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기업을 재는 세 가지 잣대
주식 투자자들은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오랫동안 세 가지 핵심 지표를 사용해 왔다. PER(주가수익비율), PBR(주가순자산비율), PSR(주가매출비율)이 그것이다.
이 지표들의 작동 원리는 단순하다. 같은 업종의 경쟁사들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것이다. 현대차의 적정 주가가 궁금하다면? 토요타, GM, 폭스바겐과 비교하면 된다. 삼성전자가 비싸게 거래되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인텔, TSMC, 엔비디아와 견주어 보면 된다.
예를 들어 A라는 반도체 기업의 PER이 15배이고, 동종 업계 평균이 20배라면 "A는 저평가되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상대가치 평가'의 핵심이다. 같은 게임의 선수들끼리 비교하여 누가 더 싸게, 누가 더 비싸게 거래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어떤 기업들은 이 전통적인 방법으로 평가할 수 없다. 대표적인 예가 테슬라와 팔란티어다.
테슬라를 생각해 보자. 이 회사를 평가하기 위해 '동종 업계'를 선정해야 한다면, 당신은 어떤 회사를 떠올리겠는가?
만약 자동차 회사로 분류한다면?
피어 그룹: 도요타, GM, 폭스바겐, 현대차
문제점: 이들의 평균 PER은 6~8배다. 테슬라를 여기에 맞추면 주가는 현재의 1/10 수준이어야 한다. 하지만 테슬라는 단순히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소프트웨어 수익이 있고, 에너지 사업이 있으며, 로봇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만약 전기차 회사로 분류한다면?
피어 그룹: BYD, 리비안, 루시드
문제점: BYD는 중국 내수 중심이고, 리비안과 루시드는 아직 적자다. 테슬라는 이미 연 180만 대 규모를 생산하며 수익을 내고 있다. 규모에서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만약 AI/자율주행 회사로 분류한다면?
피어 그룹: 웨이모(구글), 크루즈(GM), 엔비디아
문제점: 웨이모는 로보택시만 한다. 엔비디아는 칩만 판다. 테슬라는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 데이터, 제조까지 수직 통합되어 있다. FSD 베타는 이미 600만 대 이상의 차량에서 실시간으로 학습하고 있으며, 연간 500억 마일의 주행 데이터를 축적한다. 데이터의 규모가 다르다.
만약 에너지 회사로 분류한다면?
피어 그룹: 넥스트에라 에너지, 엔페이즈, 선파워
문제점: 이들은 태양광 패널이나 전력 인프라를 제공한다. 테슬라는 가정용 배터리(파워월), 상업용 에너지 저장(메가팩), 태양광 패널,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연결하는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에너지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이 다르다.
만약 로봇 회사로 분류한다면?
피어 그룹: 보스턴 다이나믹스, ABB, 화낙
문제점: 이들은 산업용 로봇이나 특수목적 로봇을 만든다. 테슬라가 개발 중인 옵티머스는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그리고 이미 전 세계에 구축된 테슬라의 제조 인프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잠재 시장의 크기가 완전히 다르다.
테슬라가 정말로 하려는 것은 무엇인가?
일론 머스크는 명확하게 말한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한다." 이것은 단순히 전기차를 파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테슬라의 진짜 비전은 이렇게 작동한다:
1단계: 전기차로 교통을 전기화한다. (현재 진행 중)
2단계: FSD로 교통을 자율화하고, 로보택시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테슬라 차주는 자신의 차를 로보택시로 운영해 수익을 낼 수 있다)
3단계: 태양광+배터리로 에너지 생산과 저장을 분산화한다. (전기차는 움직이는 배터리이자 가상 발전소의 일부가 된다)
4단계: 옵티머스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인간의 물리적 노동을 대체한다. (일론은 "장기적으로 옵티머스가 테슬라 가치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하나의 산업이 아니다. 이것은 인류가 이동하고, 에너지를 쓰고, 노동하는 방식 전체를 재설계하려는 시도다.
그렇다면 테슬라의 TAM(전체 유효 시장)은 무엇인가?
자동차 시장만 보면 $3조
자율주행/모빌리티 서비스 시장 $10조
글로벌 에너지 시장 $6조
인간 노동 시장 $수십 조
테슬라를 GM이나 도요타와 비교하는 것은, 1990년대 아마존을 반스앤노블과 비교한 것과 같다. 기술적으로는 맞지만, 본질적으로는 완전히 틀렸다.
팔란티어는 또 다른 차원에서 흥미로운 케이스다.
처음 이 회사를 접한 애널리스트들은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이 회사를 어디에 분류해야 하지?"
만약 빅데이터 회사로 분류한다면?
피어 그룹: 스노우플레이크, 데이터브릭스, 몽고DB
문제점: 이들은 데이터 저장과 처리 인프라를 제공한다. 창고를 짓고, 데이터를 정리하는 일을 한다. 팔란티어는 그 위에서 작동하는 의사결정 레이어를 제공한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게 아니라 '활용'하는 것이다. 게임이 다르다.
만약 AI/머신러닝 플랫폼으로 분류한다면?
피어 그룹: C3.ai, 데이터로봇
문제점: 이들은 AI 모델을 만드는 도구를 판다. 팔란티어는 조직 전체의 데이터와 AI를 통합하는 운영체제를 판다. C3.ai는 "예측 모델을 쉽게 만드세요"라고 말한다. 팔란티어는 "조직의 모든 데이터를 연결하고, AI가 의사결정을 제안하게 하세요"라고 말한다. 제품의 깊이가 다르다.
