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엔딩

그리고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by 유로깅

2015, 직진 하시오


수능을 보면 인생이 끝나는 줄 알았다. 19살 11월 이후의 삶은 한 번도 그려본 적이 없었다. 그저 이제 공부를 하지 않는 건가..라고 막연히 생각했을 뿐. 무슨 직업을 가지게 될지 한 번도 제대로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직업이란 우리 아빠나 옆집 아저씨가 돈을 벌기 위해 가지는 생계수단이지 학생인 나에겐 해당되지 않는 것 아닌가? '나는 선생님이 될래요!'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탁상에 나가 외치던 그 허무맹랑함 그대로였다. 중, 고등학교 6년을 수능만을 위해 달려왔다. 시험이 인생의 목표라니 말도 안 되게 우습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학생들은 지금도 이렇게 살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15, 경주


대학 입학과 함께 주어진 시간은 보너스라고 생각했다. 난 내 목표(=수능)를 이뤘으니, 이제 이 추가시간을 즐기기만 하면 되는 거라 믿고 수업도 빠진 채 미친 듯이 빈둥거렸다. 날씨가 좋으면 수업을 안 나가고 친구들 만나서 놀고 또 놀았다.


그렇게 2년이 지나고 나니 취업이라는 새로운 산이 눈앞에 나타났다. 2년 동안 실컷 놀아 온 내가 가진 것은 학고를 겨우 면한 학점뿐인데 말이다. 어찌어찌 취업이 해결되니 곧 바로 다음 과제가 나타났다. 결혼, 출산, 육아, 노후 준비 등등.. 우뚝 솟은 외톨이 산인 줄 알았는데 봉우리가 무수히 많은 산맥을 넘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2015, 퇴근버스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다. 죽을 때까지 내 인생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크고 작은 언덕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천천히 걸어서 그것들을 넘고 넘고 넘어가며 살게 되겠지. 드라마처럼 '그리고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따위는 아마 없을 것이다. 행복이든 고비든 찰나의 순간일 뿐 내 인생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때론 이 쯤에서 멈춰줬으면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죽음까지 선택이 가능한 이 세상에서, 지금 끝내지 않고 조금 더 걸어보기로 했다. 이 전쯤에서 그만 멈출걸 후회하게 되더라도 그 다음장에 다시 즐거운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르니까. 그 '어떤 엔딩'을 보기 위해 오늘도 한 발 한 발 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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