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과잉 시대에 마케팅
넷플릭스에서 영화 한편을 보려고 해도, 무슨 영화를 볼지만 고르다가 결국에는 시청을 포기한 경험 있으신가요? 이처럼 컨텐츠의 증가는, 컨텐츠 시청의 증가 뿐만 아니라 컨텐츠를 탐색하는데 소요되는 시간 또한 길어지게 만들었습니다. 한 해외 조사에 따르면, 넷플릭스 사용자의 평균 탐색 시간은 15분이며, 미국 Z세대의 경우 콘텐츠 선택에 평균 27분을 소요합니다. 이는 콘텐츠 과잉 공급 시대의 필연적 현상입니다.
소제목이 좀 특이합니다. 둘다 유명한 웹툰의 제목입니다. 콘텐츠 과잉 시대에 제목은 점점 길어졌습니다. '비밀', '선물'같은 비유적인 표현으론 사람들이 그 내용을 빠르게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어떻게든 사람들에게 선택받기 위해 웹툰, 웹소설의 제목은 점점 직관적이며 설명적이게 변화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독자들은 무슨 내용일지, 어떤 장르일지를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제목 자체가 곧 트레일러이자 프롤로그이며, 캐릭터, 갈등, 구조, 결말의 분위기까지 압축해 전달합니다.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인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의 서사가 탄탄하다거나 스토리가 예상을 벗어난다거나 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스토리는 철저하게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반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요. 그럼에도 케데헌의 큰 성공에는 요즘 같은 숏폼 시대에 적합한 요소들이 잘 녹여져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챌린지를 염두에 둔 안무 & 노래 설계
유저들의 2차 창작, 3차 창작 통한 자발적 확산
가장 잘나가는 케이팝 프로듀서, 안무가들을 섭외하여 따라 부를 수 있고, 따라 출 수 있게 만든 것이 가장 주요한 성공요인이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케데헌을 보고나면 영화나 애니메이션보다 한편의 음악앨범을 듣는 느낌에 더 가깝습니다. BBC에서도 "음악이 이야기를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풍성하게 만들었다"라며 그 성공요인을 음악들로 꼽기도 했습니다. 즉, 서사를 담은 긴 장편 형태이지만 실제로는 2~3분 단위의 짧은 뮤직비디오의 연속에 더 가까웠으며 이를 통해 확산하기 훨씬 좋은 구조를 갖었다는 결론입니다. 짧지만 자극적인 장면들 통해 시청하게 만들었던 것이겠죠.
콘텐츠는 살아남기 위해서, 생존을 위한 진화를 거듭합니다. 어쩌면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보다 '선택의 부담을 덜어주는 전략'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소비자가 고민하지 않고도 즉시 감정적 확신을 갖게 만드는 것입니다. 제목부터 썸네일, 첫 장면까지 모든 요소가 '탐색 비용 제로'를 목표로 설계되어야 하며, 인플루언서나 알고리즘을 통해 선택 자체를 위임받는 구조로 전환해야 합니다. 가장 도파민 터지는 하이라이트 통해 사람들을 보게 만들어야 합니다. 결국 '선택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선택할 필요가 없게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