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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마귀소년 Dec 23. 2021

내 홈짐을 소개합니다

뱀의 머리로 시작해 용의 꼬리로 나아가는 중입니다




외딴방 체육관의 초창기 모습

  홈짐의 역사는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은 간단한 운동들을 할 정도로 생각했다. 실내 자전거와 각도 조절이 되는 벤치, 바벨과 원판, 덤벨 두 개, 푸시업 바, 도톰한 소음 방지 매트.


  집에서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감격은 1년이나 이어졌을까. 푸시업, 런지, 덤벨 스쿼트 같은 몇 가지 운동은 할 만했으나 바벨을 걸쳐놓을 수 있는 받침대(rack)가 없고 원판의 무게가 한정되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시들어갔다. 자전거에 외투며 덜 마른 이불을 걸치는 일도 날로 빈번해졌다.


  그 상황에서 새로 기구를 더 사들여봤자 더 새롭고 더 비싼 옷걸이로나 쓰게 될 거라는 걱정 때문에 자제하고, 2019년에는 아침 일찍 문을 여는 헬스장에 가서 사부작사부작했다.


  꽤 비싼 비용에도 불구하고 출근 전에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등록 기간이 반년을 훌쩍 넘겼는데, 그마저도 2020년 2월 경 코로나의 본격적인 확산과 함께 제대로 결딴 났다. 호시탐탐 체육관으로 돌아갈 날을 노렸으나 가망이 없었다. 이제 근력 운동을 하려면 집뿐이었다.


  2020년 3월부터 파워리프팅과 스트렝스 훈련에 관한 자료들을 참조하며, 내가 희망하는 훈련에 적합한 운동 기구들을 찾아보고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그해 여름께 운동을 재개하면서 본격적으로 기구를 집에 들이기 시작한다. 초급자 수준의 실력으로 비싼 기구를 사는 것이 격에 맞지 않았으나 장기적으로 운동하겠다는 계획 아래, 너무 비싸지 않은 기구들 위주로 천천히 방을 채웠다.


가장 최근의 모습

  

  외딴방에 차린 체육관의 주인이자 유일한 사용자로서, 혹여 같은 뜻을 지닌 동지나 이제 막 스트렝스 훈련을 시작하려는 입문자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여 홈짐 소개 글을 남긴다. 위 사진에 있는 번호는 장만 순서와는 상관이 없으며 시계 방향 순으로 기구를 나눠서 소개하려는 편의상 붙인 것이다.




#1 치닝 디핑

  치닝은 턱걸이, 디핑은 평행봉 운동을 의미한다. 턱걸이와 평행봉 운동 두 가지를 할 수 있는 기구이다. 내가 산 기구는 그런 기본에다 기둥 상단과 하단에 바벨을 얹을 수 있는 캐쳐 바(catcher bar)와 벤치 프레스 운동 시에 바벨을 거치할 수 있는 제이컵(j-cups)을 달아놓음으로써 기능을 다양화하였다. 파워리프팅의 기본인 3대 운동 벤치 프레스, 바벨 스쿼트, 데드리프트 외에도 오버 헤드 프레스, 바벨 로우, 그리고 치닝과 디핑까지 해서 총 7가지의 중요한 근력 운동을 수행할 수 있다. 새로 운동을 시작하려는 사람에게는 치닝 디핑보다는 파워 랙을 추천한다. 파워 랙이라는 박스 형태의 기구가 더 견고하며 보편적으로 쓰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2  바벨과 덤벨

  바벨은 역기다. 긴 바의 양 끝에 원판을 끼고 조임쇠로 고정시킨 다음 위아래로 밀거나 당기는 기구이다. #1, #3과 더불어 홈트의 핵심 요소다. 남자용의 규격은 길이 2.2m, 무게 20kg이지만 방의 부피와 운신의 폭을 고려해서 1.9m에, 15.5kg짜리 바벨을 구입해서 쓰고 있다. 그보다 짧은 바벨은 처음에 산 것으로 1.3m에, 10kg짜리이며 현재는 거의 쓰지 않는다.

