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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마귀소년 Nov 01. 2021

애슬레져 룩

평일의 출근 룩과는 완전히 대비되는 편안함과 기능성

사진 출처: www.pixabay.com




애슬레져 룩Athleisure look: 애슬레틱(athletic)과 레저(leisure)를 합친 스포츠웨어 용어로, ‘가벼운 스포츠웨어’라 할 수 있다. 이는 일상에서도 편안한 스포츠웨어 차림을 하는 현대인의 추세를 반영해, 일상생활과 레저를 동시에 즐기면서도 스타일까지 연출할 수 있는 의상을 뜻한다.


  이 말이 패션잡지를 통해 흘러나온 것이 짧게 잡아도 5년은 되었으리라. 워낙 오랜 기간 쓰이다 보니 원래부터 있던 용어처럼 자연스러운 느낌이 든다. 상식사전에서 긁어 온 설명대로 격식보다 편안함, 바꿔 말해 집단보다 개인의 가치를 중시하는 현대인의 정체성에 적합한 추세임이 분명하다. 사람들의 인식과 선호가 바뀌면서 스포츠웨어 브랜드가 패션 전반으로 영역을 마구 넓혀가고 있는 게 보인다.


  나이키나 아디다스가 스트릿, 캐주얼을 가리지 않고 마구 집어삼킨다. 올해 나이키의 모델이 운동선수였던가? 얼핏 떠오르는 근래의 모델은 연예인, 인플루언서, 디자이너, 심지어 일반인도 있었다. 확인 차 나이키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해보니 프로게이머가 운동선수를 제치고 앞쪽에 나와 있다. 물론 게임도 스포츠는 스포츠지만, 농구선수가 몸을 쓰는 것과 게이머가 몸을 쓰는 것은 얼마나 차이가 큰가.


  남자의 우아함은 클래식한 복식에서 나온다, 라는 둥의 글을 쓰긴 했는데 사실 뼛속까지 클래식 마니아는 못 된다. 클래식 마니아들 중에서는 주말의 외출 시에도 재킷과 셔츠로 그럴듯하게 차려입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일요일에 홀로 쇼핑을 한다든가 누군가를 만나러 갈 일이 있다면 신경을 쓰지만, 아이를 데리고 나가는 날은 무조건 편안한 복장으로 갈아입는다. 그때의 복장은 무조건 스포츠웨어가 될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운동복이라면 무조건 나이키! 였는데 몇 년 전부터는 언더아머로 확실히 갈아탔다. 언더아머가 나이키보다 더 좋아진 이유는 파워리프팅과 드웨인 존슨의 영향인데, 이 내용은 다른 글에서 다뤄보려 한다.


내가 선호하는 주말 외출 룩은 대체로 이런 조합이다.


1. 봄, 여름: 반팔 티셔츠+반바지+버켄스탁 슬리퍼

2. 가을: 스웻 셔츠+조거 팬츠+버켄스탁 슬리퍼

3. 겨울: 숏 패딩+집업 후드+스웻 셔츠+조거 팬츠+운동화


  평일의 출근 룩과는 완전히 대비되는 편안함과 기능성이 보장된다. 장시간 밖에 머물러도 복장이 몸을 구속하지 않는다. 옷에 뭐가 묻을까봐 몸을 사릴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이의 사소한 요구를 불편함 없이 척척 들어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클래식은 클래식 대로, 스포츠웨어는 스포츠웨어대로 쓸모가 있고 애착이 간다. 내 복장의 경계가 확실해서인지 아침 시간에 셔츠나 니트를 입고 있으면 아이가 '아빠 일하러 가요?'라고 묻기도 한다. 그리고 출근 준비를 마친 뒤에 아빠가 멋있느냐고 물으면 대체로 그렇다, 는 대답을 한다.


  먼 나중을 상상한다. 어느 정도 큰 아이가 옷장에서 예쁜 옷을 꺼내 근사하게 차려입은 뒤 뭘 사야 하니 나가자고 조르거나, 후줄근하게 입고 있는 제 아버지를 보며 '집에서도 신경 좀 써요' 같이 잔소리하는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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