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파이낸스 강의/제1강(2)

왜 PF 강의를 듣나요?

by 화상 바오로

1.2 왜 PF 강의를 듣나요?


PF 강의는 해당 업무를 취급하는 직원들만 들으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 여러분이 국제 금융거래를 취급할 일이 없고, 또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면 아마도 그렇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해외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을 취급하고 있거나, 이 업무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답변은 단순히 '그렇지 않다' 보다는 좀 더 묘합니다.


프로젝트 파이낸스(Project Finance)와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원(financing projects)은 분명히 다른 개념입니다.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을 지원하는 방식은 실로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반해 전자는 실물 거래(=프로젝트)와 금융(=파이낸스)이 서로 밀접하게 엮여있는 금융기법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프로젝트 파이낸스와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지원의 의미는 서로 다르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개념이 헷갈리는 만큼 그만큼 서로 관련이 깊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는 특히 수출입은행의 모든 금융지원이 (형식적으로는) 건별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금융이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기업금융은 차주의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하는 금융 방식이지만, 수출입은행에서의 기업금융은 거의 모두 특정 프로젝트의 존재를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수출입은행의 금융은 거의 전부가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지원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프로젝트 파이낸스와 그것이 아닌 것과의 차이가 필요 이상으로 크게 인식되고 있는 게 아닐까요?1)2) 그러니 지원 대상 프로젝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경우 어떠한 방식의 금융이라도 그것은 맹숭맹숭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아가 고객에게 본질(프로젝트)을 이해하지 못하는 갑갑한 은행원이라는 인식을 줄 수도 있습니다. 는 비단 수출입은행 직원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 국제 금융거래를 업으로 하는 모든 금융인에게 공통된 얘기일 것입니다.


저의 의견은 이렇습니다. 프로젝트 파이낸스를 잘 이해하면 국제금융 업무를 더 잘 취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는 프로젝트 파이낸스가 보다 정치한 금융기법이자 호흡이 긴 금융기법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프로젝트 파이낸스가 다른 업무보다 더 어렵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저는 그저 프로젝트 파이낸스는 프로젝트성 국제 거래의 기본 요소들을 보다 상세하게 공부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관점은 기업금융뿐 아니라, 기업금융 형태를 띠고 있는 (그러나 프로젝트 파이낸스 기법을 일부 차입하여 활용하고 있는) EDCF 업무를 보다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왜 그런지 기업금융, 그리고 EDCF의 예를 각각 들어 살펴보겠습니다.


모 부서에서 취급하고 있는 대형 석유화학 프로젝트 기업금융 관련, 경영진은 'PF 기법을 활용하여 리스크를 경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라'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 기업금융이란 차주 또는 보증인의 신용도를 기초로 하는 금융인데, 왜 이런 주문이 있었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프로젝트의 수명(예컨대 30년)이 해당 차주(프로젝트 회사)의 모기업이 통상 금융시장에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의 만기(예컨대 5년)보다 훨씬 길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보증인의 신용도에만 의존하지 말고, 보다 긴 호흡으로 프로젝트 자체의 경쟁력을 상세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해당 프로젝트가 30년 동안 동 모기업의 핵심 사업분야로 남아있을 것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PF 기법으로 분석해 보라는 지시는, 해당 프로젝트가 30년을 잘 버틸 수 있는지 보다 상세히 검토해 보라는 지시에 다름 아닌 것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보다 상세히‘입니다. 여러분이 해외투자자금이나 현지법인 앞 사업자금 지원을 할 때에도 분명 프로젝트의 경제성을 따집니다. 그러나 모기업의 보증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상세하게 분석을 하진 않습니다.


