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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넘어 왕따가 되었다

맞는 말이지만 안 맞아!

by 김은

# 긴급 알림


지잉~ 지잉~ 지잉~

진동으로 해둔 카톡 단톡알람이 계속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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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5명 단톡방인데 한 명이 빠진 4명 단톡이네?'


'누굴 빼고 만든 단톡이지? 왜 뺐지? 뭐가 맘에 안 들어서 한 명을 뺐지?'


카톡창을 열기 전에 미리 예측을 해본다. 마음의 준비를 해야 뭐라고 답을 할지 생각정리를 좀 해야 할 것 같았다.


#단톡방


나이 50을 넘긴 초등학교 여자동창들 다섯 명이 모인 단톡이다.

물론 원래는 이렇게 단출한 모임이 아니었다. 남자동창생도 있었고 여자 동창생도 몇 명 더 있었다.


남자 동창생들은 성격이 드센 여자동창생들을 감당하기가 힘들었던 건지 자꾸 모임 날짜 정하는데 협조적이지 않아 여자동창들만 나와서 만나기 시작하다가 몇몇 여자 동창생도 한두 마디 불만스러운 의사를 표하길래 결국 다섯 명이 남게 되었다.


우리끼리 모여 이렇게 된 상황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야. 남자, 여자를 떠나서 나이들 들었으면 단톡에서 모임날짜를 정하거나 어떤 일정을 의논하면 可否를 얘기를 하던가 무슨 말을 해야지. 대답도 안 하고 사람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아직 열심히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 현주가 회사 회의진행 하듯 말을 꺼냈다.


"그니까~ 답답하게 말들을 안 해. 하면한다. 못하면 못한다. 말들 좀 해주지~"


할머니 할아버지를 오래 상대해 온 수간호쌤 숙희가 분위기를 가라앉혀 보려고 현주를 달래듯 얘기해 본다.


"어우~ 됐어. 그냥 만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거지. 그냥 보고 싶은 사람들만 봐"


지민이가 부르르 하며 맥주잔을 들었다.


"그래. 적극적이지 않은 거면 우리 모임이 중요도에서 빠지는 거지. 빼고 우리끼리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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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잔을 부딪치며 모임명단 정리가 일단락되었다.


"근데~ 걔네들이 우리를 뺐을 수도 있어. 우리 성격도 누구 하나 평범한 애가 있냐? 다들 독특해~ 딱 그렇게 맞는 애들이 남은 거지. 우리 왕따 당한 거 같애"


내가 이 말을 하자 옆자리에서 쳐다볼 정도로 엄청 큰소리로 일제히 빵 터졌다.


"하하하하하하하. 맞아 맞아. 듣고 보니 그렇네. 우리가 왕따네. 하하하하하"


"야. 그래도 우리가 스스로 왕따 당한 걸로 하자. 자발적 왕따. 하하하"


"그렇게 말하면 좀 위로가 되냐?"


그렇게 단톡방은 다섯 명이 살아남아 정리가 되었고 10년 정도가 흘렀다. 그간 수많은 곳을 다니고 해외도 다녀오고 산도 타고 아들들이 군대 가고 딸이 유학 가고, 기저귀 차고 있던 우리 딸이 중학교에 입학했다.


# 맞지만 우린 안 맞아!


만나면 만날 수록 다섯 명 성격이 제각각 다 다르고 전혀 합쳐질 것 같지 않은 친구들이 10년이 넘도록 만나고 있는 게 신기하다.


아마도 초등학교 동창이라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주름사이로 보이는 얼굴 너머로 어린 시절 어설프고 순수한 마음과 웃음이 아직도 기억에 선하기 때문이 아닐까?


조금 드세지고 성격이 급해졌을지 몰라도 그 안에 남아있는 어린 시절 순순함을 놓치기 싫어서 애써 좋은 부분만 보려고 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다 커서 만난 관계는 나와 맞는지 안 맞는지 더 기준이 높아지고 조금 불편한 관계를 굳이 지속시킬 이유가 없으니 좀 더 인간관계가 단출해져 간다.


우리끼리도 그런 얘기를 했었다.


"우리끼리 얘기지만 우리 다 커서 주변에서 만난 관계였으면 절대 친해질 수 없는 관계야. 안 그래? 성격 독특하고 누군 급하고 누군 느리고, 그 와중에 누군 여유자작 풍경 즐기고, 누군 맥락 없이 다른 얘기하고... 우린 안 맞아!"



"하하하하 맞아! 맞아! 아니 안 맞아!!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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