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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운 Feb 02. 2020

글감 사냥하기

의욕이 넘치는 너에게


 가끔 나의 의욕보다 다섯 걸음은 뒤쳐진 나를 발견하곤 한다. 그 녀석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따라잡아야 한다는 다짐이 생기다가도, 허탈한 경우가 많다. 특히 글을 쓸 때면 이런 상황에 자주 직면하곤 한다. 그래도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보니, 주저하는 마음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몇 가지 방법이 저절로 생겼다.

 목적지를 향해 가는 과정보다 목적지를 정하는 것이 더 어려운 것처럼 나에겐 글을 써 내려가는 일보다 글의 소재와 주제를 잡는 일이 더 어렵다.



1. 깊게 숨쉬기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은 다 들어보았을 것이다. 나는 내가 조급하거나 긴장하면 얕은 숨을 쉰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도 모르게 짧아진 호흡이 느껴질 땐 깊게 숨을 들이마신다. 지금 내가 글을 쓰는 이유를 떠올리고, 전혀 부담 가질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야 한다. 글은 나에게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위안이 되는 따뜻한 친구여야 하니까.




2. 본격적으로 글감을 사냥하는 방법

1) 주변 둘러보기

깊은 생각을 배제하고 어디든 편한 곳에 앉는다. 지금 있는 곳이 내 방일수도 있고, 거실일 수도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을 하나하나 천천히 살펴보자. 생각보다 사연 있는 물건들이 많다. 그 물건이 사연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해 떠올리며 글을 적어도 좋고, 그 물건과 관련 있는 사람을 생각해봐도 좋다. 나는 글을 쓰는 시작은 생각이라고 믿는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해서 파생되기 때문에 너무 답답할 땐 이렇게 글감을 찾아보자.



 내 침대에 자리 잡고 누워있는 파란 펭귄의 사연은?

임용고시 준비할 때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이면 기숙사 룸메이트와 다이소에 가서 소소한 사치를 하곤 했다. 그때 만난 펭귄. 둘이 똑같은 인형을 사 들고 이름을 붙이며 기숙사를 들어가던 일이 떠오른다. 작은 일에도 아주 크게 기뻐하고 행복했던 시절.

한 두 번의 생각그물을 거치고 나면 단순히 인형일 뿐이었던 존재가, 감춰있던 나의 생각을 끄집어낼 수 있다.



2) 달력과 다이어리 살펴보기

두 번째는 나의 기록물과 일정을 살펴보는 것이다. 지금 꾸준히 쓰고 있는 다이어리가 있다면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고, 없다고 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달력에서 날짜를 보며 있었던 일과 만났던 사람을 떠올려보자. 만약 나처럼 일상을 금방 잊어버리는 사람들은 자주 카톡을 하는 사람과의 대화창에서 날짜를 클릭해 그때 나에게 있었던 일을 찾아보는 것도 추천한다. 편한 사람, 익숙한 일정 속에서도 문득 가슴이 뛰고, 감동을 주는 사건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다이어리 속 나의 치트키 : 가족
나에게는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한 시간이 영감을 불어넣어준다. 성격도 생각도 조금씩 다르지만 함께 있으면 언제나 좋은 시너지를 내는 나의 든든한 후원자들. 가족을 떠올리면 긍정적인 생각이 마구 솟아난다.



3) Q&A  참고하기

이 다이어리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꼭 사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런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적어본다. 친구에게 선물 받은 이 다이어리는 365개의 질문이 적혀있어 매일매일 새로운 질문으로 속을 채워가는 조금은 특색 있는 책이다. 아주 짧고 간결한 대답을 쓰기도 하지만, 사색에 잠겨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질문도 있다. 몇 가지 질문을 참고하면 혹시 집에 이런 질문이 가득한 다이어리나 책이 있다면 참고해도 좋을 것이다. 또 하나 비슷한 맥락으로, 글을 쓰기 위해 여유 시간이 조금 있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부탁할 수 있다. 평소 나에게 묻고 싶었던 것이나 타인이 보는 나의 특징에 대해 말해줄 수 있도록 말이다.


-남모르게 간직한 열정이 있다면?

-앞으로의 일을 상상할 때 최선의 경우를 떠올리는 편인가? 최악의 경우를 떠올리는 편인가?

(출처, Q&A 5년 후 나에게)




3. 개요  목차 작성하기

방법이 어떻든 글감을 찾아내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내용을 조직한다. 어렵고 거창하게 할 필요는 없다. 나는 주로 종이와 펜을 사용해서 직접 손으로 내가 쓰고 싶은 주된 내용을 단어나 짧은 문장 중심으로 적어 낸 후 순서를 맞춘다.



여기까지는 나만의 사냥법이다.

당신의 사냥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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