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여행의 특별하지 않은 순간들
그랩 택시를 타고 꾸따로 가는 길이었다.
기사 아저씨는 말하는 걸 좋아하는 건지,
어색해서였는지 끊이지 않고 말을 했다. 차가 막혀
삼십 분이 두 시간으로 늘어나는 동안 계속.
평소 같았으면 나도 열심히 듣고 대꾸를 했겠지만,
뜨거운 태양 아래서 배낭을 멘 채 네 시간 동안 걸은
탓에 그럴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오늘은 괜찮으니 제발 조용히 좀 가주실 수 없을까요?’
기사 아저씨가 눈치를 챘는지, 어느 순간부터
차 안에는 정적이 흘렀고, 나는 괜스레 무안해졌다.
발리의 하늘은 어느새 자줏빛으로 물들었고,
라디오에서는 어느 한국 걸그룹의 노래가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