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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니버서리 Mar 24. 2024

<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 바로 쓰는 서평

천재작가님, 따끈따끈한 서평이옵니다





<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의 저자 류귀복을 처음 만난 건 2월 29일이었다. 26일 밤에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고 28일 아침에 합격 메일을 받았다. 들뜬 마음에 그날 밤 바로 첫 글 '응가 닦아주는 여자'를 발행했다. 브런치 작가로서 첫 시작이었다.


다음 날인 2월 29일 휴대폰 진동이 짧게 두 번 울렸다. '뭐지?' 평소에 듣던 카톡 알림과 달랐다. 휴대폰 잠금을 해제하고 열어보니 브런치에서 '천재작가님이 댓글을 남겼습니다.'와 '천재작가님이 내 브런치를 구독합니다.'라는 알림이 떠 있었다. 궁금한 마음으로 알림을 클릭했다.


"응가를 보고 사랑스럽다고 느낄 수 있는 게 부모인 듯해요 :) 아이를 사랑하시는 마음이 글에 잘 담겨 있어 고개를 끄덕이며 읽다가... (무려 10줄 띄고) 헉!! 목이 아파옵니다ㅜㅜ 스트레칭 잘해서 풀어보겠습니다ㅎㅎ 행복한 글쓰기 응원하겠습니다!!^^"


내 첫 글에 달린 첫 번째 댓글이었다. 아이 다섯 살 때 화장실 앞에서 대기하다 갑자기 그 순간을 기록하고 싶어 휴대폰에 써뒀던 메모를 다듬어 낸 짧은 글이었다. 그런 내 글을 누군가 읽고 그 마음에 공감한다는 리액션을 처음으로 받았다. 기쁨에 입꼬리가 올라가기 바쁘게 중간에 멈추었다. '고개를 끄덕이다가 목이 아파서 스트레칭을 한다'는 무리한 아재 개그로 분위기는 순식간에 애매해졌다.


'그래도 내게 첫 댓글의 기쁨을 선사해 준 분인데, 어떤 놈(?)이든 무조건 답방을 가서 감사를 전해야지!' 하며 반쯤 의심의 눈초리로 프로필 사진을 눌렀다. 외모에 자신 있는 듯 빨간 바탕에 일러스트로 뽀샵 처리까지 되어 있어 솔직히 호감은 아니었다.


구독자가 2천 명이 넘고, 관심작가 수도 엇비슷했다. 입이 떡 벌어졌다. 작가소개부터 봤다. '천 번을 쓰고 지우며 재미있는 문장을 완성하는 작가'라고 적혀 있었다. 그렇다. '천재작가'라는 건방진 필명에는 반전이 있었다. 저자는 그걸 알고 있다는 듯 작가소개에서 바로 그 오해를 해소하고 있었다. 똑똑한 사람이었다.


그는 원고 투고와 출간 과정을 '무명작가 에세이 출간기'라는 이름의 매거진으로 공유하고 있었다. 작가소개에 안내되어 있는 가이드에 따라 첫 화 프롤로그를 읽었다. 첫 문장부터 내게 질문을 던져왔다.


"당신의 꿈은 브런치 작가인가? 아니면 그냥 작가인가?"


오늘 막 브런치 작가가 되어 입봉(?)한 초심자에게는 다소 가혹하게 느껴졌지만 계속 읽어 내려갔다. 글은 이렇게 끝맺음되어 있었다. '작가가 되는 것은, 단순하지만 중요한 믿음에서 시작된다. "나는 작가다."' 새 차를 뽑고 막 도로로 나간 첫날, 나는 바로 '너는 앞으로 계속 진지하게 운전을 하겠느냐! 그렇다면 믿어라!'라고 말하는 출간교 교주를 만나버렸다.


사이비 교주 같기는 했지만 그의 글 재미있고 명확했다. 나는 망설임 없이 그를 구독했다. 그 뒤 내가 글을 발행할 때마다 천재작가는 라이킷과 댓글을 달아주었다. 초보작가인 나는 내 글을 쓰고 고치느 바빠서 그의 글을 꼼꼼히 다 읽지는 않은 채 예사에서 책만 덜렁 주문했다.


그렇게 작가가 된 기쁨에 퐁당 빠져 자유형부터 접형까지 풀코스로 즐기다 보니 3주가 흘렀다. 그의 책이 배송되었다. 그리고 나는 브런치의 '천재작가'가 아닌, 진짜 '류귀복'을 만났다.






