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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마귀소년 Dec 02. 2021

매일 조금씩 더하라

어찌됐든 오늘 한 걸음을 나아갔다

닥치고 시작하라.
멈추지 말고 나아가라.
그리고 매일 조금씩 더하라.



  위는 책 <남자는 힘이다>의 저자가 역설하는 스트렝스 훈련의 3원칙이다. 영어로 것을 더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우리말로 바꿔보았다. 앞선 글에서 '시작하라'와 '나아가라' 두 가지 원칙워크아웃에 어떻게 적용하려했는가다루었다. 이번은 마지막 원칙 '더하라'에 대한 이야기다.

  파워리프팅을 시작한 초심자는 단기간 빠른 향상을 맛볼 수 있다고 한다. 체육관에서 홀로 파워리프팅을 시작한 입문기에는 나도 그랬다.  거의 정체 없이, 매 워크아웃마다 증량을 해도 번쩍번쩍 들리곤 했다.

  정확한 수치로 표현되는 능력의 향상이라니. 이게 얼마나 현실에서 맛보기가 힘든 보상인가. 고교 시절의 시험 공부나 고도비만기의 다이어트에 비할 만하다. 초반 6개월 간은 운동을 게을리하거나 중단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그러다가 1년을 넘긴 시점부터 운동의 종류와 상관 없이 증량의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밀리터리 프레스는 몇 주가 지나도록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바벨을 등에 지는 백 스쿼트나 바벨을 땅에서 들어올리는 데드리프트는 무게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자 허리에 많은 부하가 걸리면서 통증이 생겨났다. 전에 없었던 실패, 통증에 대한 두려움이 운동에 대한 의욕을 떨어뜨렸다.

  피트니스 책과 유튜브 영상 기웃거리면서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강구했다. 무게를 줄이거나, 횟수를 줄이거나, 세트 수를 줄이는 방법이 다. 아니면 워크아웃마다 강도를 다르게 하는 것도 있다.


  결론적으로 3가지 운동 중량을 합쳐 500kg을 만들겠다는 신체능력 대비 과한 욕심을 내려놓고 일주일 단위로 아주 적은 무게라도 늘리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또 본 세트에서 5회를 무조건 들어야한다는 생각에 집착하지 않았다. 바벨을 들다가도 힘이 부친다 싶으면 3회에도 만족했다. 그리고 경과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 수첩에 매주 본세트 중량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수첩을 펼쳐 지난 기록을 되짚어보니 입문기보다 현저히 느리지만 지속적으로 무게가 향상되었음을 깨닫는다. 단기적으로는 지지부진할지언정 조급해하지 않으면 된다. 어제까지 숱하게 바벨에 깔려 버둥댔더라도, 오늘 1번 들어올렸다면 분명한 진전이다. 내일은 2번을 들어올릴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지지부진한 게 어디 운동 뿐일까. 인생이  지지부진 그 자체다. 30대로 접어들고 경력을 조금 쌓을 때쯤 직장 분위기가 굉장히 삭막해졌다. 뜻을 갖고 의욕적으로 한 일이 리더에게 인정 받기는커녕 더 잘하지 못했다고 욕을 먹는 지경이 됐다. 일을 하며 몸이 나빠진 동료들에게 리더는 배려는커녕 몹시 쌀쌀 맞게 굴었다. 다년간의 관찰과 경험으로, 내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조직이 그것을 막아줄거라는 믿음을 완전히 접었다.


  그로 인해 방어기제가 발동했고 진일보의 의욕을 상실했다.  제자리만 잘 지켜도 쌀이 나오고 돈이 나온다는 생각에 장기적인 비전을 외면했다. 업무, 독서, 글쓰기, 운동 중 어떤 것에도 동기를 일으키지 못한 채로 망연히 앉아 있었다. 지난 몇 년을 그랬다.


  오늘은 이부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방에서 운동을 하고 사회과학 분야의 책을 조금 읽었다. 어저께 구해놓은 글감을 재단해서 듬성듬성한 시침질로 이어붙였다. 없는 재주로 한참을 조물락거린 끝에 간신히 글의 형태를 갖췄다. 나는 구김이 없도록 글을 잘 펼친 다음 우리집 앞 대문에다 걸어놓는다.   


  여러분이 지나가는 길에 그걸 본다는 생각이 듦에 근심스럽기도 하지만 그보다 중한 건 따로 있다. 어제로부터 진일보했다, 라는 자각이다. 어찌됐든 나는 오늘 한 걸음을 나아갔다.


  그러나 한 걸음은 한 걸음일 뿐이다. 이쯤에 만족하고 제자리를 뭉갤 것이냐 계속해서 경계를 허물고 전진할 것이냐는 장담할 수 없다. 다시 눈뜰 내일 아침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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