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끊임없는 허기는 어디서 왔나 Oh-Ay

느껴 내 안에선 Su su su Superhunger in Canada

by 권덕영


BGM : Superonva_aespa


캐나다에 워킹홀리데이를 온 후로 줄곧 많은 양의 밥을 먹는다. 한국에서는 식당 밥 한 공기를 다 못 먹던 내가 캐나다 살이를 시작한 이후로는 그 자리에서 한 공기 반을 뚝딱한다. 오늘은 카레에 밥을 야무지게 비벼먹은 것도 모자라 남아있던 하겐다즈 1/3 통을 다 비우고, 한 시간쯤 지나 돼지 뒷다리살까지 야무지게 구워 먹었다. 이건 단순한 배고픔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해 어떠한 '허기(虛飢)'다.



캐나다에 있는 시간이 지날수록 허기도 짙어진다.


아주 처음부터 이렇게 밥을 많이 먹은 것은 아니었다. 임시 숙소*에 있을 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장기 거주처를 찾느라 골머리를 앓아도, 겨우 찾은 집의 계약 성사가 어그러졌을 때도, 또다시 뷰잉**을 다니느라 힘이 들어도 배가 고프면 고팠지 엄청난 허기를 느끼진 않았다.


* 보통의 워홀러들은 처음 그 나라에 입국하면 임시 숙소 (민박집, 에어비앤비 등)에 거주하면서 장기로 거주할 곳을 찾아다닌다. **그렇게 집 보러 가는 것을 뷰잉이라고 부른다.


장기 거주처인 지금의 콘도로 이사를 오고, 어학원을 다니면서 나의 배고픔은 점점 허기로 변해간다.

오전 어학원 수업에 갈 때 텀블러에 항상 두유나 캐슈넛 밀크를 채워 나간다. 한국에서는 그 정도를 챙겨 먹지 않아도 점심시간까지 참을만하다. 그런데 여기서는 그깟 두 시간 삼십 분 수업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진다. 단순 배고픔을 떠나 음식을 집어삼키고 싶을 만큼의 허기를 느낀다. 먹는 걸 좋아하는 건 맞지만 식탐이 있는 편은 아니었는데 집에 오자마자 허겁지겁 밥 먹는 나의 모습을 누군가 본다면 어지간히 식탐이 많다고 생각할 것이다.



對췌장 사과문 : 고속 노화 & 저속 죽음으로 가는 죽음의 하이웨이에 탑승하여 미안합니다.


입국할 때부터 불어있던 체중과 약해져 버린 체력이 걱정되어 냉동 야채로 냉동고를 채우고, 양배추까지 야무지게 다듬어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해놨지만 쌀밥, 아이스크림 그리고 맥주에 대한 욕망이 자주 올라온다. 타지 생활을 '핑계 삼아' 그동안 눌러온 욕망을 여기서 푼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니다. 우울과 생리를 핑계로 초콜릿 등을 많이 먹어본 對췌장 변명 전문가로서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생각났다. 나는 이곳에 와서 욕망의 본능에 충실해졌다. 한국에서는 '좋은' 직장에 들어가 먹고살 궁리를 했지만, 나에 대한 신용이 아무것도 없는 캐나다에서는 '직장' 아니 '아르바이트'라도 구해서 먹고 살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더 '발전하는' 내가 되고 싶어 이런저런 책과 유튜브를 보며 너는 왜 저렇게 하지를 못하냐고 닦달했지만, 캐나다에서는 일단 그냥 '살아남기'만 해도 좋다. 한국에서는 응당 그 나이에 '맞는 나'가 되어야 하지만 캐나다에서는 '응애'라는 마음 가짐으로 나이에 대해 별 생각이 없어진다. (물론 여기서 만난 한국인들이 내 정확한 나이를 알려고 캐묻는 건 조금 짜증이 난다. 그놈의 '호칭'때문에 묻는 걸 알지만.)


그러니까 (췌장에게는 미안하지만) 이곳에서의 나는 새로운 것에 자극되어 고단해진 뇌가 탄수화물로 보상받고자 하는 그 욕망의 본능대로 살고 있는 것이다. 대강 허기의 이유를 알았으니 이곳이 익숙해질수록 잦아들겠다는 같잖은 희망을 걸어본다.



어느 순간에 '익숙하다'라는 형용사를 꺼내어 볼 수 있을까



1. 아르바이트 일을 하면서 많은 로컬 손님을 만나게 되는데 그중에는 진상도 꽤 된다. 인종도 다르고 언어도 달라서인지 그들이 내는 짜증과 무례가 아직까지는 내게 별 타격감을 주지 않는다. 아마 그의 짜증과 무례가 내 기분이 되는 날, 나는 감히 '익숙'이라는 형용사를 꺼내어 볼 수 있을 것이다.


2. 겨우 한 달 와 놓고서는 영어 실력의 진보를 논하면 매우 우스운 일인 것을 알지만 제자리인 영어 스킬에 안달 나고 답답함을 느낀다. 방금 전에 말해 보카 앱을 하다가 자꾸만 말이 꼬여서 화가 치밀었다. 목이 탄다. 어느 레벨에 도달하고자 하는 욕망이 자꾸만 꿈틀거리다 못해 베베꼬인다. 아무리 영어권 국가에 살아도 영어가 저절로 늘지 않는다는 것은 안다. 정말 본인 하기 나름이다. 그럼 영어권 국가에 사는 게 영어 스킬을 올리는 데 아주 큰 메리트가 있겠냐는 반문이 이어질 수 있다. 그에 나는 이런 환경의 차이라고 말하고 싶다. 영어를 수단으로써 제대로 쓰지 못하는 나에게 화가 나는 자극적인 환경. 그 자극의 역치가 다해가면*** 그때 또 감히 '익숙'이라는 형용사를 꺼내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쯤 되면 욕망에 안달나 베베꼬인 마음보다는 나의 영어 수준을 겸허히 받아들였기를. 막연히 네이티브를 동경하는 질투심 보다는 정확하게 세운 나의 영어 목표에 대한 조준력만이 남아있기를.


***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게 됐다와는 다른 개념이다. 그런 건 있을 수 없는 개념이기도 하고.



그 익숙의 시간까지 마음 놓고 먹겠다는 뜻은 아니다. 당분간 이 허기가 조정이 되지 않는다면 운동이라도 늘려볼 셈이다. 이 글을 쓰고 운동을 가야겠다. 월 240만 원짜리**** 콘도의 내부의 헬스장으로.


**** 내 집도 아닌데 가격 강조하는 이유 : 이렇게라도 자랑하지 않으면 피 같은 내 월세가 너무나 불쌍해짐. 물론 둘이 나눠 내고 있습니다만 그것도 잔인해요.


#워킹홀리데이 #캐나다워킹홀리데이 #헝거 #Hu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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