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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마귀소년 Nov 01. 2021

워크아웃 B

외딴방에 차린 체육관

사진 출처: 까마귀소년




  월요일 새벽에 할 워크아웃 B를 주말 오후에 여유롭게 실시했다. 지난 '외딴방 체육관' 글에서 소개한 조촐한 기구들 사진이다. 한 컷에 들어오는 저것들이 전부인데도, 구입 비용이 대략 100만 원 전후다. 뭐 100씩이나 하나 싶을 수도 있지만, 나름대로 가성비를 따져 고른 게 저렇다. 예산을 깎으려다 보니 기구 하나하나의 퀄리티가 떨어져서 안전이나 사용감 측면에서 불만족스러웠다.


  여하튼 널찍한 체육관에서 하던 이런저런 운동을 협소한 방구석에서 따라하는 게 만만치 않다. 첫째로, 전후좌우 폭이 좁아 파워 랙이나 바벨의 규격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었다. 체육관에서 쓰던 20kg 무게의 기본 바벨만 해도 총길이가 2.2m로 방 폭에 비해 지나치게 길다.


  짧은 바벨로 운동하면 될 것 아니냐? 싶을 수도 있으나 길이가 짧은 바벨의 큰 단점은 원판을 꽂는 슬리브의 길이도 짧다는 것이다. 스쿼트나 데드리프트처럼 최대 힘을 활용하는 운동들은 초보 딱지를 뗀 수준만 해도 100kg 이상의 중량이 필요하다. 바벨 무게를 빼더라도 원판으로 80kg 이상을 꽂아야 하는데, 슬리브의 길이가 짧으면 원판을 조금밖에 꽂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타협점은 1.9m였다. 사진에서 보듯 1.9도 길이가 상당해서, 바벨을 랙에서 뽑으면 운신할 수 있는 폭이 매우 좁다.


  더 큰 문제는 바닥이다. 충격과 소음을 흡수하려고 매트를 깔았지만 그게 뭐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아파트에서 아이들이 살짝만 뛰어도 아래층에서는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라는데 쇳덩이를 체육관 바닥처럼 쿵쿵 내려놨다가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그러다 보니 원판 하나 내려놓을 때도 아기 다루듯 얌전하게 할 수밖에 없고, 자연히 모든 운동의 수행에 얼마간의 지장이 생긴다.


  제일 우려되는 운동은 데드리프트다. 파워리프팅 프로그램에서는 랙에서 뽑아서 하는 루마니안 데드리프트보다 땅에서 시작하는 컨벤셔널, 또는 스티프 레그 데드리프트를 포함한다. 그래서 바닥에 두고 데드리프트를 하고 있는데, 빈 봉이나 워밍업 단계에서는 중량을 안전하게 컨트롤할 수 있으나 최대 중량으로 가면 그게 잘 안된다. 있는 힘껏 들고나서 내려놓다보면 조금씩이라도 쿵 소리가 나고 마는 거다.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는 아래층에서 아무 말이 없다. 그런데 만약 아래층 사람이 소음에 둔감한 게 아니라, 고통을 꾹꾹 참아가며 분노 게이지를 모으고 있는 중이라면? 답 없다. 다른 방식을 찾아야 한다.


워크아웃 B는 아래와 같다.


1. 어시스트 풀업 5회X5세트

2. 벤치 프레스 5회X5세트

3. 스티프 레그 데드리프트 5회X5세트

4. 바벨 로우 / 원암 덤벨 로우 5회X5세트


  어시스트 풀업은 지난 글에서처럼, 수행 능력이 늘 때까지 매 워크아웃에 포함시키고 있다. 벤치 프레스는 체육관에서 다소 무리한 무게로 수행하다가 바벨에 깔린 경험이 몇 번 있어서 바벨 캐쳐 바를 기구에 추가로 달았다. 방에서 운동하다가 바벨에 깔리더라도, 내겐 도와줄 사람이 없어서 자력으로 빠져나와야 한다. 캐쳐 바가 필수다. 스티프 레그는 아까 위에서 썼듯 층간 소음이 우려되어 앞으로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계속 무게를 늘려갈수록 바벨을 컨트롤하기 힘들어질 게 뻔하므로, 무게를 무지 천천히 늘려가거나 쿵쿵거림에 더 심해지면 다른 데드리프트로 변경해야 한다.


  로우는 바벨 로우가 정석이지만, 과거에 허리디스크를 앓았고 지금도 무게를 과하게 늘리면 허리 통증이 재발하는 관계로 벤치에 체중을 싣고 한 팔씩 덤벨 로우를 실시한다. 또 다른 이유는 바벨 로우라는 운동 자체가 어렵다. 나 혼자서 이렇게 저렇게 해보면서도 제대로 실시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과거에 PT를 받긴 했지만, 여전히 모르겠다.


  위의 프로그램 말고도 책에서는 두어 가지 운동을 더 권했다. 바벨 컬(이두), 행잉 레그 레이즈(복근), 카프 레이즈(종아리) 등이다. 이것들을 하면 좋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런데 포함시키지 않는 건 아침에 정해진 시간(40~50분) 내에 저것들을 다 할 자신이 없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다.


  운동이란 건 혼자보다는 여럿이 하는 게 일반적이다. 특히 구기 종목은 최소한 2명 이상이 참여해서 경쟁하고 협력한다.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은 그런 점을 좋아해서 보거나 직접 하겠지만, 되도록 경쟁을 피하고자 하는 나 같은 위인에게는 외딴방에서 혼자 쇳덩이를 들었다가 놨다가 하는 운동이 딱이다. 좁은 공간과 최소한의 기구만으로 육체를 단련하고 자존감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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