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인사
여태까지 건강을 화두로 나와 한번이라도 이야기를 나눈 사람은, 오랜만에 만난 경우, 요즘도 운동하고 있냐는 질문으로 안부 인사를 대신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은 한결같다. 그럼요. 이 간단명료한 대답이 썩 마음에 들어서, 언제 물어와도 한결같이 같은 대답을 하는 자신이고 싶어서, 일정한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보통 일주일에 4일, 많으면 5일까지 체육관에 가서 1시간 남짓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다 돌아온다. 시간대는 저녁 9시, 장소는 아파트 단지 내 지하 헬스장. 화려하고 값비싼 시설은 아니지만 언제 방문해도 이용자가 많지 않다는 이점이 있다. 특히 저녁 9시 이후엔 트레드밀 위를 달리는 사람 두어 명을 포함해 근력 운동하는 사람까지 많아야 서너 명, 간혹 운이 좋을 때는 오롯이 혼자뿐인 경우도 있다. 아파트 상가에 위치한, 건물의 2개 층을 통으로 쓰는 대형 센터에서는 아예 새벽 시간대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일 터다.
헬스장 문을 열고 인기척이 없을 때면 환호를 지르고 싶은 기분이 된다. 근력 운동은 원래부터 혼자 하는 법이고 소음이 적으면 적을수록 더 집중이 되니까. 내 성미가 예민한 편이어서라기보단 그저 몰입을 방해받고 싶지 않고 반대로 타인의 몰입을 기합이나 기구 내려놓는 소리로 깨뜨리고 싶지 않다. 세상 어떤 일이든 온전한 몰입에서 온전한 성과가 나온다고 믿는다.
오래된 언더아머 짐백에서 운동화를 꺼내 갈아 신고, 5분 남짓의 워밍 업을 거쳐 워크아웃을 시작한다. 등, 가슴, 어깨, 하체라는 네 가지 큰 범주가 있고 각각의 범주 아래 묶인 세부 루틴들이 있다. 어제는 어깨를 운동할 차례였다. 밀리터리 프레스-덤벨 숄더 프레스-케이블 래터럴 레이즈-페이스 풀 순으로 어깨 근육의 전면과 측면과 후면에 고른 자극을 주겠다는 명료한 목표.
급할 것이 없다. 한 세트를 천천한 템포로 실시하고, 세트와 세트 사이 휴식 시간에 앱에 기록을 남기고, 틈틈이 물을 마셨다.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비트가 적당히 빠른 힙합과 아이돌 최신 곡도 듣는다. 그렇게 많은 일을 하고 나서도 1시간이 채 흐르지 않아 팔도 단련했다. 케이블 머신으로 삼두와 이두를 각각 3세트씩.
10시 반. 혈류가 몰려 펌핑된 어깨와 팔을 헬스장 거울에 비춰보며, 내심 흐뭇하다. 돌아가서 씻고 잠을 자면 어깨의 부피는 원래대로 돌아갈 테지만 이런 일시적 성과라도 마음에 든다. 이제껏 이룩한 어떤 성과든 멀리 떨어져 보면 일시가 아닌 것이 없었으니.
홀로 헬스장 불을 끄고 슬리퍼를 꿰고 짐백을 걸친 쪽 어깨로 문을 미는 사이, 아주 얇디얇은 종이 한 장이, 어제의 위에 살포시 놓였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