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밤 : 국민을 처단하겠다는
계엄 포고령 (2)

서울의 밤, 12월 3일 그날 <5화>

by 박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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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

자유대한민국 내부에 암약하고 있는 반국가세력의 대한민국 체제전복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2024년 12월 3일 23:00부로 대한민국 전역에 다음 사항을 포고합니다.


(1호부터 2호까지는 생략, 4화에 기술되어 있다.)

3.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4.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행위를 금한다.

5.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

6. 반국가세력 등 체제전복세력을 제외한 선량한 일반 국민들은 일상생활에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


이상의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계엄법 제9조(계엄사령관 특별조치권)에 의하여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제14조(벌칙)에 의하여 처단한다.


2024.12.3.(화) 계엄사령관 육군대장 박안수


당시에 발표된 계엄 포고령 3호를 보면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고 되어있다. 영화 [1987]에서나 보았던 것처럼 보도지침이나 계엄사령부 혹은 당시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쓰는 언론사를 탄압하는 장면이 그려지니 너무나 끔찍하다. 당시에 이런 공포를 이겨내고 계엄을 방송으로 생중계한 모든 언론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지금에서야 전한다. 사실 보도지침은 1987년 이후로는 거의 없어진 정책이다. 작금의 사회에서는 은밀한 외압을 가한다던가, 방송사 사장을 바꿔서 자기 정권을 조금 더 비호하는 뉴스를 선보이는 사례가 좀 있지만, 대놓고 계엄사의 통제를 받으라고 선포한 적은 1987년 이후로 없었다. 38년 만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여러모로 많은 생각이 든다.


4호는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행위를 금한다고 되어 있다. 가만히 계엄 포고령을 읽으면 필자는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든다. "계엄사는 비상계엄 이후에 아예 정권을 내려놓지 않으려고 하였구나. 모든 정치적 행위를 금지시키고, 언론의 자유를 막음과 동시에 노동자들의 파업이나 태업, 시위를 전부 금지함으로써 대통령실과 계엄사 단독 권력의 시대가 열릴 뻔했구나. 자칫하면 나는 군인으로서 지금 글을 쓰고 있는 25년 9월 29일까지도 전방에서 총부리를 북한에게 겨누고 있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무서운 밤이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조항이 다음에 나온다.


5항에서는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고 되어 있다. 여기서부터는 진짜 대통령으로서의 본분은 상실한 것 같다. 자국의 국민이 정부의 말을 듣지 않았다고 해서 처단한다고 표현한다는 게 도무지 말이 되는가? 하다못해 유신헌법을 개정하여 독재를 했던 박정희 대통령이나 전두환은 국민을 향해 법 위반 시 처단이라는 단어를 쓰지는 않았다. 그런데 어찌 21세기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국민을 향해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처단이라는 단어를 쓸 수가 있는가? 4호만 보면 북측에 있는 지도자와 다를 게 없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처단을 검색하면 결단을 내려 처치하거나 처분한다고 되어 있다. 예시 문장으로는 죄인을 처단한다고 되어 있다. 처단은 대단히 섬뜩하고 무서운 단어다. 결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정치권에서는 사용해서는 안된다.


심지어 포고령 말미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이상의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계엄법 제9조(계엄사령관 특별조치권)에 의하여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제14조(벌칙)에 의하여 처단한다." 필자는 이 문장을 보면서 1910년대 일제강점기 시기 일제가 조선에게 가한 통치 방식 중 헌병경찰제와 조선인에 한하여 조선태형령을 제정하고 범죄즉결례를 실시한 것이 생각났다. 일제는 경찰보다 칼을 찬 군인(헌병)을 조선에 배치하였으며, 조선태형령을 제정하고 범죄나 혐의를 발견한 즉시 재판을 받지 않고 바로 때릴 수 있는 통치 체제를 1910년대에 행했다. 뭐가 다른가? 참담하다. 심지어 말미에도 처단한다고 되어있는 게 말을 잊게 만든다.


"오늘 이 결과는 저와 국민의힘, 안철수 대표와 함께 한 국민의당의 승리라기보다 위대한 국민의 승리가 아닌가 생각을 한다 (중략) 우리 모두 힘을 합쳐서 국민과 대한민국을 위해서 우리 모두 하나가 돼야 한다. (중략) 대통령직을 정식으로 맡게 되면 헌법 정신을 존중하고 의회를 존중하고 야당과 협치 하며 국민을 잘 모시겠다." 2022년 3월 10일 대통령 당선 확정 뒤 당사에서 윤석열 당시 당선인이 말한 내용이다. 심지어 당사 앞에 지지자들을 향해서는 "저도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만 제대로 모시는 사람이 되겠다."라고 했다. 2년 9개월 만에 사람이 이렇게 바뀌면 사실 사기 당한 것과 다름이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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