인플레이션

그래서 트럼프는 “수호자”라기보다 시장에 불을 붙일 수도, 동시에 흔들 수도 있는 연료에 가깝습니다. 불은 따뜻하지만, 불길은 방향을 가리지 않습니다.


5) 2026년의 하이라이트는 AI가 아니라 “전력”이다

이 영상의 ‘메모하기 좋은’ 대목이 여기서 나옵니다.
AI는 GPU만으로 굴러가지 않습니다. 결국 전력이 병목이 됩니다. 그리고 병목은 투자 테마를 바꿉니다.

엔비디아가 “돈이 없어서 못 사는 게 아니라, 전력이 없어서 못 산다”는 취지로 말했을 가능성을 언급하는데, 이 포인트는 투자자 입장에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시장의 관심이 이렇게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1막: GPU

2막: HBM/패키징

3막: 데이터센터/네트워크

4막: 전력·송배전·저장(ESS)·발전 믹스


영상에서는 이를 “태양광–2차전지–원전”으로 묶어 기억하기 좋게 던집니다. (현장에서는 ‘이태원’이라는 말장난으로 정리되죠.)

여기서 저는 한 가지를 덧붙이고 싶습니다.
전력 테마는 ‘좋은 산업’이 아니라 ‘어려운 산업’입니다.

CAPEX가 크고,

규제·인허가·정책 변수의 영향이 크고,

공급망이 길고,

단기간에 “매출이 폭발”하는 형태가 아니라
수주·가동률·단가·원가 같은 지루한 숫자로 성과가 드러납니다.

그래서 전력 테마에 접근할 때는 “테마”가 아니라 현금흐름과 밸런스시트를 먼저 봐야 합니다. 같은 업종 안에서도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속도가 빠릅니다.


6) 개인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조언: “빚내서 하지 마세요”

마지막 조언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중요합니다.

장기투자를 “오래 들고 있기”로 착각하지 말 것

장기투자는 “같은 행동을 꾸준히 반복하는 것”에 가깝다는 것

빚(레버리지)은 변동성 앞에서 판단력을 빼앗는다는 것

알고리즘은 공포를 증폭시키고, 공포는 손절을 강요한다는 것

월스트리트에서 오래 굴러본 입장에서, 이 말은 교과서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매번 맞습니다.
개인 투자자의 성과를 갉아먹는 1순위는 정보력 부족이 아니라 심리 붕괴고, 심리 붕괴의 촉매가 레버리지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결론: 2026년을 버티는 체크리스트 5가지

이 영상이 던진 조건들을, 투자자의 언어로 다시 정리해 보겠습니다.

AI의 ‘승자 확정’ 신호를 보라

기술 뉴스보다 “기업들이 중복투자를 계속할 이유가 남았나”를 체크

매출보다 마진의 방향

특히 최상단 기업(앵커)의 영업이익률이 ‘정체→하락’으로 바뀌는지

한국 증시는 정책이 아니라 ‘이익’이 연료다

제도 개선은 멀티플을 올릴 수 있지만, 지속성은 혁신과 이익에서 온다

유동성 국면에서 ‘수익’과 ‘생존’을 분리하라

오르는 장에서도 포지션 사이즈(비중)와 현금은 생존의 도구

병목이 전력으로 옮겨가면, 종목 선택 기준도 바뀐다

테마의 화려함이 아니라 현금흐름·수주·재무로 승자를 고르기


시장은 매년 새로운 키워드를 내걸지만, 투자자의 숙제는 늘 같습니다.
“무엇이 병목인가?”
“무엇이 꺾이면 체제가 바뀌는가?”
“나는 그 변동성을 견딜 수 있는 방식으로 투자하고 있는가?”

2026년의 답안지에는 ‘AI’가 크게 적히겠지만, 정답란 아래 작은 글씨로 이렇게 써 있을지도 모릅니다.

전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결국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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