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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마귀소년 Jan 04. 2022

어머니의 기도

무슨 치성을 드리기에 저들은 순례를 멈추는 법이 없을까

사진 출처: pixabay




한리 산44번지에 우뚝하게 솟은 성지

아래 길고 긴 돌층계를 오르는 객客들

각양복장을 하여

각색의 고뇌를 짊어지고

가쁜 호흡 눌러가며 발자국을 옮긴다.

이곳은 공자의 무덤도

석가모니의 보리수도 없는데

무슨 치성을 드리기에

순례를 멈추는 법이 없을까.


이윽고

아침처음으로 비추는 

시린 바닥에 무릎을 꿇고

불을 켜 한 점 남은 어둠마저 

, 꺼트리고는

고이 접은 비원悲願을 품에서 꺼낸다.


새해에는,

00이 대학에 꼬옥 붙게 해 주시고

00아빠 사업 번창하게 하소서.

연로한 시어매 겨울 나게 하시고

촌에 계신 울엄마 울아버지까지

하나도 빼지 말고 건강하게 하소서.

...


아아 목마른 자여, 

신이 계시다면

어찌 이 소리를 듣지 못하리.

어찌 이 짐진 자들을 긍휼히 여기지 않으리.


엎드린 등 위로

그칠 줄 모르고 뿜어 내던 기도의 열기

어둠이 돌아와

구석구석 뒤덮고 나서야 비로소 사윈다.

땀에 젖고 구겨진 그들은

저마다의 집으로 돌아가

안도를 베고 누워,

다시 뜰 근심보다

서둘러 떠날 것을 기약한다.








대한리 산44번지의 관봉 석조여래좌상, 출처 경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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