만약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회사로 분류한다면?
피어 그룹: 서비스나우, 워크데이, 세일즈포스
문제점: 이들은 특정 업무 영역(HR, CRM, IT관리)의 솔루션이다. 명확한 경계가 있다. 팔란티어는 조직의 모든 데이터를 연결하고 의사결정을 자동화하는 메타-플랫폼이다. 서비스나우가 "IT 티켓을 관리하세요"라면, 팔란티어는 "조직의 모든 운영을 최적화하세요"다. 스코프가 다르다.
만약 국방 소프트웨어 회사로 분류한다면?
피어 그룹: 레이시온, 록히드마틴, 노스롭그루먼
문제점: 이들은 하드웨어와 레거시 시스템 중심이다. 20년 계약, 느린 혁신, 정부 의존적이다. 팔란티어는 순수 소프트웨어이며, 정부와 민간 고객을 모두 확보하고 있다. 실제로 2024년 매출의 55%가 정부 고객에서, 45%가 민간 고객에서 나왔다. 단순한 국방 업체가 아니다.
팔란티어가 정말로 하려는 것은 무엇인가?
CEO 알렉스 카프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세상의 가장 중요한 기관들이 데이터를 운영하는 방식을 만든다."
이것은 단순한 마케팅 문구가 아니다. 팔란티어는 기업이나 정부기관의 수천, 수만 개의 데이터 소스를 연결하고, 그 위에서 AI가 작동하게 하며, 인간이 데이터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하는 통합 레이어를 제공한다.
팔란티어의 실제 작동 방식을 보자:
제조 기업: 공장의 IoT 센서 데이터, 공급망 정보, 재무 데이터, 시장 수요 예측이 모두 하나의 플랫폼에서 연결되어, AI가 "다음 주 A공장 3번 라인의 생산량을 15% 늘려야 합니다"라고 제안한다.
군대: 위성 정보, 드론 영상, 첩보 보고, 기상 데이터가 통합되어, 실시간으로 작전을 조정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팔란티어의 시스템은 실제로 탱크와 포병 표적 지정에 사용되고 있으며, CEO 알렉스 카프는 "우크라이나 표적 지정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다"고 직접 밝혔다.
에너지 회사: 송전망 데이터, 기상 예보, 전력 수요, 장비 상태가 결합되어, 정전을 예방하고 최적 운영점을 찾는다.
제약회사: 임상시험 데이터, 규제 문서, 공급망 정보를 통합하여, 신약 개발 프로세스를 가속화한다.
중요한 것은, 팔란티어가 단순히 "데이터 분석 도구"를 파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은 조직의 운영 방식 자체를 변화시킨다. 팔란티어를 도입한다는 것은 소프트웨어를 산다는 의미가 아니라, 조직이 데이터와 AI를 중심으로 재편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팔란티어의 동종 업계는 무엇인가? 답은 간단하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팔란티어는 카테고리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그들이 꿈꾸는 TAM(전체 유효 시장)은 데이터 분석 시장($500억)이 아니라, 기업 소프트웨어 시장 전체($5,000억)이거나, 더 나아가 인간의 의사결정이 관여하는 모든 영역($수조 달러)이다.
전통적인 상대가치 평가가 작동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 기업들이 먹고자 하는 시장을 명확히 정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기업은 자신의 시장을 명확히 정의한다. "우리는 승용차 시장에서 경쟁합니다." "우리는 스마트폰 반도체 시장의 플레이어입니다." 시장이 명확하니 경쟁자도 명확하고, 비교도 가능하다.
하지만 테슬라와 팔란티어 같은 기업은 다르다. 그들의 '꿈의 크기'가 너무 크다.
테슬라는 자동차 회사에서 시작했지만, 그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교통의 재정의이고, 에너지 생태계의 혁신이며, 궁극적으로는 로봇이 일하는 세상이다.
팔란티어는 정부 데이터 분석에서 시작했지만, 그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세상의 모든 중요한 결정이 자신들의 플랫폼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런 기업을 전통적인 피어 그룹과 비교하는 것은, 1990년대 후반 아마존을 반스앤노블과 비교하거나, 2000년대 넷플릭스를 블록버스터와 비교한 것과 같다. 기술적으로는 맞지만, 본질적으로는 완전히 틀렸다. 전통적인 동종 업계로 본다면, 밸류에이션은 틀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런 기업들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안타깝게도 명쾌한 답은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PER, PBR, PSR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상대가치 평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 기업을 평가하려면 다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기업이 창조하려는 시장의 크기는 얼마나 되는가?
그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기술적 해자(moat)를 갖고 있는가?
경영진이 그 꿈을 현실로 만들 실행력을 보여주고 있는가?
시장은 그 미래에 얼마나 높은 확률을 부여하는가?
이 기업의 성공이 한 산업의 성장이 아니라, 여러 산업의 혁신을 의미하는가?
전통적인 밸류에이션 지표들은 여전히 유용하다. 대부분의 기업에게는 여전히 최고의 도구다. 하지만 카테고리를 정의하는 기업, 시장을 창조하는 기업, 산업의 경계를 허무는 기업 앞에서는, 우리는 새로운 렌즈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테슬라와 팔란티어에 투자하는 것은 숫자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가능성에, 비전에, 그리고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 미래의 값어치를 스프레드시트 한 장으로 계산할 수 있다고 믿는 순간,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
"동종 업계가 없는 기업에는, 평균이라는 개념도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