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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줌 Jun 15. 2024

엄마랑 아빠는 왜 따로 살아요?

이혼을 인지하기 시작한 아이의 질문들





 주말에 남동생이 여자친구와 함께 놀러 오기로 했다. 나는 은우에게 "지성이 삼촌이 여자친구가 생겨서 이번 주말에 같이 온대! 재밌겠지?" 하며 아이에게 미리 운을 띄워 놓았었다. 아이는 같이 맛있는 것도 먹고 노래방도 가자며 좋아했다. 


 그렇게 한 주를 주말에 뭐 할까 생각하고 때때로 아이와 이야기하며 보냈다. 그런데 금요일 밤 여느 때처럼 아이와 침대에 누워 동화책을 한 권 읽고 이제 자자 하고 불을 끄고 뒹굴뒹굴하고 있을 때였다. 은우가 내게 물었다. 

 

 "근데 엄마도 남자친구 있었어요?" 

 "......" 

 나는 무어라 대답할지 몰라 눈만 두어 번 끔뻑거렸다.


 "...... 엄마랑 아빠랑 사랑해서 나를 낳은 거죠?"

 "맞아, 은우야. 엄마랑 아빠랑 사랑해서 결혼하고 너를 낳았어."

 "나 아기 땐 집에 아빠 같이 있었는데, 지금 아빠는 왜 딴 데 살아요?" 

 언젠가 아이에게서 들을 거라 생각하고 있던 질문이었다. 드디어 그때가 온 것이었다. 심장이 빨라졌다.


 "음... 엄마랑 아빠가 같이 살다가 사이가 안 좋아졌어. 그래서 헤어진 거야..." 

 "...... 왜 사이가 안 좋아졌어요?"

 "음... 남자와 여자가 결혼해서 살다가 서로 다투거나 사이가 안 좋아지기도 해. 은우, 아빠 보고 싶어?"

 "네..."

 "엄마랑 아빠가 같이 살지 않아도 은우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 아빠를 볼 수 있어. 그런데 아빠가 요즘 바쁜 모양이야. 은우를 보고 싶지 않은 게 아니고 일이 많이 바쁜가 봐. 엄마도 은우가 계속 아빠를 못 만나서 안타깝고 속상해. 그래도 다음에 아빠 바쁜 것 끝나고 만나면 둘이 재밌게 놀아, 알겠지?"

 "네." (소매로 눈을 쓸어내며) 


 "은우야, 엄마랑 아빠가 함께 살지 않아도 은우 사랑하는 마음은 그대로야. 그건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아. 우리는 둘뿐이지만, 엄마가 은우 곁에서 꼭 지켜줄게. 걱정 마?" 

 "......" 

 아이는 눈을 감고 말없이 고개를 크게 두 번 끄덕였다.


 "사랑해. 잘 자, 우리아들."

 "잘 자요 엄마. 사랑해요."



 고단했는지 금세 잠든 아이 이마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나는 가슴 저 깊은 곳이 아려오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이 아빠의 빈자리구나.' 김창옥 교수가 말한 구덩이가 어느새 우리 아이 가슴속에도 생겼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내가 어떻게 해 줄 수 없는 상황이 아프다. 하지만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이혼과정 중에도 수십 번 고민하고 머릿속에 떠올렸던 순간이었다. 언젠가 아이가 자라 내게 질문을 해올 때, 아이에게 엄마아빠의 이혼을 어떻게 전할까. 육아 전문가들은 아빠가 해외에 갔다는 둥 거짓말로 둘러대기보다는 부모가 헤어져 이제 함께 살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그대로 전하는 편을 권하고 있었다. 그 순간에는 부모도 아이도 아프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상황이 명확해지는 것이 아이의 불안을 덜 키우는 법이라고 했다. 나는 그 조언을 따르기로 했다.


 그 순간을 맞닥뜨리고 나니 막상 눈물이 나지는 않았다. 그런데 자꾸만 깊은 한숨이 밀려 나온다. 글을 쓰는 지금도 입을 앙 다문 채 코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마음이 아프다. 어떤 이유로 이혼을 했든 아이에게 엄마와 아빠 사이에 일어난 일들을 적나라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다. 억울한 마음이 들어도 아이에게 원망 듣기 싫다고 아빠라는 존재를 매도하고 싶지는 않다. 그가 많은 실수와 잘못을 저지른 것은 사실이지만 내게도 분명 반쪽의 책임은 있으니까. 


 어쩌면 이혼을 준비하고 소송을 치르고 판결 이후 싱글맘의 삶에 적응하기까지가 1부였는지도 모르겠다. 지각과 인지가 발달하면서 부모의 이혼을 체감하기 시작한 아이와의 현실 적응이라는 2부가 이제 막 시작된 것 같다. 그리고 2부가 1부보다 더 중요한 우리의 '바로 지금 여기'이다.


 이제 은우는 은우대로 부모의 이혼과 아빠의 부재를 받아들이는 자기만의 몫을 감당해야 한다. 나는 엄마로서 아이가 이 과정을 잘 지나갈 수 있도록 곁에서 세심히 관찰하고 지지해 줄 것이다. 그 과정을 잘 지나간다는 말의 의미를 명확히 설명하기가 아직 어렵지만, 아이가 자신만의 속도로 자기 앞에 주어진 현실을 조금씩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아직은 아이도 나도 겪어본 적 없는 우리 모자의 삶 2부에는 또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조금 두렵기도 하고 떨린다. 하지만 아이와 나는 결국 잘 해낼 거라고 믿는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분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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