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써 어게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언니버서리 Mar 13. 2024

요즘 뜨는 브런치 북 3위에 올랐다

내 글도 맛이 괜찮은가?!






아이가 9시에서 9시 30분쯤 잠든다. 깨지 않도록 조심히 이불을 덮어주고 슬며시 방에서 나온다.


"자, 이제 육퇴 할 시간이다!"


2월 마지막 주 수요일부터 나의 육퇴 후 시간은 브런치 타임이 되었다. 끝내주게 야식을 차려 먹느냐고? 아니 끝내주게 글을 차려 먹는다!


물 한 잔 마시고 대략 10시쯤 책상에 앉아 브런치 세계에 입장한다. 정말 맛있는 메뉴가 많다.


교사, 간호사, 회사원, 승무원도 있고

공대생부터 작가지망생도 있다.

몸이 아팠던 분들도 마음이 아팠던 분들도 계다.

달콤한 신혼일기를 속삭이는 사람부터 나처럼 이혼 이야기를 털어놓는 사람도 있다.


나는 브런치라는 우주를 둥둥 떠다니며 눈에 보이는 대로 맛있게 먹는다. 프렌치토스트처럼 폭신하고 촉촉해서 행복해지는 글도 있고, 샐러드에 섞여 있는 치커리처럼 쌉싸래한 맛이 나는 글도 있다.


디저트가 아니라 브런치라는 이름답게 다양한 맛을 취향에 따라 즐길 수도 있고, 만족스러운 포만감이 뒤따라온다.  맛을 왜 이제 알았을까 싶다.


그러고 보면 브런치라는 플랫폼에서는 오직 글로 서로의 마음과 생각을 표현한다. 각종 화려한 사진과 동영상, 지도와 링크, 광고가 붙지 않아도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정보성, 홍보성 글들과 상위 랭크를 두고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얼마나 든든한 곳인가. 이 동네로 진작 이사올걸!


2월 말에 들어왔으니 나는 이 동네 뉴비다. 아직 어디로 가야 마트가 있고 빵집이 있는지 잘 모른다. 그래서 매일같이 틈만 나면 산책을 한다. 골목골목을 누비며 우리 동네에 어디가 맛집이고 어디에 병원과 약국이 있나 초롱초롱한 눈으로 쏘다니고 있다. 너무 재밌다.


육퇴 후 혼자 캔맥주에 안주거리를 먹으며 텔레비전을 켜던 일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대단한 새해다짐이나 절박한 사연 때문이 아니다. 그냥 글 쓰고 글 읽는 게 원한 주보다 진 남주가 출연한 라마훨씬 더 재밌고 흥분돼서다!


지금 이렇게 쓰면서도 스스로 신기하다. 이런 즐거움을 아시는 분들이 분명 이 동네에는 많이 모여 계실 거다. 쓰는 사람이 재밌어야 독자들도 행복하다. 억지로 의무감에 짜내는 글은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외면받는다.


이제 육퇴 후 3시간은 나만의 브런치 타임이다. 2주가 지났으니 14×3=42. 42시간을 들였을 뿐인데, 내가 서른여덟 분이 구독해 주시는 에세이스트가 되어 있다. 매일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크리에이터가 되어 있. 이미 1개의 브런치북과 3개의 매거진연재 중이다. 운 좋게도 발행한 글 중 2개가 다음과 카카오스토리 알고리듬의 간택을 받았다.  브런치북 <싱글맘 랩소디>는 '요즘 뜨는 브런치북' 3위에 올랐다. 내 글도 맛이 괜찮은가 보다! 






물론 편하게 채널을 돌리던 시간에 앉아서 작업을 하니 몸 여기저기 민원이 들어온다. 9 to 6 일하고 돌아와 7 to 10 아이 저녁 먹이고 씻고 놀다 재우는 일상은 그대론데, 밤에 자기 전에 글까지 쓰고 있으니. 눈이 제일 먼저 침침해지고, 오른 손목이 질세라 아릿한 통증을 보낸다. 허리도 뻐근하게 눈치를 준다. '주인아, 네 몸도 좀 아껴라' 하면서.


그래도 못 말린다. 그냥 계속 다. 수도 없이 고치고 저장하고 들락날락 분주한 두 주였다. 완성을 향한 길에는 끝이 없으므로, 어느 정도가 되면 내보내기로 했다. 완벽을 기하다가는 단 한 편도 완성하지 못한다는 것을 기에 오늘도 나는 계속 쓴다.


쓰고 지우고 붙였다 뗐다 글자와 글자 사이의 공간을 가지고 논다. 이렇게 재밌는 걸 왜 나만 몰랐지?!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 살린 글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