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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빠른거북 Apr 28. 2021

밥 짓는 냄새가 나는 우리 아가 똥냄새

우리 집만 그런 건 아니죠?

과거, 막연히 나의 미래를 그렸을 때 언젠가 엄마가 되겠지 생각했던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그 엄마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았다.



모유와 분유로 혼합 수유를 하다가 체력의 한계, 아가 먹는 양을 따라갈 수 없는 모유 빈익빈 부익부(=나는 극빈층이었다...)를 경험하고 단유를 했다.

남편과 산후도우미 이모님이 먼저 단유를 권할 정도였다.


하지만

엄마라면 할 수 있는
엄마만 줄 수 있는
지금만 줄 수 있는


말들이 스스로를 참 괴롭게 만들었다.



나는 결국 35일간의 사투 끝에 나를 위해 단유를 선택했다.

(지금은 이렇게 무던히 말할 수 있지만 생후 9일째 조리원 퇴소로 상처도 아물지 않은 몸 상태, 온종일 긴장한 각성상태, 롤러코스터를 탄 감정 기복, 워서 3시간 이상 자본적 없는, 밥은 그냥 국에 말아먹는 것이었던 그때의 나는 정말이지 처절했다.)



잘 먹는 우리 아가는 똥도 잘 쌌다. 아가가 똥을 싸면 우리 부부는 서로에게 떠넘겼다.



남편은 아가똥이 더럽진 않은데 냄새가 난다는 것이었다. 그럼 나는 질세라 나는 냄새도 너무 고약한 것 같고 좀 더럽다고.



사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누구보다 응아 싼 아가에게 '응아도 잘 싸네~~ 우리 아가!' (=모든 고슴도치 맘의 마음일 거라 생각한다.) 이기 일쑤였고 둥가둥가해주며 똥을 치웠다.

아가 응아 뒷정리를 하다 보면 손가락, 손바닥에 아가 똥이 묻기 일쑤였다.



나는 대부분 150일경 시작한다는 이유식을 조금이라도 버텨보겠다는 심산이었다.

영유아 검진(=영검)을 갔더니 아가 먹는 양이 많으니 일찍 이유식을 시작하라는 의사 선생님의 권유로 160일 이유식을 시작했다. 이유식을 시작할 거라는 나에게 사람들이 말했다. 이유식 시작하면 똥냄새가 더 심해진다고!



실제로 그랬다.



이유식 후 냄새가 더 심해진 것을 토로하자 그들이 다시 말했다.

그 이유식에 소고기 들어가면 냄새는 더 심해진다고. 심지어 가끔 푸세식 냄새가 난다고!

이 말을 남편에게 하자 뼛속까지 이과생 남편 소고기는 분해 시 질소가 있기에 그럴 수 있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제 어른처럼 밥 먹으면 더 심하다고 한다.)



어느 날 남편이 코를 킁킁거리며 집 안의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환기도 했겠다 킁킁대는 이유를 모르겠던 나는 의아하게 쳐다봤다.



아가가 똥 싼 것 같다는 남편에게 기저귀 간지 얼마 안 됐고 힘주는 것을 본 적 없던 나는 그럴 리 없다고 말했다.



코를 킁킁대던 남편, 냄새의 근원지를 찾았다.


그것은 밥 짓는 냄새!

마치 똥냄새 같다고 했다. 

(나는 정기적으로 식초로 밥솥 세척 꾸준히 하고 있었는데....?!)



그 말을 남편이 하자,

벌써 잊힌 듯했던(=역시 사람은 망각의 동물) 입덧의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입덧 때문에 늘 새 밥을 지어먹었고 밥이 거의 지어질 무렵 '밥솥이 내뿜는 소리'에 부리나케 방으로 도망쳤다.



남편아,

이제 내가 임신하고 매일 밥 지을 때마다 사라졌던 이유를 이제 알겠니? 밥 짓는 냄새는 내 입덧의 최고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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