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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빠른거북 Apr 04. 2021

집 안으로 봄을 가져옴

2년간 우리 집 유일한 식물은 떡갈 고무나무였다.

떡갈 고무나무 모체, 아가 고무나무 3그루. (첫 물꽂이 아가 고무나무는 엄마에게 갔으니!)



2020년 봄.

우리 가족은 새로운 변화를 맞이했다.


뱃속에 아가가 생겼고 떡갈 고무나무만 알던 나에게 새로운 식물이 들어왔다.


임신 초기, 바깥활동이 조심스럽기도 했고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유행함에 따라 사회적으로도 공포와 두려움이 지배했던 시기였다. 나 역시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지키며 최소한의 외출만 했었다. 그 시기 마스크 구하는 것도 쉽지 않던 때라 출근을 제외하곤 집에만 있었다. (난 이맘때쯤 마스크 구입에 성공하는 꿈도 꿨었다.....ㅠㅠㅠ)

그러자 좋은 거, 예쁜 거 보고 기분 전환하라고 엄마가 가져온 봄이었다.



역시나 나는 이 화분의 이름을 몰랐다.

아는 식물만 알고 있는(떡갈 고무나무, 뱅갈 고무나무.... 정도..?!) 나는 다음 앱을 열어 꽃 이름 검색을 했다.

분홍 꽃을 가득 품고 있는 이 아이는 카랑코에, 다육과 식물이었다.

검색해보니 누구나 쉽게 기를 수 있는 식물이라고 한다.



주기에 소홀했고 한동안 신경을 못썼더니 예뻤던 화분이 점점 생기를 잃었다.

일단 영양 듬뿍 받으라고 영양제를 꽂고 물도 주고 빛도 보여줬더니 다시 잘 자랐다.

(왠지, 식물도 영양제를 꽂아주면 농축된 영양 주사를 맞는 느낌이 라랄까?!)





그렇게 시간이 흘러 뱃속의 아가도 무럭무럭 커졌고 카랑코에 역시도 무럭무럭 자랐다.



공중뿌리: 오른쪽 줄기 가운데


그러다 보니 처음 우리 집에 온 모습과 다르게 카랑코에 키가 커지기 시작했고 줄기와 줄기가 이어지는 부분에 겨드랑이 털 같은 게 생겼다. (사람들이 겨드랑이 털 같다고 하는데 진짜 그런다..ㅋㅋ)


초보 가드너.

또 네이버 검색. 공중 뿌리라고 한다.



공중 뿌리 

1. 습도 조절 안 돼 생길 수 있음.
2. 그 부위를 잘라 바로 흙에 꽂으면 번식시킬 수 있음. (그대로 흙꽂이 가능)



1. 왼쪽: 공중 뿌리 잘라 심은 식물  2. 오른쪽: 카랑코에 모체

무식하고 용감한 초보 가드너는 내 맘대로 댕강댕강. 고민 없이, 거침없이 잘라버렸다.


바로 흙에 꽂았다.


진짜 될까?


며칠 동안은 분갈이 후 몸 살 앓을까 그냥 뒀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나자 실제로 튼튼하게 자라고 있는 식물을 발견했다.






그러는 동안 벌써 2020년 11월이 되었다.


는 아가를 출산했다. 산 이후 나의 온 신경은 아가에게 집중됐다.

거실 한편에 자리하고 있는 식물들에게 나는 최소한의 정성만 보였다. 간간히 물만 줬다.

(아가 태어난 지 30일쯤 되니 드디어 집안의 꼴이 보였다. 똑떨어진 휴지와 치약. 식물에게 물은 언제 줬는지 기억도 안 나는..)


 

출산 전 남편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사람들이 말하길, 아가 키우기도 엄청 힘들고 어렵다는데 식물도 같이 키울 수 있을까?"



태어난 아가가 생후 70일 정도 될 무렵.

제법 패턴다운 패턴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나에게 어느 정도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그제야 무성한 정글을 이루고 있고 키만 길쭉하니 커가는 우리 집 식물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거실 창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우리 집 식물들.

떡갈 고무나무 모체, 아가 고무나무 3그루, 카랑코에 모체, 아가 랑코에! 그리고 새로운 가족, 장미허브(장미허브는 다음번에)!



온 가족이 아가의 생체 리듬에 맞게 생활하다 보니 집안의 커튼은 대부분 닫혀있기 일쑤였다.

낮이고 밤이고 상관없이.

돌이켜보면 이러한 상황들이 식물이 건강하게 자라지 못하는 환경이었던 것 같다.



아가가 만들어주는 휴식시간에 나는 식물 앞에 앉아 맘대로 가지치기를 했다.

나는 용감한 초보 가드너이기 때문이다.


1. 다시 또 모체를 가지치기     2. 가지치기 후 그대로 삽목     3. 남은 잎(장미허브 잎도 보임)


댕강 자른 줄기들을 흙에 또 꽂았다.

웃자란 카랑코에에서 꽤 많은 카랑코에가 만들어졌다. 왠지 너무 설레고 좋았다. (이만큼 많은 카랑코에 화분이 생겼다니!!)

2020년 11월 가지치기 3개월 이후 (2021년 3월)




그런데 말이다.


누구나 키울수 있다는게 누구나 예쁘게, 잘, 건강히 키운다는건 아닌가보다.



우리 집 카랑코에 왜 이렇게 키만 크나요..?

카랑코에는 언제 꽃을 피우나요...?


누구나 키운다는 식물인데 누구나 꽃피우는 식물은 아닌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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