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 유전자 검사, 허용해주시면 안될까요?
반려되었습니다.
작년 8월 국민신문고에 청원을 넣었습니다.
유전성 신경계 질환인 PKD : 돌발성 운동유발 이상운동을 조기에 검진하고자
배아 단계에서의 유전자검사를 허용해달라는 청원이었습니다.
다만 12월 31일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배아 태아 대상 유전자검사 허용질환 목록에 PKD는 없었습니다.
PKD, 영문 명칭은 Paroxysmal kinesigenic dyskinesia
발작성 / 돌발성 운동유발 이상운동은 정지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몸을 움직이거나 운동할 때
일시적으로 몸을 원하는대로 움직일 수 없는, 이상운동이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약을 복용하면 증상이 사라지지만 완치는 아닙니다.
때문에 첫 증상이 있던 유년기부터 지금까지 약 15년간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재작년, 최근에야 정확한 진단명을 확진 받고 유전성 질환임을 확인했습니다.
유전 확률은 50%,
상염색체 우성 유전이나 제 대에 유전자 돌연변이로 발병하였기에 부모님에게는 유전자 이상이 없었습니다.
국내 유병인구 200명 미만인 극희귀질환으로 분류된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유전을 피할 방법은 배아 단계에서의 유전자검사입니다.
30대 후반의 산모에게서 염색체 수적 이상을 보고자 배아 대상 유전자검사(PGT-A)를 진행한다면
이번 경우는 단일 유전자의 이상 유무를 검토하는 유전자검사(PGT-M)가 필요합니다.
염색체 수적 이상을 보는 착상전 유전 검사 (PGT-A)
Preimplantation Genetic Testing for chromosomal Aneuploidies
단일 유전자 이상을 보는 착상전 유전 검사 (PGT-M)
Preimplantation Genetic Testing for Monogenic disorder
PGT-M 방식의 유전자 검사는 '우월한 형질'을 지닌 아이를 맞춤형으로 선택하는데 오용될 수 있어
일부 질환에 대해서만 검사가 가능하도록 법률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PKD에 대해서도 배아 유전자 검사가 가능하도록 청원을 넣었으나 첫 신청에서는 반려된 것입니다.
어떤 기준으로 허용하는걸까?
이번 12월 공고에서 다섯가지 선정기준을 밝혔습니다.
※ 검토기준: 아래 항목을 종합적으로 검토 및 평가
① 발병 연령: 해당 질환이 출생 직후 또는 생후 수개월 이내 발현되는지 여부
② 질병의 치명도: 질병이 생명을 위협하거나 사망률이 높은지 여부
③ 증상의 중증도: 질병이 지속적이고 심각한 신체적, 인지적, 감각적 기능 장애를 유발하는지 여부
④ 치료 가능 유무: 질병에 대한 치료가 존재하는지 여부
⑤ 삶의 질: 질병이 개인과 가족의 삶에 미치는 심리적·사회적 영향의 정도
신생아기, 영아기(1세 미만)에 발현되는 질환,
치사율이 높은 질환, 심각한 장애를 유발하는 질환, 치료가 어려운 질환을 우선하여 등재한다는 의미입니다.
돌발성 운동유발 이상운동의 경우,
처음 증상을 느낀 것이 10살의 유년기였기에 첫 조건과 불일치,
질환 자체가 치명적이지는 않기에 불일치,(운동, 군 훈련, 운전 등의 상황과 맞물려 치명적일 수 있다고 항변)
심각한 장애를 유발하지는 않기에 불일치,
치료 방법 자체는 완치는 아니지만 꾸준하게 증상을 억제하는 약제가 있기에 불일치
하여 배아 대상 유전자검사 가능질환에 등재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연말 예기치 못한 미등재 소식에 사실 꽤나 놀랐습니다.
아이 하나가 귀한 시대라 건강한 자녀를 낳겠다는 청원에 자연히 긍정적인 답변이 올거라 생각했습니다.
동시에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어요.
간단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전의 청원을 너무 간단하게 작성한 것은 아닌지
사실 유전 질환을 갖고 자녀를 갖겠다는 생각이 너무 이기적인 마음은 아닐런지
혹은 아예 혼자 살아가는 삶을 살게 된다면 욕심 좀 내려두고 살아도 괜찮을텐데? 하는 생각까지도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할까?
일주일이 지났을 때, 다시 펜을 잡았습니다.
적어내려간 청원 전문입니다.
