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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마귀소년 Dec 09. 2021

진리는 단순한가

파워리프팅에 담긴 이치를 옮기는 데는 많은 글자가 필요하지 않다


진리는 단순하다.


  중학생 시절이라도 능히 그만한 짐작이 들었다. 내겐 인생의 스승님이 즐비했었다. <중학생이 꼭 읽어야 할 시>, <세계문학전집>으로 동주, 신경림, 톨스토이, 헤르만 헤세를 읽으며 참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함도 어렵지 않았다. Be simple. 세상의 참된 이치를 찾고, 그것에 따라 산다.


  살아보니 이론과 현실 사이에는 메워지지 않는 간극 있었다. 내가 마주한 현실이란 무림을 혼란에 빠뜨리는 거악을 무찌르거나, 절대지존이 되기 위해 경쟁자를 차례차례 쓰러뜨리는 활극이 아니었다. 마을 객잔에서 밥을 먹다가 옆 자리의 불한당들과 사소한 일로 시시비비를 다투는, 그저 촌극이었다. 무엇보다  문제는 전설 속 고수들에게 배운 절기絕技를 그런 불한당들에게 써먹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분명히 초식招式의 이름을 외치는 데까진 좋았다. 그 부분까지 좋았는데.. 이상하게 손과 발이 따로 놀고 동작 하나하나가 부드럽게 이어지지 않는 꼴이었다. 고절한 일초一에 제압당한 불한당이 꽁무니를 빼며 도망가거나 무릎을 꿇고 "대인을 몰라뵈었습니다.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하는 응당한 끝맺음을 내기는커녕 별다른 대사도 내뱉지 못하고 자리를 피하는 건 거의 이쪽이었다.    


  모름지기 무협지의 절세고수는 뛰어난 기술이 있기 전에 아주 혹독한 과정을 거쳐 심후한 내공이나 실전 경험을 쌓는 법인데, 당시엔 그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기세 좋게 객잔에 들어갔다 번번히 패하고 나서, 영문을 몰라 스승님이 계신 곳을 돌아보았다. 나혼자 눈높이가 같아졌다고 착각했던 윤동주와 톨스토이는 끝 모를 높이의 구름 위에서 고고히 앉아 있었다. 백면서생은 비로소 주제를 깨닫고 고개를 떨구었다.

 

  글만 읽다가 고교로, 대학으로, 사회로 나아가 마주한 현실의 양상은 소설의 5단 구성처럼 그리 간단명료하지 않았다. 세상에는 너무 많은 사람과 그 수만큼의 욕심이 있었. 개중에는 욕심을 채우려 단순한 사실에 허울을 덧씌움으로써 복잡다단 거짓을 만드는 자들이 있다. 그보다 더 괴로운 건, 실을 알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거짓말의 주체들이 훼방을 놓는 이다.


  무협지에도 그런 자들이 종종 등장하지만 보통은 전지적 작가의 시점으로 못된 의도의 실상을 낱낱이 까발리기에 단순하다고 느낄 뿐, 현실에서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이라는 좁디좁은 시야로 전체상을 조망하기 어렵다.


  고전을 읽다 잠깐 뉴스를 보려니 온갖 중상모략, 음해, 날조, 왜곡 보도에 구역질이 나서 금세 꺼버린다. 대형 커뮤니티는 자정 능력을 오래 전에 상실하고 집단 무지성의 공간으로 전락했다. 거짓말의 온상으로 SNS와 유튜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금까지 날 현혹했던 여러 부류 생각난다. 입시 컨설팅, 자동차 매물, 대게 흥정, 중고물품 거래, 영자신문 구독, 세 옷가게, 외 중개, 역구 국회의원의 공약.. 또 뭐였을까? 하나같이 허울만 번드르르한 거짓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진상을 알게 되었을 땐 배신감으로 기분이 상했다.  


  피트니스도 예외는 아니다. 구독 중인 운동 유튜버가 피트니스 시장의 거짓에 대한 이야기를 하길래 흥미롭게 듣는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현대인들이 늘어나서 피트니스가 돈이 된다. 그런데 단순한 이치만 갖고는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 어렵다. 달리 말해 돈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자극적인 허울을 만들어 내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현혹시킨다. 현혹된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돈을 갖다 바친다.  거짓말에 속아 돈뿐만 아니라 건강까지 잃는 경우도 있다.


 거짓된 말로 이익을 꾀하는 자들은 도처에 있다. 그리고 그에 속아넘어가 피해를 보는 시민들도 있다. 시민들은 무공 비급도 금화도 없으니 약아빠진 그들을 상대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나는 절대고수의 출현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악인들의 상대는 관청에 소속된 판관과 군졸들의 몫이다. 시스템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악인들을 엄중히 꾸짖고 단죄해야 한다. 피해자들이 고통으로 신음하다가 아예 손을 놔버리거나 불법적인 자구책을 꺼내기 전에, 시스템이 신속히 구제해야 한다.

  

  소시민들로서는 도리와 인을 저버린 자들에게 대항할 수가 많지 않으니 처음부터 속지 않는 게 상책이라 생각한다. 그러려면 주관과 판단력이 바로 서야한다. 어렵다, 귀찮다, 힘들다고 남의 머리에 의탁하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 론 나도 노력 중이다.


  인생의 진리는 단순하다는 문호의 가르침을 여전히 마음에 새기고 산다. 조금씩이나마 가르침을 실전 경험으로 옮겨보기도 한다. 정치, 사회적 사건, 직장 업무, 대인 관계, 자본의 운용, 자선단체 기부, 그밖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 모두에 가르침이 통용되는지 테스트해 본다. 대상에 담긴 이치를 이런 짧은 글로 하나씩 정리해보기도 한다. 


  파워리프팅의 요결要訣 겨보니, 많은 글자가 필요하지 않다.

1. 바벨을 밀거나 당긴다.
2. 적은 횟수로, 무겁게 운동한다.
3. 강하게 운동하고, 강하게 먹고, 강하게 쉰다.
4. 날마다 조금씩 무게를 늘려간다.


  파워리프팅 서적, 유튜브, 경기 영상에서 접하는 정보도 많지 않다. 내가 그런 것들에게 얻는 것은 핵심적인 운동의 정확한 자세, 그리고 동기다. 고강도로 운동하고 거침없이 먹고 양질의 휴식을 하며 육체를 강하게 단련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매료된다.


  신체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해 무거운 바벨을 든다, 라는 진리에 거짓이 끼어들 일말의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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