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바보 편
김대충은 수학을 못한다. 아 다시 정정. 숫자를 모르는 수준이다.
회사 다닐 때 견적서, 내역서의 지옥인 공무 파트에서 일했었는데 회사 말아먹지 않은 게 용하다.
견적서에 0 하나 때 먹고 보내 주는 일, 3만 원 송금하랬는데 30만 원 송금하는 일이 태반이었다. 거래처 직원들이 천사여서 다행이었지. 어후 간담이 서늘
이지경이니 당연히 문과겠거니 생각하겠지만 실은 이과 출신이다. 가형이나 나형이나 8-9등급이니 이과를 갔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모피어스에게 낚인 거지.
이런 모피어스의 계락에 넘어갔지만 나름 졸업할 때까지 전과 없이 잘 버텨냈다. 수능 때는 나름 선방해서 대학이란 곳도 가봤다. 이에 큰 공을 세운 두 인물이 있는데 고3 담임선생님과 친구 황융융이다.
수험생 시절 3월 모의고사가 36점이 나왔다. 심지어 찍은 게 아니라 풀어서 8등급을 받았다.
담임선생님이 다행히(하필) 수학담당이었다. 그 후 야자시간마다 틈만 나면 교무실에 잡혀갔다. 36점 맞은 시험지를 들고.
첫 장부터 틀렸네? 지옥의 과외가 이어졌다. "대충아 이건 근의 공식만 알면 푸는 거잖아. 근의 공식 한번 적어 봐라." 선생님 그게 뭔가요? 헤헤.
쌤은 '넌 지금 문제를 풀어서 될 애가 아니다. 기초부터 다시 하자.'라며 1학년 수학책을 손에 쥐어주셨다.
그 후 김대충은 초심으로 돌아가 야자시간마다 담임선생님과 한 학기 동안 공식 외우기 지옥에 들어섰다.
2학기부터는 문제라는 것도 풀었는데 만만치 않았다. 이에 친구 황융융에게 '왜왜 그게 왜'를 시전 하며 질문을 해댔다. 당시 수학선생님이 꿈이었던 황융융은 친절한 설명과 더불어 아름다운 글씨체로 김대충에게 수학 신의 가호를 내려줬다.
그 후 김대충은 수능에서 수리영역 4등급의 쾌거를 이뤄냈다. (물론 등급 턱걸이)
어떻게든 대학이란 곳에 보내 밥이라도 벌어먹게 해 준 두 분께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하지만 근의 공식은 아직 못 외워요. 사는데 별지장은 없더라고요. 쏙닥쏙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