배아 대상 유전자검사(PGT-M) 허용 질환에 PKD(돌발성 운동유발 이상운동) 포함 요청
수신: 보건복지부 장관 귀하
참조: 배아·태아 대상 유전자검사 자문위원회
본인은 상염색체 우성 유전질환인 PKD[Paroxysmal Kinesigenic Dyskinesia, 돌발성 운동유발 이상운동, 원인 유전자 : PRRT2 , 염색체 16번 단완 11.2(16p11.2)에 위치] 환자로서, 본 질환을 배아 대상 유전자검사(PGT-M) 허용 대상 질환에 포함해 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본 요청은 개인적 사유를 넘어, 국가의 출생 전 예방정책, 장애 부담 감소, 의료비 절감, 가족의 삶의 질 보호라는 공익적 관점에서 드리는 것입니다.
1. PKD는 ‘조기 발병 + 평생 지속’ 유전질환입니다
PKD는 대부분 소아·청소년기에 발병하여 성인기까지 지속되는 유전성 신경계 질환입니다. 성장과 함께 증상이 호전되기도 하나, 많은 환자에서 완전한 소실 없이 평생 재발합니다. 이는 단기적 질환이 아니라, 출생 이후 수십 년간 의료·사회적 부담을 발생시키는 질환입니다.
2. PKD는 ‘비치명적’이지만 ‘생명 위험을 수반하는 질환’입니다
PKD 발작은 정지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몸을 움직이는 경우 예측 불가능하게 발생하며, 이로 인한 낙상, 교통사고, 수상사고, 산업재해 위험이 높습니다. 특히 운전, 계단, 아이를 안은 상태, 작업 중 발작은 환자 본인뿐 아니라 타인의 안전에도 직접적인 위험이 됩니다. 즉 PKD는 사망률 통계에 드러나지 않을 뿐, 실질적 생명·안전 위험 질환입니다.
3. PKD는 중증 기능장애를 유발하는 신경계 질환입니다
PKD는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지속적 기능 제한을 유발합니다.
- 운전, 군복무, 육아, 육체노동 제한
- 갑작스러운 발작으로 인한 학업·직업 유지 곤란
- 사회적 위축과 고립
- 만성 불안과 우울
이는 WHO가 정의하는 만성 신경계 장애에 해당하는 기능 손상입니다.
4. PKD는 ‘치료 가능’ 질환이 아니라 ‘조절 불완전’ 질환입니다
PKD는 항경련제 등으로 증상이 감소할 수 있으나,
- 약물 반응의 개인차가 크고
- 평생 약물 의존이 필요하며
- 완치 치료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는 치료 가능 질환이 아니라,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 신경계 질환에 해당합니다.
5. PKD는 ‘다음 세대로 전파되는 질환’이므로 출생 전 예방이 핵심입니다
PKD는 상염색체 우성 유전질환으로, 환자의 자녀는 50% 확률로 동일 질환을 유전받습니다. 이는 개인의 질병에 그치지 않고 세대를 거쳐 신경계 장애를 반복 재생산하게 합니다. PGT-M을 통한 배아 단계 선별이 유일하게 근본적 예방 방법입니다.
6. PKD는 PGT-M의 공익적 가치가 매우 큰 질환입니다
PKD 환자 1명은 평생 다음과 같은 비용을 발생시킵니다.
- 의료비 (진료, 약물, 검사)
- 사고·산재·실직 위험
- 유병 자녀의 가족 돌봄 부담
- 정신건강 비용
반면, PGT-M을 통한 예방은 단 1회의 개입으로 평생의 사회적 비용을 제거합니다.
이는 공공보건 관점에서 가장 비용효과적인 예방 대상 질환 중 하나입니다.
7. 결론
PKD는 - 조기 발병 - 평생 지속 - 치료 불가 - 기능장애 유발 - 다음 세대로 50% 유전이라는 점에서 배아 단계 예방이 가장 윤리적이고 합리적인 유전질환입니다. 따라서 PKD를 배아 대상 유전자검사(PGT-M) 허용 질환 목록에 포함해 주실 것을 정중히 요청드립니다.
별도로 배아 또는 태아 대상 유전질환 자문위원회의 채종희 교수님에게 메일을 드려봐야할까 생각 중입니다.
위원장으로서 교수님의 의견은 어떠할지 만약 반대입장이라면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겠습니다
만약 올해 세 차례의 공고에서 등재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러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렵니다.
혼자서 살아갈 수도 있고
둘이서만 살아갈 수도 있고
셋이서 넷이서 사는 다른 방법도 다양하게 있으니까 말이에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