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고 다면적인 세상에 관하여

내가 생각하는 다음 시대의 패러다임

by 언럭키

이 세상은 어떻게 흘러가는가.

사람들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는가.



내가 다양한 인간들을 만나보고, 사건을 경험해 보고, 역사와 심리학, 투자를 공부해 보면서 느낀 것은

이 세상이 얼마나 입체적인가 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의 세상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가령, '노모와 동생을 죽이고 자살한 남성'이라는 한 줄의 문장만을 접한다면 혹자는 쉽게 그를 힐난하고 재단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치매를 앓고 있는 노모와 지적장애를 가져 독자적 생활이 불가능한 동생을 수십 년간 보살피다가 끝내 버티지 못하고 함께 유명을 달리한 남성'이라는 추가적인 상황 정보와 해석을 접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 사람의 행위에 대해 법적인 면에서 정당화를 할 순 없겠으나 우리는 왜 그런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는지, 그 사람이 어떤 상황이고 심정이었을지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즉, 이해가 가능해진다.

여기서 이해라는 단어에 대해 조금만 짚고 넘어가자면, 내가 주로 쓰는 이해라는 단어는 어떤 현상에 대한 이해를 말한다. 간혹 '이해해 준다'로 오인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봤는데 그들이 말하는 것은 현상에 대한 이해가 아닌, 용인의 뜻에 가까웠다.

나는 우리가 이해라는 단어를 사용함에 있어 이해해 준다 보다 이해한다의 뜻으로 생각할 때, 감성적인 접근보다 드라이한 이성적 접근을 채택할 때 비로소 세상에 대한 이해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은 양면이 아닌, 다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무조건적인 정의와 선은 존재하지 않고 불의와 악도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눈에는 끔찍한 빌런으로 보이는 사람이 누군가에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구원자일 수도 있다.

평소에 나를 위하는 것 같던 사람이 중요한 순간 나를 배신하기도 하고, 별로 관계도 없던 사람이 위급한 순간 나를 구할 수도 있다.

어렸을 적 법과 질서를 지키는 것에 관심이 많던 한 아이가, 40대가 되어서는 음주운전을 밥먹듯이 저지르며 스쿨존에서 인명사고를 내고 다니는 사람이 되어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하나의 개인, 사람, 캐릭터에 대한 것들만 봐도 이렇게 복잡하고 다면적이다.

당장 우리부터가 그렇지 않은가?


나는 1년에 한 번 꼴로 미아와 엮인다. 내 레이더가 감지능력이 좋은 건지 길 한복판이나 공공장소 등에서 어린 나이대의 아이가 돌아다니고 있으면 나는 일단 쳐다본다. 아이가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듯한 제스쳐와 방황을 보이고 있고, 주변에 보호자가 없는 듯 보일 때 나는 아이에게 접근한다.

일단 앉아서 눈높이를 맞추고 아무 일 없다는 듯 평범하게 엄마나 아빠는 어딨냐고 물어보면 항상 모르겠다는 답이 왔다. 그 즉시 아이 손을 잡고 부모가 있을만한 장소를 찾아 서성이다 보면 금방 아이를 잃어버렸던 보호자가 등장하고 나는 아이의 반응을 살피며 진짜 부모가 맞는지 확인한다.

아이가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며 달려 나갈 기세가 되면, 아이를 부모님과 만나게 해 주고 나는 조용히 다시 갈 길을 간다.


그럼 나는 착한 사람인가?

나는 착한 사람이 아니다. 나 역시 평소에는 여러 충동을 가지고 산다. 나에게 시비 거는 사람을 해코지하고 싶고 복수의 원칙을 가지고 살며, 타인에게 관심이 별로 없는 편이라 길가에서 누군가 도움을 필요로 해도 돕고 싶은 생각이 솔직히 말해 없다. 평소에 기부도 해본 적 없다.


그럼에도 나는 모종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가지고 있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 다양한 경험들을 가지고 있기에 특정 행동을 하는 것뿐이다.

어린아이를 도와주는 것은 내가 착해서가 아니다. 어린아이니까 도와주는 것이다.

어린아이여도 근처에 보호자로 보이는 인물이 있을 때엔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 그 아이가 도로로 나가려고 하고, 보호자로 보이는 인물이 100m 내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도와줄 뿐이다.


인간 개개인은 복잡하다. 우리의 성격과 기질은 한 두 가지 단어나 mbti 유형 정도로 분류하기 어려울 만큼 세세하게 복잡하다.

우리는 정말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살면서 경험해 온 수많은 사건사고들, 인간관계들, 보고 배운 것들이 자신을 구성하고 영향을 끼친다. 사람들은 나뭇가지가 뻗어나가듯 무한히 분화하고 각자의 모양을 이루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세계는 어떤가?

사람의 그릇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본다.

우리가 속한 이 세계 역시 정말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는 복잡한 곳이다.


나는 주식투자를 즐기고 있는 투자자이기도 하다.

단적인 예시로 국내의 모 반도체 회사의 주가가 떨어졌다고 가정해 보자. 그럼 과연 이 주가 하락에는 '업황이 안 좋다'와 같은 이유 단 하나만 존재할까? 그럴 리 없다. 업황은 문제없는데 단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아서 일수도 있고, 주주환원 정책의 미흡함에 대한 실망감의 반영일 수도 있고, 정부 정책의 영향이나 환율 변동에 의한 영향을 받은 걸 수도 있고, 공장에 큰 화재가 발생한 걸 수도 있다.

심지어는 그저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해 동종업계의 다른 회사보다 상황이 좋은데도 혼자 주가가 지지부진한 걸 수도 있다.


가장 주된 요인으로 추정되는 것은 있을 수 있더라도, 어느 하나의 요인만이 명확한 인과관계를 가지고 주가 변동을 설명할 수는 없는 게 주식시장이다. 항상 수많은 요인들이 얽혀있고 인간이 쉽사리 예측할 수 없는 것, 그것이 시장인 것이다.

이러한 다면성과 복잡성은 경제뿐만 아니라 국제정치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본다.


당장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에서, 누군가는 지도자 개인에 초점을 맞춰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전쟁이 구조적으로 왜 벌어졌는지, 러시아는 왜 확장 행보를 보이고 우크라이나는 왜 나토 가입을 추진했는지에 대해 역사를 공부하고 전쟁발발 이전 두 국가의 상황을 살펴보면 이 지정학적 문제와 국제정치의 흐름에 대해 더 높은 해상도를 가지고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동북아 역사에서도 임진왜란이 왜 발발했는지, 이 전쟁이 향후 역사를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조선의 쇠락에 단순히 임진왜란 만이 영향을 끼친 건지 등등을 생각하며 파보면 더 많은 것들이 보이고, 선조라는 임금과 조선의 장수들, 명과 일본에 대해서도 훨씬 입체적인 시각을 가지게 된다.



AI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 중이다. 물론 나는 이 시대의 진정한 도래가 많은 사람들의 예상보다는 '조금' 늦게 당도할 것이라고 생각 중이지만 어쨌든 현재진행형인 모습이고 많은 곳에서 활용이 시작되며 발전하고 있는 듯하다.

인간은 근 200년간 가파른 발전을 해왔다. 그리고 AI로 인해 그다음 시대는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이런 격동의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는 보는 눈을 키우고 질문하는 능력을 키울 줄 알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세상의 복잡함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끊임없이 질문하고 사고하라.



그것이 내가 마음속에 조용히 품고 살아가는, 다음 시대의 패러다임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