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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정하 Feb 16. 2022

박효신-내 세대의 이미자

감성계의 애국가 ‘해줄 수 없는 일’

박효신의 노래 듣고 안 따라 할 사람이 있을까? 80년대생 중 ‘해줄 수 없는 일’ 노래방에서 안 불러본 사람 과연 있을까? 내가 안 불러봤다 치더라도 누군가 노래방에서 부르는 모습 한번 안 본 사람 과연 있을까?


BTS가 와도 안된다는 남가수에게는 광야나 다름없는 군대 공연에서 떼창 이끌어낼 수 있는 이가 박효신 외 과연 있는가?


피노키오 수준의 뻣뻣한 몸이지만 통증이나마 덜어볼 심산으로 스트레칭을 받으러 갔다가 내 몸에 탄력을 불어넣기 위해 집중하는 코치님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안으로 내지르는 비명 ‘흐읍!!’ 소리를 내던 중 스튜디오의 비쥐엠이 바뀌었고 난 멜로디를 들어 버렸다. 그리고 삽시간에 내 청각 신경은 지배되어 버린다. 1999년 19살 박효신의 ‘해줄 수 없는 일’에게.


‘할 말이 있어 어려운 얘기 내게 힘겹게 꺼내놓은 네 마지막 얘긴..’


여기까지는 나직이 속으로 따라 하지만 ‘아무것도 난 몰랐잖아’까지 가게 되면 좀 곤란하다. 따라 하고 싶은 내적 갈등이 심화된다. 하지만 ‘그런 것도 몰랐다는 걸 도무지 난 용서가 안돼’에 이르러서는 내적 갈등이고 뭐고 무장해제다.


‘자 호흡하세요! 긴장 푸시고!!’ 하는 코치님의 가이드를 받으며 나는 복화술로 완창 했다. ‘더 지치게 하는 일 없을 테니..’까지 깔끔하게.


참아보려 했지만 ‘이별까지는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 네가 없이 살아가는 게 나에게는 자신 없으니까’ 이 부분을 안 따라 할 재간이 누가 있느냐 말이다!


박효신의 야생화 라이브를 들은 외국인 반응을 찍은 유튜브 영상이 지겹게 알고리즘에 떴지만   번도 클릭한  없건만 굳어버린 대퇴근막장근을 스트레칭하며 들려온 ‘해줄  없는 에는 그저 무장해제다.


박효신은 ‘야생화’ 아니다. ‘해줄 수 없는 일’이다.


그는 내 세대의 이미자이며 ‘해줄 수 없는 일’은 감성계의 애국가다.


이것이 박효신이다 해줄 수 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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