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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빠른거북 Apr 03. 2021

화분 늘리는 건 신기해, 재밌어!

 떡갈 고무나무 2 - 물만 줘도 어떻게 이렇게 잘 자라?

2019, 재작년 여름(큰 떡갈 고무나무는 이맘때 벌써 2년을 우리와 함께 살았다.) 화분 밑에서 힘겹게 자라던(=나는 그렇게 보였다ㅠㅠ) 녀석을 잘라낸 그 부분 바로 옆에서 다시 조그마한 잎들이 자라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물꽂이에 도전하기로 했다.



검색.

검색하다 보니 식물이 집안의 사람보다 크면 안 좋다는 문구를 발견했고 미신 따라 맨 위 생장점을 잘라주었다. (몰랐으면 몰랐는데 알게 되니 괜히, 자르고 싶은 마음이랄까..) 그렇게 동시에 두 개의 줄기를 물꽂이 해보기로 했다.



네이버 검색해보면 목질화가 되지 않은(=자란 지 얼마 되지 않아 줄기가 나무색이 되지 않고 덜 단단해진) 곳은 빨리 물꽂이에 성공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리 만큼

목질화가 되지 않은 줄기가 한 달이 지나도 뿌리를 잘 내리지 못했다.

줄기 끝에 점성가득한 끈끈이?처럼 보이는(마치 곰팡이가 생긴 건가..) 부분이 생겼고 오히려 모체의 맨 위에서 단단히 자라던 줄기는 뿌리를 내렸다.



그런데 포기할 수가 없었다.

자르지 않았다면 비좁은 화분에서 그래도 어떻게든 살았을 생각을 하니 미안했다.

더군다나 잎도 여전히 생기가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꽂이에 실패한 듯해 보이는 줄기의 맨 아랫부분을 다시 잘라냈고 그 줄기의 중간 부분을 다시 잘라 하나의 줄기를 더 만들어 냈다.



시간이 흘러도 물꽂이에 실패한 듯했던 아이는 여전히 뿌리를 내지 못했고, 오히려 중간 부분을 댕강 자른 아이는 뿌리가 났다.

래도 여전히 잎이 푸르러 살아있다고 믿으며 식물의 속도를 기다리고 기다렸다.



검색하며 알게 된 사실.

(이때 고무나무 물꽂이 관련 블로그는 어지간한 건 다 봤다.)


물꽂이에 성공하려면

1. 흙과 비슷한 환경으로 착각할 수 있도록 식물을 꽂아놓는 병(또는 컵)을 어둡게 하기

2. 강한 햇빛, 찬 바람은 맞지 않도록 하기 (=나는 주방의 식탁에서 계속 관찰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실패한 줄 알았던 그 아이도 뿌리를 내렸다.

신기했다. 식물에게 말을 걸었고, 응원을 해줬다.

말의 힘이 있다고 믿었다. 혼잣말로 중얼중얼하던 내 모습이 정말 웃겼다.



기다림 끝에 뿌리내린 줄기들은 모두 화분으로 옮겨줬다.

우리 집엔 큰 고무나무, 이번에 새로 입양한 어린 고무나무 3그루가 있다.


화분에 적응하자 그들은 많은 관심과 정성 없이도 1년의 시간 동안(2020년 8월) 이렇게나 많이 자랐다.



고무나무가 무럭무럭 커가는 동안 우리 집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2020년 봄에는 새로운 화분, 분홍꽃을 가득 품고 있는 카랑코에가 들어왔고 뱃속에는 아가가 생겼다.

(카랑코에 이야기는 다음번에.)


2019. 11.10                                                     2020.08.15                                                            2021.04.02



뱃속에서 꼬물꼬물 열심히 자라는 아가처럼 식물도 무럭무럭 자랐다.



9월 출산을 앞두고 온정신이 아가맞이 준비& 집 정리에 신경이 쓰였고 한동안 식물에 신경을 못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무나무들 집이 작아 보여 남편 도움을 받아 출산 직전 고무나무의 집을 옮겨줬다.

(음..  사실대로 말하자면 내 말 도움을 받아 남편이 옮겼다랄까...?!)

그런데.. 고무나무들에게 이사 간 그 집도 무척 작아 보인다.



또 한 번 해가 바뀐 2021년, 지금은 더 많이 자랐다. 아가만큼 쑥쑥 자랐다. 고무나무들! 이제 한번 더 이사 가야겠네?



남편은 말한다.


점점 화분이 늘어난다고.

아가가 크면서 잎을 뜯어먹기도 한다는데 더 이상 늘리면 안 된다고.

화분은 점점 큰 평수로 이사 가는데 우리는 언제 이사 갈 수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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