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초기, 바깥활동이 조심스럽기도 했고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유행함에 따라 사회적으로도 공포와 두려움이 지배했던 시기였다. 나 역시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지키며 최소한의 외출만 했었다. 그 시기 마스크 구하는 것도 쉽지 않던 때라 출근을 제외하곤 집에만 있었다. (난 이맘때쯤 마스크 구입에 성공하는 꿈도 꿨었다.....ㅠㅠㅠ)
그러자 좋은 거, 예쁜 거 보고 기분 전환하라고 엄마가 가져온 봄이었다.
역시나 나는 이 화분의 이름을 몰랐다.
아는 식물만 알고 있는(떡갈 고무나무, 뱅갈 고무나무.... 정도..?!) 나는 다음 앱을 열어 꽃 이름 검색을 했다.
분홍 꽃을 가득 품고 있는 이 아이는 카랑코에, 다육과 식물이었다.
검색해보니 누구나 쉽게 기를 수 있는 식물이라고 한다.
물 주기에 소홀했고 한동안 신경을 못썼더니 예뻤던 화분이 점점 생기를 잃었다.
일단 영양 듬뿍 받으라고 영양제를 꽂고 물도 주고 빛도 보여줬더니 다시 잘 자랐다.
(왠지, 식물도 영양제를 꽂아주면 농축된 영양 주사를 맞는 느낌이 라랄까?!)
그렇게 시간이 흘러 뱃속의 아가도 무럭무럭 커졌고 카랑코에 역시도 무럭무럭 자랐다.
공중뿌리: 오른쪽 줄기 가운데
그러다 보니 처음 우리 집에 온 모습과 다르게 카랑코에 키가 커지기 시작했고 줄기와 줄기가 이어지는 부분에 겨드랑이 털 같은 게 생겼다. (사람들이 겨드랑이 털 같다고 하는데 진짜 그런다..ㅋㅋ)
초보 가드너.
또 네이버 검색. 공중 뿌리라고 한다.
공중 뿌리
1. 습도 조절 안 돼 생길 수 있음. 2. 그 부위를 잘라 바로 흙에 꽂으면 번식시킬 수 있음. (그대로 흙꽂이 가능)
1. 왼쪽: 공중 뿌리 잘라 심은 식물 2. 오른쪽: 카랑코에 모체
무식하고 용감한 초보 가드너는 내 맘대로 댕강댕강. 고민 없이, 거침없이 잘라버렸다.
바로 흙에 꽂았다.
진짜 될까?
며칠 동안은 분갈이 후 몸 살 앓을까 그냥 뒀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나자 실제로 튼튼하게 자라고 있는 식물을 발견했다.
그러는 동안 벌써 2020년 11월이 되었다.
나는 아가를 출산했다.출산 이후 나의 온 신경은 아가에게 집중됐다.
거실 한편에 자리하고 있는 식물들에게 나는 최소한의 정성만 보였다. 간간히 물만 줬다.
(아가 태어난 지 30일쯤 되니 드디어 집안의 꼴이 보였다. 똑떨어진 휴지와 치약. 식물에게 물은 언제 줬는지 기억도 안 나는..)
출산 전 남편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사람들이 말하길, 아가 키우기도 엄청 힘들고어렵다는데 식물도 같이 키울 수 있을까?"
태어난 아가가 생후 70일 정도 될 무렵.
제법 패턴다운 패턴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나에게 어느 정도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그제야 무성한 정글을 이루고 있고 키만 길쭉하니 커가는 우리 집 식물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거실 창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우리 집 식물들.
떡갈 고무나무 모체, 아가 고무나무 3그루, 카랑코에 모체, 아가 카랑코에! 그리고 새로운 가족, 장미허브(장미허브는 다음번에)!
온 가족이 아가의 생체 리듬에 맞게 생활하다 보니 집안의 커튼은 대부분 닫혀있기 일쑤였다.
낮이고 밤이고 상관없이.
돌이켜보면 이러한 상황들이 식물이 건강하게 자라지 못하는 환경이었던 것 같다.
아가가 만들어주는 휴식시간에 나는 식물 앞에 앉아 맘대로 가지치기를 했다.
나는 용감한 초보 가드너이기 때문이다.
1. 다시 또 모체를 가지치기 2. 가지치기 후 그대로 삽목 3. 남은 잎(장미허브 잎도 보임)
댕강 자른 줄기들을 흙에 또 꽂았다.
웃자란 카랑코에에서 꽤 많은 카랑코에가 만들어졌다. 왠지 너무 설레고 좋았다. (이만큼 많은 카랑코에 화분이 생겼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