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밤, 12월 3일 그날 <1화>
사실 이 글을 쓰기 시작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 아직도 이 사태를 가지고 현실 정치에서도 끊임없이 이야기가 되고 있고 각 진영의 시민들이 시위를 하고 있고, 목을 놓아 부르짖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참 여러 생각이 드는 9개월이었다. 필자는 비상계엄 이후 시민이 모두 일치된 의견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고 다시 새로운 판 위에서 소위 진보와 보수의 각 정당이 선거와 정치적 공방을 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큰 오판이었다. 아주 아주 큰 오판이었다. 보수 정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절연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를 두둔했다. 물론 내부에서도 그를 정치판에서 완전히 쫓아내고 새로운 보수 위에서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분명히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들은 보수 진영에서 환대받지 못하고 있다.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은 진보와 보수의 논제가 아니다. 결코 비상계엄을 반대한다고 그를 진보 세력으로 부를 수 없다. 왜냐하면 잘못된 비상계엄이었고, 반헌법적인 비상계엄이었고, 법률을 위반한 비상계엄이었기 때문이다. 상식을 벗어난 정치적 판단이었고 윤석열 대통령은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탄핵을 당한 것이 지당 옳은 일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국가이다. 법치주의 국가란 말 그대로 사람에 의해서 국가를 지배하는 인치주의 국가가 아닌, 법이 국가를 통제하는, 특히나 법이 권력의 남용을 막기 위해 통제하는 국가라는 뜻이다. 본디 사람은 권력을 갖게 되면 인간 본연의 모습이 드러난다는 것을 좁디좁은 군대에서 확실하게 느꼈기에 더더욱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어떠한 감정에도 휘둘리지 않는 법으로서의 통제가 필요한 것이고, 그렇기에 대한민국은 건국할 때부터 법치주의를 기반으로 국가를 운영해 왔다.
특히나 대통령이라는 직책은 더더욱 권력의 탐욕과 눈에 멀 수밖에 없는 자리이다. 그렇기에 국민과 야당이 끊임없이 감시하고 경고해야 한다. 그런데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을 대통령이 직접 선포했다. 계엄이라고 하는 것은 아주 쉽게 설명하면 군대를 동원하여 국가를 운영하는 비상체제이다. 군대를 동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말 국가가 무너질 정도의 비상상황이 아니고서야 쉽게 써서는 안 되는 그런 조치라고 볼 수 있다. 과거 한국의 역사를 보면, 계엄을 이용하여 독재의 권력을 확립하고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을 짓밟는 용도로 악용되어 왔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은 계엄법이라고 하는 엄격한 법률을 통해 계엄의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계엄법 제2조는 계엄의 종류와 선포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다. 1항에서는 계엄을 비상계엄과 경비계엄으로 구분하고 있고, 2항에서는 비상계엄의 정의가 규정되어 있다. 계엄법 2조 2항은 다음과 같다. "비상계엄은 대통령이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적과 교전(交戰)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攪亂)되어 행정 및 사법(司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선포한다."
따라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위해서는 다음 중 하나의 상황을 한국이 직면해야 한다. 첫째로는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상태여야 한다. 전시는 말 그대로 전쟁이 발발한 상황을 뜻하고, 사변은 전쟁까지는 이르지 않았으나 경찰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어 병력을 사용하게 되는 난리를 뜻한다. (사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하지만 2024년 12월 3일 이전까지의 대한민국은 전시나 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를 논할 정도로 국가가 혼란하지 않았다. 2024년 12월 3일 10시 00분부터 10시 23분까지 진행된 제51회 국무회의 회의록이 기록에 남아있다. 회의록 어디에서도 혼란, 국가비상의 단어를 찾아볼 수는 없었다. 오히려 회의록 중에는 이런 문장도 있었다.
"윤석열 정부 후반기에는 전반기의 성과를 바탕으로 국민 모두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 뛸 수 있도록 내수와 소비를 진작하고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정부의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함." (제51회 국무회의록, 행정안전부) 되려 국무회의록에는 후반기에 대한 다짐이 있을 뿐이다. 심지어 전날은 대통령이 직접 충청남도 공주시를 방문하였다. 시장 상인들을 만나고 인사를 나누었으며, 민생토론회를 주재하였다. 그 어디에서도 긴박감과 비상 상황을 인지할 수는 없었다. 2024년 12월 3일에는 대한민국을 국빈 방문한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 공화국 대통령과 서울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하였다. 자국이 비상상황인데 타국의 대통령이 방한했다는 행위는 비상시국과는 전혀 맞지가 않다. 또한 외국의 대통령이 방한 중인 상황에서 계엄이 발생한 것만큼 외교적 결례도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외국 방문을 했는데 그날 그 국가에서 계엄이 터졌다고 하면 우리 국민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키르기즈 공화국의 국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둘째로 사회질서가 너무나도 극심하게 혼란하여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한하여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계엄법 제2조 2항은 가리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당(당시 야당)의 잦은 탄핵으로 행정부 기능이 마비되었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에서도 야당의 무리한 탄핵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피청구인(윤석열)의 취임 후 이 사건 계엄 선포 전까지 국회는 행정안전부 장관, 검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감사원장 등에 대하여 총 22건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였다. 이는 국회가 탄핵소추사유의 위헌, 위법성에 대해 숙고하지 않은 채 법 위반의 의혹에만 근거하여 탄핵심판제도를 정부에 대한 정치적 압박수단으로 이용하였다는 우려를 낳았습니다. -대통령 윤석열 탄핵 사건 선고 결정문, 헌법재판소 지음, 17P.-"
하지만 헌법재판소에서 강조하고 있는 내용이 바로 밑에 나온다. "그러나 이 사건 계엄 선포 당시에는 검사 1인 및 방통위 위원장에 대한 탄핵심판절차만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대통령 윤석열 탄핵 사건 선고 결정문, 헌법재판소 지음, 17P.-"
계엄을 선포할 당시에는 2명에 대해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었다. 이 둘의 탄핵 심판으로 국정이 마비되지는 않는다. 그건 모두가 동의할 사실일 것이다. 또한 무리한 예산 삭감을 계엄의 사유로 언급하였다. 야당이 4조 1000억 원의 예산 삭감을 통해 국정이 마비되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당시 대한민국 정부의 2025년도 총예산은 673조 3000억 원이다. 4조가 삭감된다고 국정이 마비되지는 않는다. 대한민국이 결코 그런 허술한 국가는 아니다. 따라서 마치 계엄을 일으킬 당시 22명이 동시에 탄핵이 되었고, 몇백조의 예산이 삭감되어 국정을 셧다운 시켰다는 듯이 당시 야당을 비판하는 것을 옳지 않다. 그것은 틀린 말이기 때문이다.
물론 헌법재판소에서 우려를 표한 것처럼 잦은 탄핵 소추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행위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런 반박을 가져본다. 본디 대통령이란 무엇인가? 대통령은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정파를 떠나 모두의 대통령이다. 따라서 대통령은 야당과도 소통을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쇼(SHOW)'일지라도 대통령은 야당 대표와도 만나고 야당에 협조를 구해야 한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을 주적으로 대했다. 대화를 하지 않았다. 야당 대표가 먼저 만나자고 이야기하여도 죽어도 외면하였다. 그렇게 소통은 단절되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계엄법 제2조 2항에 해당하는 계엄의 선포 요건을 이번 12.3 비상계엄은 전혀 충족하지 못했다. 이미 법률적으로 이것은 잘못된 계엄임은 분명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