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살 나의 취미는 ‘인생 계획 세우기’였다.
그리 거창한 내용은 아니었고 매일매일 비슷한 내용이었는데 22살에 휴학하고 23살에 복학해서 26살 즈음 졸업한다는 내용의 계획이었다.
28살에는 그 당시 만나던 사람과 결혼도 할 생각이었다. 왠지 연애의 해피엔딩은 결혼이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그 이후의 삶은 계획하지 않았었다. 그 시절 나에게 결혼이란 엔딩이었다.
10년이 지나 돌아본 내 인생은 전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나는 휴학하지 않았고 복학하지 않았으며 유학도 다녀오지 않았고 결혼하지 않았다. 계획을 기준으로 완전히 실패한 인생이었으며 기대한 대로 흘러가지 않은 삶이었지만 지금의 내가 너무도 사랑하고 감사할 수 있는 미래였다.
매일 아침 뉴스에는 어제의 사건, 사고가 흘러나온다. 어느 날부터 그 사고가 내가 아니란 법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스를 다 보고 출근하는 길이 내 인생 마지막 길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 그렇게 인생이란 예측 불가능하고 인간이란 겨우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존재였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드는 즈음부터 더 이상 계획을 세우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의 나는 세세하게 내일을 그리지 않는다.
그저 오늘의 할 일을 찾아 실행한다.
나는 건강해진 나를 계획하기보다는 오늘 밥을 조금 덜 먹는다. 영어를 잘하는 나를 계획하는 대신 하루 10분씩 전화영어를 한다.
계획이란 완벽하게 실행되기 어렵고 오늘 오르고 싶은 산은 내일 바다가 되어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조용히 나의 방향을 그 산으로 세팅하고, 그저 한 걸음 걷는다. 오늘 걸을 수 있는 단지 그만큼만.
방향이 바뀌고 상황은 변한다.
항상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렇겠지.
그래도 괜찮다. 내 목표도 방향도 바뀔지라도.
그저 내가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살짝 몸을 틀어 오늘의 한 걸음을 걸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