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목화폐가 만든 조급함, 그리고 ‘집’이 저축계좌가 된 시대의 투자 윤리
Editor’s Note
분석 대상 영상: What Happens When People Who Thought Real Estate Was the Answer Discover Bitcoin | Saifeddin Amos (Auto-dubbed) / 채널: 하워드의 투자생각 (youtube.com)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Kk5OFlhsXTw
주요 참고 도서: Saifedean Ammous, The Gold Standard: An Alternative Economic History of the Twentieth Century (Saifedean)
통장에 돈이 쌓이는데도 마음은 불안합니다.
열심히 일한 만큼 저축했는데도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뒤처진다’는 감정이 따라붙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천천히 모으기보다 서둘러 움직이고, 저축보다 “무언가를 사는 쪽”을 더 합리적으로 느끼죠.
영상은 그 불안을 개인의 성격이 아니라 돈의 성질에서 찾습니다. 사상가의 언어로 말하면, 우리가 쓰는 화폐가 우리에게 부과하는 보이지 않는 세금—시간의 세금(인플레이션)—이 삶의 리듬을 바꿔 놓았다는 주장입니다.
사이패딘 아모스(Saifedean Ammous)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합니다.
만약 20세기가 ‘명목화폐’가 아니라 ‘건전한 화폐’ 위에서 흘렀다면, 우리의 일상은 달라졌을까?
그가 말하는 명목화폐의 핵심은 “필요하면 더 발행할 수 있다”는 유연함입니다. 유연함은 국가에겐 권력이지만, 개인에게는 불확실성입니다. 내가 가진 돈이 시간이 지나면서 ‘그대로’ 남아 있을지 확신할 수 없으니까요.
여기서 영상이 끌어오는 개념이 시간선호(time preference)입니다. 쉽게 말해 “미래의 나”보다 “현재의 나”를 얼마나 더 중시하느냐의 문제죠. 시간선호는 심리학의 문제 같지만, 경제학은 이를 정교하게 측정하고 연구해 왔습니다.
아모스는 여기에 한 가지 덧칠을 합니다. 시간선호는 성격이 아니라 ‘화폐의 품질’에 의해 크게 흔들린다. 가치가 지속적으로 깎이는 돈을 들고 있으면, 기다림은 미덕이 아니라 손해가 되기 쉽다는 겁니다.
The Gold Standard에서 아모스는 대체역사를 씁니다. 1911년, 항공기 기술을 “사람 수송”이 아니라 “금 수송·결제 네트워크”로 바꿔 버립니다. 그리고 이 민간 네트워크가 1915년 전쟁 인플레이션을 피해 자본이 이동할 통로가 되면서, 중앙은행과 전시 재정이 조기에 무너지고 세계대전이 ‘우리가 아는 역사보다 빨리’ 끝난다는 설정을 내놓죠.
이 대목을 저는 ‘정답’이라기보다 프레임 전환 장치로 읽습니다.
그가 진짜로 보여주고 싶은 건 항공 운송의 디테일이 아니라, 단일 실패 지점(중앙은행 금고·국가 화폐)을 우회하는 결제 인프라가 생겼을 때, 국가 권력과 개인의 선택지가 어떻게 달라지는가입니다.
영상의 가장 날카로운 문장은 이겁니다.
집이 ‘사는 곳’이 아니라 ‘사는 것(저축 수단)’이 되어 버렸다.
아모스의 설명은 논리적으로 깔끔합니다.
예금은 인플레이션에 깎인다.
사람들은 가치 보존이 되는 실물을 찾는다.
그중 가장 대중적이고 레버리지가 쉬운 자산이 주택이다.
수요가 ‘거주 수요’가 아니라 ‘저축 수요’까지 포함하며 비정상적으로 팽창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25세의 경쟁 상대가 “동년배”가 아니라 “은퇴자금, 기관자금”이 되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하나.
이 이야기는 단지 철학이 아니라, 금리(정책금리·모기지 금리)가 주택가격에 얼마나 민감하게 작동하는지를 떠올리게 합니다. 실제로 통화정책 충격이 주택가격(특히 리스트 가격)에 빠르게 반응한다는 연구들도 있습니다.
즉, “주택이 자산화되는 현상”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금리·유동성·신용이라는 엔진 위에서 굴러갑니다.
아모스의 프레임은 강력하지만, 강력한 프레임은 종종 세상을 단순화합니다.
주택가격은 돈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공급 제약(도시 규제·인허가·인프라)
인구·가구 구조 변화
금융화(부동산이 포트폴리오 자산으로 편입되는 흐름)
그리고 기관투자자의 역할
기관투자자 이슈는 특히 “감정 과열”과 “실증”이 엇갈리는 지점입니다.
일부 연구는 특정 시장에서 기관투자자의 존재가 주택가격의 소득 연동성을 약화시키고, 가격 역학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합니다.
또한 REIT(부동산 투자신탁) 등의 자금 흐름이 주택시장에 장기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존재합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명목화폐는 불안을 ‘증폭’시키는 구조적 배경일 수 있지만, 집값이라는 현상은 여러 기어가 맞물린 결과입니다. 그래서 투자자는 프레임을 “신념”이 아니라 “도구”로 써야 합니다.
영상은 비트코인을 “투기 수단”이 아니라 “시간을 되돌려 주는 화폐”로 정의합니다. 이 문장은 매혹적입니다. 하지만 투자자의 언어로 번역하면 조금 더 현실적인 문장으로 바뀝니다.
내 자산의 일부는 ‘시간을 버티는 성질’(구매력 방어)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는 ‘시간을 이기는 생산성’(현금흐름·성장)을 가져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특정 자산의 정답이 아니라 포트폴리오의 역할 분담입니다.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어떤 자산이 헤지인가”는 단일 해답이 아니라 노출된 물가(내가 실제로 겪는 비용), 투자 기간, 국가·제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렇게 정리하고 싶습니다.
불안을 줄이는 1차 해법은 ‘자산 선택’이 아니라 ‘구조 설계’입니다.
(현금흐름, 부채의 통제, 장기 투자 규칙)
그 위에, 각자가 믿는 ‘하드 머니’를 일부 올릴 수는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불안을 없애기 위한 전부가 되면, 역설적으로 불안은 더 커집니다. (변동성이 큰 자산일수록)
명목화폐 체제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속도를 강요합니다.
가격표가 올라가기 전에, 금리가 바뀌기 전에, 다음 사이클이 오기 전에.
하지만 투자에서 가장 비싼 비용은 대개 “정보 부족”이 아니라 조급함입니다.
아모스의 대체역사는 한 가지를 집요하게 묻습니다.
돈이 시간을 훔치고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되찾아야 하는가.
저는 답을 이렇게 적어두고 싶습니다.
시간을 되찾는다는 건, ‘더 자주 거래한다’가 아니라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는 뜻이다.
집을 비롯한 자산을, 세상의 불안을 대신 떠안는 저축계좌로만 쓰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인생의 의사결정을 시장 가격의 속도에 종속시키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만약 여러분의 계좌가 10년 뒤에도 구매력을 크게 잃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위험을 같은 강도로 감수할까요.
그 질문을 오래 붙잡고 있을수록, ‘투자’는 생존 게임에서 삶의 설계로 조금씩 돌아옵니다.
면책: 본 글은 교육·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자산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