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직 어리다고 생각하지만 주변의 상황은 아닌 현실
십 대 지나 이십 대
어렸을 때에는 시간이 잘 안 갔다. 그게 아니라 그땐 학교 아니면 과외 학원뿐이라 시간 가는 줄 몰랐었다. 친구들과 노는 시간은 짧았지만 그 시간이 지금 내가 느끼는 만큼의 속도만큼 빠르지 않았다.
시간은 한 살, 한 살 먹을 때마다 광년의 속도로 달리는 현실이지만 적어도 이십 대는 영원할 거라 생각했다. 일어 나기 싫어도 가야 하고, 하기 싫어도 해야 하고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때쯤 갑자기 내년이면 서른이라고 한다.
매듭 지은 건 하나도 없는 이십 대를 갑자기 단단히 묶고 보내주고 새로운 삼십 대를 맞이하라 하는 게 맞는 일인가 생각이 든다. 불현듯 코로나가 심해지기 전 새해 다짐을 보니, 29살에는 더 격렬하게 놀고먹고 즐기고 배우자 했는데 전염병 때문에 모든 게 망가져버렸다.
29살
망가져버린 해가 돼버렸다고 생각하는 게 잘못인 걸까 아님 사람 마음먹기 나름인데 그래도 잘 마무리해야만 하는 걸까.
'잘'이라는 의미가 잘한다고 말할 때에도 들어가고 뭐 좀 해달라고 하면 잘 좀 부탁한다고 한다. 왜 20대에는 잘 잘 잘만 붙이다가 말을 매듭짓지도 못한 채로 마무리하고 30대를 맞이해야 하는가 생각이 든다.
두렵고, 무섭고, 더 이상 겉으로는 어른인 척해도 속으로는 울고 있는 어린아이가 되면 안 된다는 강박을 주는 걸까. 왜 완벽한 어른은 잘 나가는 어른은 30살에는 만들어진 거라고 믿어왔던 걸까 아님 매스컴이 만들어 낸 허상인가
서른이 임박한 30일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은 평소보다 더 빠르게 틱톡 틱톡 째깍째깍 흘러가고 애꿎은 시계 초침만 바라보며 초조해한다. 아 나 뭐했지 올해 생각이 든 순간 이 모든 게 뭘 해야만 한다는 강박이 만들어 낸 계획들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서른 혹은 십의 자리 숫자 삼
난 적어도 서른을 맞이할 때 마음가짐은 이렇게 해야지 하는 생각부터 버리려고 한다. 모든 건 규정했을 때 그 안에 의미가 갇히고 퇴색되어 본래의 의도를 망각한다.
따라서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을 거지만 딱 한 가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떤 일을 하면서 내 입에는 풀칠할 정도로 할 건지 고민하고 계속 고민할 것이다.
사실 스무 살이 되어 원래 하려던 일을 하지 못해서 내가 무엇을 하면 좋을지 사실 엄청 고민하고 주변에 의견을 물어봐도 매번 돌아오는 건 네가 하고 싶은 거 하라는 답변뿐이었다. 그래서 흘러가는 대로 살지 뭐 하다가 중간에 자아실현하려고 이직도 했다가 피눈물도 흘렸다가 정체기를 맞이하고 있다.
더 열심히 나에 대해 알고, 느끼고, 뿐만 아니라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다시 진지하게 할 필요가 있다. 30대는 1살 먹는다는 이유만으로 십의 자리 숫자가 바뀌었고 그건 꽤 큰 변화라고 다가 오기 때문이다.
혼란하다, 혼란하다.
주변의 언니, 오빠들한테 물어보면 별 거 없고 그냥 한 살 더 먹는 거고 그동안 혹사시킨 몸이 한두 군데 슬슬 아파서 병원 가야 되고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정도라고 했다.
인성으로는
서른이 되면 멋진 어른은 아니어도 적어도 가진 게 얼마 없지만 내려놓는 거와 편견 없이 보되 더 갖었다고 해서 경거망동하지 않고 겸손해지는 거 그래서 더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길ㅋ
직업으로는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 일을 매진해보길, 그리고 지치면 한 번쯤은 자신에게도 일 그만두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길ㅋ
겉껍데기로는
맵고 짜고 단거 덜 먹고, 운동도 춥다고 안 하지 말고 틈틈이 뛰기도 하고 요가도 해서 몸과 마음 다스리고 가능하면 마음도 잘 갈고닦아 얼굴이 빛날 수 있게 노력하길ㅋ물론 피부도 노력해야겠지만ㅋ
금전적으로는
단기, 장기 계획 잘 세워서 잘 모으고 덜 쓰길, 로또나 연금복권 꼭 일등 되길ㅋ
이렇게 또 계획을 해버렸다. 버리자 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