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갖는 비즈니스와 사업가에 대한 잘못된 인식
성공 사례는 잘 팔리기 위해 각색된 경우가 많습니다.
대단한 하나의 아이디어보다 다수의 평범한 아이디어가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사업가라고 무조건 뛰어난 리더십, 결단력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부의 추월차선'은 모두가 들어본 베스트셀러입니다. 이 책은, 극단적으로 노동은 무의미하고 월급은 노예근성을 일으킬 뿐이며 사업이라는 방식만이 당신을 구원할 방법이라 이야기합니다. 리스크를 극복하고 사업을 시작해 미친듯한 업무, 그 끝에 얻는 람보르기니가 곧 내용의 전부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 마치 작가가 옆에서 귀에 대고 소리를 지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너는 패배자고 너의 인생은 지금 구렁텅이니까 빨리 나가서 사업해라'라고요. 하지만 저자는 '부의 추월차선'의 존재만 알려주고, 어떻게 차선을 타야하는지에 대해선 허무맹랑한 답변을 내놓습니다. 큰 리스크를 지는 것을 두려워 하면 안되며 인생이 밑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어있습니다. 이 책의 의의는 회사 밖 나의 시스템을 만들어놓지 않는다면 단순 노동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다 정도지 않을까요. 무책임할 정도로 사람들을 고위험의 방식으로 몰아넣는 것은 경계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성공을 영화로 만든다면, 그 영화를 잘 팔기 위해선 스토리가 중요합니다. 당연하게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기승전결 구조가 사랑받습니다. 주인공의 삶이 빈곤했을수록 또 고생했을수록 신파는 강화됩니다. 무모해 보였던 결단과 고생 끝에, 성취한 성공의 크기가 컸을 때 액션신과 CG는 화려해집니다. '잘 다니던 회사를 박차고 나와'도 플러스 요소입니다.
스토리가 미디어를 만나면 훨씬 더 극적으로 편집됩니다. 사람들은 밋밋한 일직선보다 굴곡진 'Rise and Fall', 즉 상승과 하강이 있는 이야기를 더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성공 이야기를 필터링해서 들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긍정의 힘, 끌어당김의 법칙 이런 말들로 사업을 시작하지 마세요. '잃을 것 없는 나이니까', '남자라면' 같은 말들로 과도한 리스크를 지우지 마세요. 모든 것을 걸고 사업하는 것도 물론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지만, 꼭 해야만 하는 경험은 아닙니다. 앞서 저는 실패를 권장했습니다. 그러나 한번의 실패의 댓가가 여러번의 도전과 실패를 할 수 없는, 재기불가능한 것이라면 추천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All or Nothing' 의 자세 아니어도 성공적으로 1인 비즈니스를 이끈 사례는 많습니다.
1인 앱개발자인 프로그래밍좀비는 회사를 다니는 동안 300개의 앱을 만들어 경제적 자유를 달성했습니다. '엄청난 아이디어'와 '무모할 정도의 과감한 결단' 그리고 '뼈를 깎는 노력'이란 클리셰는 여기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냥 퇴근 후 아이디어를 꾸준히 앱으로 실현화했을 뿐입니다. 자기 스스로 기획력이 뛰어나지 않다고 느꼈기에, 매일 생각나는 아이디어를 빠르게 구현하고 조금이라도 수익화를 해본 것을 비결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모든 앱이 다 대단한 성공을 거둔 것도 아니지만, 소액이라도 꾸준히 발생하는 수익을 모아보니 적지 않음을 느꼈다고 합니다.
또한 그는 스스로의 강점과 약점을 잘 아는 사람입니다. 앱 개발을 해보니 스스로 기획력이 뛰어나지 않다는 것을 알았고, 대신 이 약점을 실행력으로 메꿔보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획기적인 아이디어 하나로 대박을 치는 스토리 아니어도 꾸준한 실행이 주는 성공의 모습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직장이나 현재 속한 위치를 무조건 벗어나야만 사업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Bill Gates는 하버드를 자퇴한 것이 아니라, 휴학 후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했다는 이야기는 사업 실패에 대한 대비책을 강조한 유명한 사례입니다.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파인스테이 큐레이션 플랫폼인 스테이폴리오도 블로그에서 펜션을 소개하다가 시작한 비즈니스입니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 사이드잡에서 시작하거나, 취미가 비즈니스가 된 케이스는 너무나도 많습니다. 실패 후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것도 창피한 일 아닙니다. 도전해본 사람만 겪을 수 있는 유일한 경험입니다.
같은 맥락으로 사업가의 모습도 특정 이미지를 갖추고 있습니다. 기획력과 아이디어가 뛰어나며, 조직 안에서 남들을 리딩하고, 수용보다는 '자신만의 신념'을 지키는 등의 키워드입니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사례처럼 성공의 방식도, 비즈니스의 모양도 각자마다 다르며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의 성향도 모두 다릅니다. 1인 비즈니스를 생각하지 못하는 이유가, 미디어에서 접한 기업가와 나의 모습이 닮지 않았기 때문이라면, 크게 문제될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캐롤 로스의 책 '당신은 사업가입니까'는 정말 성공한 사업가의 모습엔 불확실성과 도전을 구분하는 통찰이 있음을 전달합니다. 우리가 인식 상 생각하는 사업가의 이미지와 실제 성공한 사업가 간에는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성공 신화는 성공이 끝난 뒤 쓰입니다. 결과에 따라 과정은 수정되기도 합니다. 사업가의 이미지 또한 실제와 다른, 만들어진 모습일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를 하며 성공담과 조언이라고 하는 잔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과장되고 만들어진 이야기로 인해 심리적으로 너무 흔들리거나 비즈니스의 방향을 바꾸지 않아도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