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계의 애국가 ‘해줄 수 없는 일’
박효신의 노래 듣고 안 따라 할 사람이 있을까? 80년대생 중 ‘해줄 수 없는 일’ 노래방에서 안 불러본 사람 과연 있을까? 내가 안 불러봤다 치더라도 누군가 노래방에서 부르는 모습 한번 안 본 사람 과연 있을까?
BTS가 와도 안된다는 남가수에게는 광야나 다름없는 군대 공연에서 떼창 이끌어낼 수 있는 이가 박효신 외 과연 있는가?
피노키오 수준의 뻣뻣한 몸이지만 통증이나마 덜어볼 심산으로 스트레칭을 받으러 갔다가 내 몸에 탄력을 불어넣기 위해 집중하는 코치님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안으로 내지르는 비명 ‘흐읍!!’ 소리를 내던 중 스튜디오의 비쥐엠이 바뀌었고 난 멜로디를 들어 버렸다. 그리고 삽시간에 내 청각 신경은 지배되어 버린다. 1999년 19살 박효신의 ‘해줄 수 없는 일’에게.
‘할 말이 있어 어려운 얘기 내게 힘겹게 꺼내놓은 네 마지막 얘긴..’
여기까지는 나직이 속으로 따라 하지만 ‘아무것도 난 몰랐잖아’까지 가게 되면 좀 곤란하다. 따라 하고 싶은 내적 갈등이 심화된다. 하지만 ‘그런 것도 몰랐다는 걸 도무지 난 용서가 안돼’에 이르러서는 내적 갈등이고 뭐고 무장해제다.
‘자 호흡하세요! 긴장 푸시고!!’ 하는 코치님의 가이드를 받으며 나는 복화술로 완창 했다. ‘더 지치게 하는 일 없을 테니..’까지 깔끔하게.
참아보려 했지만 ‘이별까지는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 네가 없이 살아가는 게 나에게는 자신 없으니까’ 이 부분을 안 따라 할 재간이 누가 있느냐 말이다!
박효신의 야생화 라이브를 들은 외국인 반응을 찍은 유튜브 영상이 지겹게 알고리즘에 떴지만 단 한 번도 클릭한 적 없건만 굳어버린 대퇴근막장근을 스트레칭하며 들려온 ‘해줄 수 없는 일’ 에는 그저 무장해제다.
박효신은 ‘야생화’ 아니다. ‘해줄 수 없는 일’이다.
그는 내 세대의 이미자이며 ‘해줄 수 없는 일’은 감성계의 애국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