한편, 대부분의 EDCF 사업은 인프라 사업입니다. 여러분도 잘 알겠지만 인프라 사업의 수명은 수십 년에 달합니다. 대략 3년 정도에 불과한 건설기간에 비해 매우 긴 기간입니다. 나아가 대부분의 인프라 사업의 건설 위험은 (산업플랜트나 자원 프로젝트 대비) 크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프라 사업은 잘 짓는 것보다는 잘 운영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그러나 EDCF는 제도적으로 잘 짓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프로젝트 사업완공보고서를 접수하는 것을 완공으로 보고 일단락을 짓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사업완공보고서는 기본적으로 건설계약의 완공증명서(final acceptance certificate)에 기반하여 작성되는데, 여기에는 당연히 운영과 관련된 내용은 제외되어 있습니다. 운영은 수원국(recipient country) 사업 실시기관에 맡긴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여하튼 이렇다 보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유무상 연계를 거론하게 되지만, 유무상 연계가 근본적인 치유책이 되기는 어렵습니다.3)


이에 비해 PF에서의 완공은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합니다. 해당 프로젝트의 물리적 완공, 시운전, 그리고 안정적인 운영능력을 검증할 뿐 아니라 아니라 프로젝트의 범위가 아닌 (그렇지만 프로젝트 운영을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사안까지 한꺼번에 완공 검증의 범위에 포함시킵니다.4) 나아가 일정 기한까지 완공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사업주의 완공보증 의무 이행 청구, 또는 양허계약의 해지 및 해지대금 청구, 그리고 배당금지 등 여러 가지 보호장치가 작동하게끔 해놓습니다. 이 때문에 프로젝트 완공은 발주처, 대주단, 그리고 사업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매우 중요한 이벤트입니다. 물론 이러한 PF에서의 완공 개념을 EDCF에 바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업관리 방법 개선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PF에서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수출금융, 해외투자 관련 금융 그리고 EDCF를 막론하고 프로젝트성 금융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해외 인프라 프로젝트 금융지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인프라 프로젝트는 부족한 정부재원을 극복하기 위해, 그리고 VfM(Value for Money)을 확보하기 위해 PPP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입니다.5) 그리고 PPP는 대부분의 경우 프로젝트 회사를 설립하여 PF 방식으로 추진됩니다.6) EDCF 또한 위에서 언급한 이유 포함 여러 가지 이유로 PPP로 지원영역을 확대하고자 합니다7). 그러니, PF를 공부하는 것은 단순히 PF 전문가가 되고자 하는 수준을 넘어, 프로젝트에 기반한 국제 금융거래 업무의 기초를 닦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여러분이 PF를 강의를 듣는 까닭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모든 사람이 PF 업무를 실제로 담당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여, 앞서 소개한 「프로젝트 파이낸스 원리(2판)」 책을 두세 번 통독해 보기를 권합니다. 처음에는 막히는 부분이 좀 있겠지만 책 전체를 읽으면서 PF의 뼈대를 이해하는데 집중하고, 다시 읽으면서 눈에 들어오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읽으면 분명 지금 담당하고 있는 업무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앞서 제 강의의 목표가 잔소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여러분이 책을 읽게 만드는 것입니다.


마이클 루이스는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일을 잘하는 것은 잘 모를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다.


여러분들도 업무를 하다 보면 막막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때 오늘 강의를 기억하고, 책을 더듬어 길을 찾을 수 있으면 기쁘겠습니다.


오늘 강의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1) 혹시 ‘트위들덤-트위들디 이론’이라고 들어보셨나요? 트위들덤과 트위들디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 나오는 쌍둥이인데, 남들이 보면 거의 비슷하지만 각자는 서로 너무나도 다르다고 얘기합니다. 이는 (극좌부터 극우까지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은) 유럽의 관점에서는 미국의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그 이념적 성향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보는 유럽 정치학자들의 관점을 묘사하는 이론입니다.


2) 또한 ‘PF부서는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부서가 아니다’라는 평가가 이러한 인식을 고착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3) 저는 기본적으로 ‘single point of responsibility’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거버넌스 문제라고 볼 수도 있고요.


4) 자세한 내용은 제6강을 참조하세요.


5) World Bank 2017, PPP Reference Guide Version 3.0, Section 1.2


6) 「Public-Private Partnerships for Infrastructure: Principles of Policy and Finance(Yescombe, E.R., Edward Farquaharson), 「Project Finance and PPPs」(Butterworth-Heinemann)


7) 예컨대, ’EDCF를 통한 민간부문 개발(PPP) 활성화 전략‘(기금운용위원회, ’22. 5월)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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