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자기비판과 군중심리 저항력

by 언럭키

내 삶은 회의의 연속이었다.


스스로에게 많은 회의감을 가지고 끊임없이 자신을 비판하고 수정했다.

자기비판과 의심이야말로 사람을 다음 스텝으로 발전시켜 주는 무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여러 경험들을 하며 발생한 가치관이다.


초등학교 4학년 시절, 학급에서 익룡에 대한 얘기가 나왔었다.

그때 누군가가 익룡도 공룡이라는 이야기를 했고, 나는 즉각 반발했다.


"익룡은 공룡이 아니다."


그리고 반 전체의 반발이 되돌아왔다.


"익룡도 공룡인데 무슨 소리냐."


한두 마디 얹어지더니 제법 소란스러워졌다. 모두들 익룡은 공룡이라고 외치고 있었다.

나는 아주 당혹스러웠다. 분명 내가 책에서 본 기억대로라면 익룡은 공룡으로 분류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나 혼자의 주장이 옳은가, 군중들의 주장이 옳은가.


군중에 맞서보는 첫 경험이었다. 나는 긴가민가 싶어 지며 주장의 힘을 꺾고 조용히 넘어갔다.

그리고 학교가 끝나는 즉시 집에서 책과 인터넷을 뒤져보았다. 내가 옳았는지 틀렸는지 너무 궁금했다. 분명 내 기억은 선명했으니까.

인간의 기억이라는 게 온전치 않다는 건 이미 그 나이에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내 기억이 왜곡되고 틀리는 경험을 이미 몇 번 해봤고 틀렸음을 인지한 순간들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 경험은 다른 것이었다. 모두가 맞다고 하는 것에 혼자만 아니라는 주장을 내보는 경험.

그리고 책, 인터넷, 사촌누나를 통해 모두 교차 검증을 거친 결과, 만감이 교차했다.

익룡은 공룡이 아니었다. 내가 옳았고 반 전체가 틀린 것이었다.


이것은 너무나 충격적인 경험이었기에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다. 보통 다수가 주장하는 것이 더 옳을 것이라는 감각이 나 역시 조금은 있었다.

하지만 다수의 군중이 완전히, 해석의 여지없이 틀려버리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때부터 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과연 다수라고 해서 옳은 것인가? 다수를 따라가는 것이 맞는 것인가?

내 결론은 No였다. 다수가 주장한다는 사실은 그 주장이 참인지에 대해 어떤 설명도, 근거도 되어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말들을 쉽게 접해볼 수 있다.

"사람들이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거야~"

사람들의 행동에는 당연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유가 적절한지, 합리적인지, 주장을 훌륭하게 뒷받침해 주는지는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의 나는 그 경험을 통해 군중심리에 대한 저항력을 높일 수 있었다. 이 사건 이후로 10년 넘게 해당 주제에 대해 계속해서 반문하고 고민하면서 정교하게 나만의 대원칙을 깎아나갔고, 현재는 군중심리에 크게 휘둘리지 않는 자신을 만들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면 해당 경험을 반쪽만 흡수하게 됐을 것이다.

나는 군중심리에 맞서 승리하는 경험을 했지만, 동시에 또 다른 공포감을 마주했다.


'나라고 저렇게 틀리지 않을 거란 보장이 있는가?'


인간의 기억이란 것은 완벽하지 않다. 또한 익룡-공룡 논쟁과 달리 답이 없는 문제들도 세상엔 많은데, 항상 내가 좋은 답을 찾아내고 주장하리란 보장이 전혀 없다. 어린 시절의 나는 그것에 대한 고민 역시 추가할 수 있었다.

나라고 틀리지 않는 문제가 있겠는가? 그리고 나라면 그 군중 속에 속했을 때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자신에 대한 의심 없이 확신으로 가득 찬 이들은 추진력이 좋고 속도가 빠를 것이다.

하지만 의심 없이 무비판적으로 돌진한다면 결국 벽에 부딪히거나 낭떠러지로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장의 단기적 결과를 내는 데엔 자기확신이 좋게 작용할 수도 있으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엔 자기의심과 비판을 통해 자신을 단련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한 때, 자기의심과 비판이 자신감을 약화시키고 자존감을 갈아먹진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한 적이 있다.

물론 잘못된 방법으로 자기비판을 써버리면, 예컨대 밑도 끝도 없는 비난을 하고 잘못된 방향성으로 의심을 깎아가면 자신감만 떨어지고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슬프게도 난 이미 몇 년 전에 직접 경험해 봤다.

덕분에 현재는 자기비판 방법을 좀 더 정교하게 수정해서 이것이 나의 자존감과 정서를 해치지 않고, 이성적인 선에서만 깔끔하게 이루어지도록 훈련 중이다.


군중심리와 과도한 자기확신이 왜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도 이해는 된다.

그것은 인간의 편견처럼 인지적으로 매우 효율적인 장치다. 나처럼 계속해서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타인에 대한 범주화, 그로 인한 편견을 견제하고, 군중의 소리를 외면하는 것은 어쩌면 굉장히 피곤한 일이다.

우리의 뇌에게는 상당히 비효율적인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효율만을 추구한다고 해서 그것이 꼭 효율적인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가끔 이렇게 비효율적이더라도 필요한 일을 하는 것.

그것이 오히려 우리의 장기적 성장을 효율적으로 돕지 않을까.



끊임없이 사고하고 비판한다. 언제든 내가 틀릴 수 있음을 인지한다.

누구나 우매함의 봉우리에 올라설 수 있다. 다수가 지향한다고 해서 그것이 옳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항상 스스로에게 새기며 살아가고 있다.

이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기회가 되면 정답이 없는 세상과 이 세상의 다면성, 복잡성에 대한 얘기도 다뤄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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