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희귀질환 유전, 네게 주지 않을거야 (ft 착상 전 유전검사)
자녀를 낳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스물 다섯은 2세 생각을 하기엔 너무 이른 나이 같거든요.
저는 15년차 돌발성 운동유발 이상운동(증) 환자이자 궤양성대장염과 8년째 동행 중입니다.
각각 극희귀질환과 중증난치질환에 속해서 산정특례를 통해 의료비 혜택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후자는 원인불명이지만, 전자의 경우 유전성 원인이 확정되었습니다.
상염색체 우성유전이기에, 유전확률이 50%가 되어 건강한 자녀를 낳기 위해선 유전자 검사가 필요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자녀 없이 혼자 살면 되지 싶습니다.
혹여나 누군가와 함께하기로 결심해도 둘이서 잘 살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람 일을 누가 확신할 수 있다던가요?
언젠가 자녀를 갖고 싶어질지 몰라, 유전을 회피할 방법을 찾아나섭니다.
지난 주간은 그 첫걸음을 떼었던 순간이었습니다.
1. PGT 검사는 무엇일까요?
Preimplantation Genetic Testing, PGT : 정자와 난자가 만난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되기 이전에
유전질환이나 염색체 이상 유무를 진단하여 유전적으로 정상적인 태아가 임신되도록 돕는 방법입니다.
임신 8주차까지를 신체조직이 발전하는 배아 단계, 이후를 신체조직이 성장하는 태아 단계로 나누는데
수정된 이후의 배아에서 일부 세포를 떼어 유전 검사를 시행하여 이상 여부를 확인합니다.
때문에 체외수정을 통한 시험관 아이 방식으로 수정이 이뤄집니다.
- 염색체의 수적 이상 여부를 확인하려면 PGT-A- 염색체의 수적 이상 여부를 확인하려면 PGT-A
Preimplantation Genetic Testing for chromosomal Aneuploidies : (구)PGS
- 염색체의 구조적 이상 여부를 확인하려면 PGT-SR
Preimplantation Genetic Testing for chromosomal Structural Rearrangement : (구) PGD
- 단일 유전자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려면 PGT-M
Preimplantation Genetic Testing for Monogenic disorder : (구) PGD
이 같이 세 가지 방식의 검사가 있으며,
일반적으로는 예비 부모의 나이가 올라감에 따라 염색체 이상 가능성이 높아지기에
이를 확인하려는 PGT-A 검사가 제일 시행 빈도가 높은 편입니다.
제 경우에는 PRRT2 유전자의 이상으로 발생한 질환이기에
단일 유전자 이상을 검사하는 PGT-M 방식이 필요합니다.
2. 하지만 당장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 약칭 생명윤리법은 배아와 유전자치료를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생명윤리법 50조 2항에서는 유전자검사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유전질환을 진단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배아 또는 태아를 대상으로 유전자검사를 할 수 있다'
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배아 단계에서의 무분별한 유전자 조작, 감별 등을 막고자하는 취지일 것입니다.
그에 따라 제 질환 또한 대통령령으로 '배아 또는 태아를 대상으로 유전자검사를 할 수 있는 유전질환' 목록에
지정되어야만 PGT-M 검사가 가능합니다.
이를 위해서 지난 주간 국민신문고에 돌발성 이상유발 이상운동증[PKD]의
배아 또는 태아를 대상으로 유전자검사를 할 수 있는 유전질환 등재를 요청드린 상황입니다.
다행히도 PKD 확진 이전까지는 비정기적으로 열리던 유전질환 자문위원회가 작년 9월을 기점으로
'배아 또는 태아 대상 유전질환 자문위원회가 구성 및 정기적 심의를 거쳐 지정하는 식으로
보다 신속한 지정 처리를 기대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삶은 때때로 나 하나를 제대로 지탱하기도 어려울 만큼 버겁기도 합니다.
굳이 질병이 괴롭히지 않더라도 삶에 괴로움을 주는 것들이 많은데
이런 험난한 세상에 자녀를 낳는 것이 스스로의 욕심을 채우려는 이기적인 행동은 아닌지 싶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그런 판단을 하기에는 생각도 시점도 너무 이르지 않나 싶습니다.
아이에게 좋은 것을 주려는 마음과 그것을 실천하는 의지와 노력을 다 해본 뒤에야 판단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적어도 주변 환경은 자녀를 상상하는 제 자신을 온 힘을 다해 응원하는 것처럼 보이니 말입니다.
아무튼 미래를 꿈꾸며 계속 가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