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 즐거운 나의 집

by 유로깅

몇달 전 나는 서울 변두리에 작은 집을 매수했다.


적당한 평수에 한참은 오래된 연식에 익숙한 동네에 선택한 내 집을

누군가는 축하해주고 누군가는 아쉽다고 말했었다.


사실 몇 년 전부터 월급이 버겁기 시작했었다.

혼자 살며 10년 넘게 차곡차곡 모아온 돈. 나는 원래 소비가 거의 없는 편이었으니까 꽤 그럴싸한 금액이 되어 있었다.

뉴스에서는 매일 비트코인이다 주식이다 난리인데

예적금은 물가 상승률은 반영하지 못해 불안하고 주식은 더 불안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마침 적절한 시기에 결혼을 하고 보니 언제까지 월세와 전세를 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작고 낡아도 맘 편한 내집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마련한 나의 작은 집.

주소지는 서울이지만 인터넷에서는 서울 취급을 못 받는(?) 이상한 동네였다.


내가 20년 이상 자라온 나의 작은 동네에 계약금을 치른 날 나는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남편에게 엉엉 울며 달려가 안겼다.

순간 내 인생의 그 큰 결정에 또 불안해졌다. 이렇게 큰 빚은 난생 처음 지는 것이었다.


대출을 더 받아 좋은 동네에 갔어야지! 하는 소리에는 또 못내 마음이 흔들렸다.

그냥 맘 편히 몸 누일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지만

투자에 대한 욕심이 아예 없었다면 그것도 거짓말인 것 같다.

지조 있는 척 했지만 꽤나 속세에 흔들리는 참 단단하지 못한 마음이라 또 한번 생각했다.


나의 집이자 나의 회사생활이자 나의 절제와 절약의 결정체이자

어쩌면 욕망의 씨앗이기도 한 작고 즐거울 나의 집.


집이 있는 사람의 안정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결국은 집이 없어도 좋았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로 시작하는 첫 발걸음이라는 점은 기대가 된다.

어설프게 짐을 합친공간이 아닌 우리가 선택한 함께 만들어갈 공간이라는 것이

이제서야 제대로 어른 흉내를 내며 시작하는 느낌이 든다.


작고

즐거울 나의 집.

나는 두렵고 설레는 출발선 앞에 서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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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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