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다이빙 샾 그리고 다이버들의 도움이 중요해요
바다는 언제나 가서 만나도 신나는 곳이니 금방금방 쓰레기를 주워 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 막 시작한 다이버라서 초심자의 행운이 나에게도 따라왔는지, 2020년 다이빙을 하면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 시야나 배가 뒤집어질 것 같은 파도 같은 건 거의 겪지 못했다. 7월 여수 금오도 다이빙 전까지는.
우리나라 동해 다이빙이 입수할 때와 출수할 때 바다 상황 다르고, 바다도 춥고 그에 비해 볼 건 없어서 쉽지 않다고 들었지만, 한국 바다밖에 겪어보지 못한 반강제적 바다 애국주의 다이버인 나는,다른 다이버들이 시야가 나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 바다를 5회 정도밖에 겪지 않았다. ( 물론 흐린 시야인 경우는 많았으나 견딜만한 수준이라 판단 )
그래서 겨울이 오기 전까지는 바다는 내가 선택할 때 들어갈 수 있을 거라는 신성모독 수준의 생각을 갖고 있었다.
내 선한의지만으로는 바다의 쓰레기를 구출해내기는 쉽지가 않다. 설령 바다에서 쓰레기를 주워온다고 하더라도 선한 의도의 매우 좋은 일이지만, 주변의 시선이 좋지는 않다.
1. 날씨와 용왕님의 입수 허락
지난 12월 장호항의 바다. 다이빙을 가려고 할 때마다 바다 상황이 좋지 않아,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결국엔 그냥 서울에서부터 먼 거리를 달려 도착한 삼척항.
출발 전 긴가민가한 바다 상황을 주시하며 달려갔으나, 결국 풍랑주의보가 해제되지 않아 바다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왔다.
다이빙 샾들이 미리미리 다이빙 가능 여부를 알려주지만, 당일 도착 전까지 알려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날씨나 수면 위의 상황에 괜찮아서 내려가더라도, 조류가 쫙쫙 흘러주시면, 내 목숨 챙기기도 바빠 쓰레기 주울 엄두도 내기 힘들다. 혹은 출수 중에 파도쳐서 힘들게 주워 온 쓰레기가 사라지기도 한다.
2. 생각보다 많은 스킬을 요하는 오래된 쓰레기들
손만 뻗으면 슉슉 잡히는 쓰레기들도 많지만, 오랜 바다 생활로 바위 밑에 자리하거나 묻혀버린 쓰레기들을 꺼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조류라도 있으면 바닥까지 내려가서 주워오는 데에도 공기가 소모된다. 바위에 깔리거나 모래에 깊게 묻혀 버린 쓰레기들의 경우 최대한 가져 나올 수 있을 만큼은 들고 나온다. 다만, 너무 무리해서 공기 소모를 많이 해서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지는 않는다. 다이빙을 하면서 무언가를 이루려는 목적이 생기면, 그만큼은 다이빙에서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늘어나는 것이니까.
3. 호의적이지 않는 시선들
나 같은 경우는 보통 세척 망을 들고 바다에 가서 쓰레기를 담아오는데, 이럴 경우 시선이 좋지 못하다. 다 같이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이지만, 그 목적이 다른 경우 좋지 못한 시선들을 받기 일쑤다. 이런 시선 맨날 받아서 다이빙하면서까지 받고 싶지 아니하다. 매우 아니하다.
일례로 한 번은 해산물 채취가 목적이 대다수인 다이버분들과 다이빙을 나갔을 때 해경에서 단속을 나왔다. 해경 배에서 바라볼 때에는 해양 쓰레기와 해산물이 구분이 되지 않으므로 무조건 다 버리고 배에 탑승하라고 해서, 힘들게 주워온 쓰레기를 다시 버렸다. 다행히 다이빙 슈트 주머니에 든 쓰레기들은 육지를 데리고 나올 수 있었다. ( 같이 가신 분 중 한 분은 잡은 거 다 버리라고 했다고 채집망을 통째로 버리신 분도 있다 ㅠㅠㅠ 그게 다 쓰레기 투기예요... )
또 한 번은 해경이 온 것도 아닌데, 도대체 그런 걸 왜 주워 나오냐며, 뭐라고 하시던 선장님과 머구리들 ( 해산물 채취가 목적인 다이버들 ). 쓰레기 부피가 크니까 손을 뻗어 쓰레기를 먼저 잡아서 건져 올려주신 다이버분들도 계시지만, 배 위에서 그런 걸 왜 주워 오냐며 타박하시던 분도 있고, 뇌에 주름이 없으신지 그런 거 주워서 뭐하려고 하냐고 궁서체로 진지하게 물으신 분도 있다.
4. 자본주의
다이빙은 돈이 많이 든다. 서울에서부터의 교통비, 식비, 숙박비 및 탱크 비. 최근 스쿠버 다이빙보다 프리다이빙이 좀 더 인기를 얻는 이유가 경제적인 장벽이 낮아서 진입하기 쉬운 건 아닐까 한다. 일반 월급쟁이가 즐기기에 돈이 많이 드는 취미이기는 하다. ( 전문직 종사자, 사장님, 서민갑부, 금수저, 로또 당첨자 제외 )
돈 문제로 얽히지 않는 게 가장 좋기는 하지만, 다들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서 다이빙 투어에 오는 만큼, 각자의 기대치가 있어 비용 문제도 쉽게 간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러저러한 상황으로 인해 결심한 만큼 쓰레기를 만족스럽게 주워오고 있지는 못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하나라도 더 주워서, 최소한 내가 만난 쓰레기가 바다에서 더 오래 사는 건 막아주고 싶다. 올 한 해도 나와 버디님들도 안전하게, 바다도 더 건강하게 다이빙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