  덤벨은 바벨과 달리 한 손으로 들고 운동할 수 있으며 한참 낮은 무게로도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헬스장의 덤벨은 보통 무게가 정해져 있고 숫자로 표기되어 있으나, 내 것은 바벨과 마찬가지로 어떤 원판을 끼우느냐에 따라 무게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3 원판

  원판은 원반 모양의 중량물이다. 바벨 양쪽에다 추가할 수 있으며 규격 가운데 20kg이 가장 무겁고 0.25kg이 가장 가볍다. 재질이 플라스틱인 것이 싸고 금속은 비싸며, 껍질이 고무인 것이 싸고 우레탄은 비싸다. 나는 우레탄으로 금속을 둘러싼 고급형 갖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원판을 모두 합친 무게가 40kg였고, 운동 실력이 향상됨에 따라 원판을 조금씩 조금씩 추가해서 지금은 160kg에 육박한다. 원판 구입에 들어간 돈만도 만만치 않다.


#4 벤치

  벤치는 앉거나 누워서 운동을 할 수 있는 의자다. 기본형은 플랫 벤치로 평평한 모양이며, 변형으로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유틸리티 벤치도 있다. 처음엔 기능이 많은 것이 좋겠다 싶어 유틸리티 벤치를 구입했으나 벤치 프레스를 하는 동안 등을 단단하게 받쳐주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수행에 지장을 받지 않고자 원래 갖고 있던 걸 동생에게 주고, 플랫 벤치를 새로 장만했다.    


#5 데드리프트 랙

  데드리프트 랙은 땅에서 바벨을 들어올렸다가 내리는 컨벤셔널 데드리프트 운동을 위한 기구이다. 데드리프트는 여러 프리웨이트 운동 가운데 가장 무거운 무게로 실시하는데, 나의 경우 아파트에 홈짐을 차려놓다 보니 바벨을 내리는 과정에서 쿵 하는 소리와 진동이 발생한다. 아무리 주의를 기울인다 해도 아래층 사람에게 피해를 끼칠 것이니, 소음을 최소화하고자 마련했다. 쇠 구조물에 나일론 소재의 슬링(고리)을 거는 구조로 되어 있고 그 위에 바벨을 올려 사용한다. 바벨을 들었다가 랙에 내려놓으면 원판이 땅에 닿지 않고, 흰색 슬링이 충격을 흡수한다.  


#6 스트레칭 밴드와 폼롤러

  운동 전의 워밍업과 운동 후의 쿨다운을 위한 기구다. 스트레칭 밴드는 양 손에 감아쥐고 늘였다 줄임으로써 상체를 위주로 자극할 수 있고, 폼롤러는 몸 아래에 두고 굴림으로써 전신을 골고루 자극할 수 있다. 밴드와 폼롤러가 유용하지만 완전한 것은 아니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맨몸을 움직이는 동적 스트레칭까지 동원해야 근육에 긴장을 주고 관절의 가동 범위를 크게 만듦으로써 부상을 방지할 수 있다.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홈짐은 뱀의 머리로 시작해서 차근차근 용의 꼬리로 나아가는 중이다. 몸도 홈짐과 함께 차근차근 탈바꿈 중이다.


  시작은 뱀 머리라 부르기에도 초라 육신이었다. 이 년쯤 달구고 두드리고 담금질다보니, 허물을 한 차례 벗어났다는 느낌을 받는다. 우 한 장이다. 이벗겨내는 데 무척이나 용을 썼다.


  내게 잠재된 허물이 몇 장이 남았는지 알 수 없으나 괘념치 않는다. 은 호수 아래서 홀로 거듭거듭 , 용 꼬리까지는 못되더라도  이무기 꼬리까지는 만들고 말겠다는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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