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머리 염색에도 의미가 있나요?]

저랑 같이 일해요

by 운옥

누군가 나에게 흰머리 염색에 특별한 의미가 있냐고 물어본다면, 난 주저 없이 ‘YES’라고 말할 것이다.

흰머리 염색은 나이 들어 보이기 싫어서 하는 것 아니냐고 한다면, 그것도 ‘YES’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질문이 있다.

그 질문은 바로 왜 나이가 들어 보이기 싫으냐는 것이다.


사실 난 흰머리가 좀 일찍부터 나기 시작했다.

20대 중반에 이미 정수리 부근에서 존재감을 나타냈으며, 30대 중반이 되니 친하신 분들 중 키가 큰 분들은 ‘염색 안 해?’라고 물어봤다.

그때부터 슬슬 염색을 하기 시작해서 지금은 2~3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염색을 하고 있다.


처음 흰머리 염색을 했을 때는 대중 없이 내가 마음에 내키면 했다.

내 직무 특성상 외부 미팅이 거의 없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내 흰머리는 내 나이에 비해 조금 일찍 찾아온 손님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염색을 해서 나이를 어필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내 나이에 흰머리는 그렇게 이상한 존재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내가 흰머리 때문에 사람들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표님도, 이사님도 머리가 모두 까맸다.

새롭게 같이 일하게 된 사람들의 나이는 어느 순간 늦둥이 동생뻘에서 조금 이른 조카뻘이 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슬슬 혹시나 나의 흰머리가 윗선에는 나의 능력의 한계치로 비춰질까봐 걱정이 됐고, 함께 일하는 젊은 분들에게는 내가 더 어렵고 거리감 있게 느껴질까 봐 걱정이 됐다.


이렇듯 내게 흰머리 염색은 단순히 나이 들어 보이는 것을 회피하는 것에서 그 의미가 멈추지 않는다.

흰머리 염색은 내가 아직은 사회 속에서 더 일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어필하는 수단이자 나라는 사람에 대해 겁먹지 마세요라고 상대에게 보내는 시그널이다.

혹시 나와 일로 엮여있는 사람들 중에 나이 듦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봐 외관이라도 젊게 유지하려고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흰머리에 대한 평가는 어느 집단에서 이뤄지느냐에 따라 당연히 달라질 것이다.

오랜 경력이 빛을 발하는 곳에서는 흰머리는 능력자의 상징일 수도 있고,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쫓아야 하는 곳에서는 한물간, 시류를 모르는 존재를 의미할 수도 있다.


나는 지금 어느 집단에 있는 것일까?

나의 흰머리는 지금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이제 곧 있으면 나의 염색이라는 노력도 무색해질 수밖에 없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이미 알고 있다.

이제는 내 흰머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내가 돼야 한다.

세월을 막을 장사는 없다!

다만, 흰머리에 대한 내 생각이 제대로 정립되기까지, 염색은 조금 더 하게 될 것 같다.

정말 젊었을 때는 몰랐는데 잘 나이 들어간다는 것도 여러모로 너무 어려운 것 같다.

정확한 방법은 아직 모르겠지만 이제는 행복한 나이 들기를 위해 슬슬 준비에 돌입해야 한다는 것은 알겠다.





작가의 이전글[그 동네의 사정: 환경 단서로 읽는 우리 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