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지근한게 좋아지는
어떤 사람은 나를 한없이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고, 꼭 맞는 이불 속에 들어간 듯 포근하다.
굳이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편안하고,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녹는다.
반면 어떤 사람은 나를 차갑게 만든다.
말 한마디에도 살짝 움츠러들고, 괜히 눈을 마주치기조차 조심스러워진다.
때로는 나도 몰랐던 내 단점을 콕 집어내며 스스로를 작게 만들게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관계가 어색해지고, 거리감이 느껴진다.
사람 사이의 온도는 늘 똑같지 않다.
따뜻했던 관계도 시간이 지나면서 식을 수 있고, 차가웠던 관계도 어느 순간 따뜻해질 수 있는 것 같다.
그 흐름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고, 때로는 자연스럽게 흘려보내기도 한다.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의 대화에서 이 온도의 변화를 느꼈다.
예전에는 몇 시간씩 이야기해도 부족했는데, 이번에는 몇 마디 나누는 것도 어색했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미묘한 공기가 흐르고, 예전의 편안함은 사라진 듯했다.
그 순간 깨달았다.
관계도 계절처럼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예전에 가깝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같은 온도를 유지하는 건 아니라는 걸.
그런데,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동네아줌마와 나눈 짧은 인사가 의외로 큰 온기를 안겨주기도 했다.
"어머. 어디가세요? 별일 없으셨어죠~ OO이는 요즘 어떻게 지내요?"라는 가벼운 질문 한 마디에, 진심이 담긴 미소에, 그날 하루가 따뜻해졌다.
사람의 온도는 때로 그렇게 작은 행동에서 시작된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됐다.
결국 중요한 건, 나에게 편안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 아닐까?
모든 관계를 억지로 따뜻하게 만들 필요도 없고, 차가운 관계에 상처받을 필요도 없다.
내 마음이 편한 온도를 찾고, 그 안에서 행복하면 충분하다.
사람 사이의 온도를 조절하는 건 결국 나 자신이다.
나이가 들수록 내게 따뜻한 사람을 가까이 두고, 차가운 관계는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게 된다.
가끔은 그것이 불편함을 싫어하고 누군가에게 맞추기 위해 참는 게 어려워진 건 아닐까 생각이 들곤 한다.
그래도 점점 편안함 속에 즐겁게 시간을 보내도 하루가 짧은 것을 굳이 싸늘해 지는 온도를 느끼며 누군가를 만나는게 불편하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미적지근한 온도. 이도 저도 아닌 온도. 젊은 시절 내가 제일 싫어하던 온도인데...
지금은 미지근한 온도.
뜨거운건 조금 식히고, 차가운 건 조금 데우며 관계를 갖는 것. 그것이 우리가 관계 속에서 지켜야 할 가장 편안한 온도 조절법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