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어머니의 마지막 단감
매년 날씨가 제법 쌀쌀해지면 감 한 박스가 도착한다. 진주 큰아버님 댁에서 농사지은 단감이다. 다른 단감보다 유독 더 달아서 식구들끼리 까먹기 시작하면 금방 동이 난다.
하지만 올해 감은 조금 천천히 아껴먹는 중이다.
큰어머님께서 올해 감이 채 익기도 전에 암투병중에 작고하셨다. 먼 거리 때문에 명절 때나 뵈었지만 친며느리처럼 아껴주셨다. 못난 질부를 위해 감말랭이, 감식초 등을 만나 뵐 때마다 챙겨주신 따뜻한 분이셨다.
그런 큰어머니의 투병소식에도 애들 데리고 가는 거 아니라는 어른들의 말씀에 찾아뵙지도 못한 게 조금 한스럽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과일이라 하면 사과를 생각하겠지만(백설공주의 사과, 엘런 튜링의 사과, 스티브 잡스의 사과) 난 이제 단감이 떠오른다. 단감의 달콤함이 이제 조금 쓸쓸한 느낌이다.
올해 유독 더 달달한 단감을 깎는다.
괜히 손이 떨린다. 예쁜 감 위에 얹어졌던 큰어머님의 거칠었던 손이 겹쳐 보인다.
큰어머님의 삶이 거친 손처럼 고단했기보단 예쁜 단감처럼 달콤했길... 작은 애도를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