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 : 올해의 목표

by 유로깅


연말 연초에는 신년맞이 의식으로 다이어리를 하나씩 구입한다. 1월에는 항상 올해의 목표를 세웠던 것 같다. 10개에서 20개 남짓으로 정해지는 나의 올해 다짐 중 어떤 것은 빠르게 이루어내기도 하고 어떤 것은 내년으로 내년으로 한없이 미뤄버리기도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었던 것 같다. 특히 직장인이 되고 나서는 반복되는 쳇바퀴 같은 하루에 1, 2년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나는 어제 일이 작년일 같고, 어떤 일이 2년 전인지 5년 전인지 구분이 안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특히나 업무 목표나 개인 역량 강화에 집중해서 TO-DO LIST를 작성해 나가곤 했다. 올해도 뭘 하나 남겨야지. 기록을 통해 리마인드 하고 진행해 가야지. 연말에 성과를 기록해야지 하는 마음이었다.


마치 인생을 회사 업무처럼 생각한 것 같다. 수능 봐야지, 대학 가야지, 취업해야지, 결혼해야지 등의 주어진 목표들이 사라진 진짜 '어른'의 세계에 들어선 순간에도. 나는 무언가 할 일을 찾고 목표를 세우고 이뤄나가는 것에만 집중해 갔다. 마치 발전하지 않으면 의미 없는 것처럼. 목표가 없는 삶은 낭비되는 것처럼 말이다.


올해의 목표는 '자주 행복하기'이다.


올해는 다이어리를 구매하지도, 연초 목표를 정립하지도 않았다. 그저 아무것도 '성취'하지 않고 행복의 빈도를 늘려가는데 집중하고 싶었다.

행복을 느끼는데 무슨 완료 조건이 필요할까?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았다. 최종 달성을 위한 작은 전제 조건들(task) 들도 필요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맑은 날씨에, 시원한 바람에, 맛있는 떡볶이에 행복해하기만 하는 중이다.


물론 약간의 불안함은 있다. 올해가 지나도 남는 게 없는 거 아닐까? 아이를 낳기 전에 업무적으로도 일상적으로도 뭔가를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닐까? 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익숙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구나. 하고 이내 스스로 마음을 다 잡는다. 마음껏 행복에 집중하는 것을 목표로 정하는 것이 기억이 나지 않는 어린 시절 이후로는 처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의 반절이 지난 지금 돌아보니 나는 꽤나 충실하게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연말에 나에게 무엇이 남을지 아직 예상되지는 않는다. 어떤 자격증이나 좋은 고과가 남지는 않겠지.

하지만 나는 올해를 정말 어떤 해보다 나로 가득했던 해로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keyword
수요일 연재
이전 04화청소, 정리 도구 : 일상 여백 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