나는 이 책을 읽다가 한 번 울고 또 한 번은 소리 내어 웃었다. 나를 울린 것은 2부 끝에 실린 '존버하자'의 주인공 500그램의 다은이다. 'K' 치과위생사라는 저자의 직장동료 사연인데, 생존율 20퍼센트 미만의 초극소 미숙아로 태어나 인큐베이터와 수술을 거쳐 성장하고 있는 '남의 자식' 이야기였다.


'출산 후 시작한 본인의 다이어트는 아직까지 평생 숙제로 남아 있지만 아이의 발달에는 성공한 그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여자는 연약할 수 있지만 엄마가 되면 강해진다. 늘 느끼지만 이 세상에 모성애보다 강한 힘은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p.129)


'500그램의 작은 생명도 의지를 가지고 어려운 환경에서 끝까지 버티고 이겨내었는데 50킬로그램이 넘는 우리가 이겨내지 못할 일이 무엇이 있을까 싶다. 살다 보면 기적이 필요한 순간들에 직면하게 되는데 그럴 때면 어린 생명이 내었던 그 힘에 100배를 곱하여 초인적인 힘을 내어 어려움을 극복하길 바란다. 삶에 대한 의지와 절실한 믿음만 있다면 기적은 곧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다은이를 통해 배운다.'(p.132)


나는 알지도 못하는 다은이 어머니 'K' 치과위생사 언니에게 빙의하여 혼자 눈물을 떨궜다. 남의 자식 이야기에 이렇게까지 몰입하는 건 역시 이야기의 힘이고 진심의 힘이고 또한 작가의 힘이기도 하다. 500그램의 다은이도 해냈으니 50킬로그램이 훨씬(?) 넘는 나도 해낼 수 있다는 존버심이 올라왔다.


'만약 세상에 나 혼자뿐이라고 여겨지거나 버티기 어려운 순간이 오면, 나의 존재만으로도 서늘한 가을바람을 따스한 봄바람으로 느끼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며 '존버'를 외치고 힘을 내길 바란다.'(p.133) 마지막 문단을 읽을 때까지도 내 눈시울은 뜨거운 눈물로 촉촉이 젖어 있었다.


또 나를 조용한 카페에서 소리 내어 현웃(?) 터지게 한 부분도 있다. 3부에 실린 '국방의 의무' 에피소드였다.


"꿈은 늘 왜 이리도 현실 같은지 베개가 땀으로 흥건하다. 나와 같은 사람이 많은지 포털 사이트에 '군대 다시 가는 꿈'을 검색하면 관련된 해몽이 한가득 나온다. 아버지에게 "군대 다시 가는 꿈은 언제까지 꿔야 하나요?"라고 질문드리니 "모르지"라고 대답하신다. 아버지도 아직까지 꾸고 계시다며 도대체 언제까지 꿔야 하는지 당신도 너무 궁금하다고 하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다시 찾아 읽으면서도 웃겨서 오밤중에 킥킥거리고 있다. 이번엔 작가의 아재개그가 제대로 먹혀들었다. 2대째 군대 다시 가는 꿈으로 고통받고 있는 류 씨 집안의 아버지와 아들이 상상되고, "모르지"라고 대답하며 허공을 응시하셨을 아버지의 표정까지 그려져서 더 재미난 대목이다.






류귀복의 <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에는 저자가 살면서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에피소드들이 마흔한 개나 실려 있다. 배스킨라빈스 써리원도 아니고 무려 포리원이다! 스트로베리필드처럼 새콤달콤한 맛도, 슈팅스타처럼 톡톡 터지는 재미난 맛도, 민트초콜릿칩처럼 정신이 번쩍 들다 이내 개운해지는 맛도 있다. 그 다양한 맛이 바로 인생의 맛이고, 이 책의 맛이다.


서평의 마무리도 이 책에 담겨 있는 문장으로 대신하려 한다. 장바구니에 고이 담아둔 책을 오늘 바로 주문할 당신을 위해 더 이상의 스포는 참도록 하겠다.


''오마하의 연인'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은 "당신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이 최고의 투자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독서만큼 가성비 좋은 투자도 없다. ...(중략)...

'잊지 말자. 좋은 글은 언제나 우리를 좋은 곳으로 데려다준다.'(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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