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진가 로베르 드와노(Doisnaeu)의 그 유명한 ‘시청 앞에서의 키스’에 나오는 여인 프랑수아즈 보르네(Bornet)가 9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사진이 널리 알려진 바에 비해 그녀는 대중의 관점에서 좀처럼 사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현실에서의 삶이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사진이 좋아서 다른 궁금증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완성된 이미지 때문이었을까? 사진이 찍힌 지 7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세련된 현재적 순간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보면 그럴 듯도 하다.
사진가는 1950년 ‘라이프’지에 파리에서의 사랑을 주제로 사진 의뢰를 받아 사진을 촬영하고 다녔다. 길에서 키스하는 연인을 보고 그 장면을 재연해 줄 것을 요청했고, 둘은 이곳 외 몇 군데서 키스 장면을 촬영했다고 했다. 사진은 라이프지에 실렸고 오래 가지 않아 잊혔다.
36년 후인 1986년 어느 포스터 회사에서 이 사진을 발견하고 장식용 포스터로 제작해 팔면서 유명해졌다. 사진엽서와 초콜릿 상자와 샤워 커튼 등 사진을 새길 만한 상품들에 새겨 팔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무렵 포스터 사진으로 알려졌고, 눈 밝은 사람들이 포스터를 사서 걸기 시작했다. 카페나 서양식 식당 같은 곳에도 걸렸다. 나는 이 포스터를 30여 년 전 광화문의 술 파는 카페에서 처음 봤고, 지금도 그 카페에는 이 액자가 걸려있다. 서울 을지로 액자 가게에서도 여전히 이 사진 액자를 팔고 있다. 사람은 떠나도 사진은 영생을 살고 있는 셈이다.
관객들은 이 사진을 너무도 좋아하지만, 저 멀리 다른 세상의 존재들처럼 보였기 때문에 그들의 이름과 사생활까지 궁금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93세라는 나이를 살다 떠났다는 소식이 비로소 사진 밖으로 잠시 그녀를 불러낸 것 같다. 영원히 스무살로 거기 있을 것 같은 사람이 93년을 현실에서 살고 이제 떠났다는 사실의 놀라움, 공감력 있는 이들은 모르는 사이 흘러가 버린 타인의 세월이 잠시 울컥했을 수도 있다. 어떤 막연한 서글픔 같은 서늘함을 잠시 느꼈다.
사진은 ‘지속된 순간’(제프 다이어의 책 제목처럼) 속에 남겠지만, 그녀의 인생은 사진보다 먼저 잊힐 것이다. 그녀는 이제 완전히 사진 안으로 들어갔다. 로베르 드와노는 1994년, 남자는 2006년 세상을 떠났다. 너무 흔하게 소비되고 동경되지만 좋은 사진 한 장이 남긴 사람들의 흔적은 크다. 보르네가 가지고 있던 드와노의 자필 서명이 들어간 오리지널 프린트는 경매에서 15만유로에 팔렸다는 뒷얘기도 있었다.
둘의 연애는 오래가지 않았고 각자 다른 배우자와 결혼했지만, 보르네는 그때의 사랑은 진심이었다고 했다. 인간의 흔적으로서 사진은 종종 위대하다. 사진에는 찍힌 사람의 인생과 찍은 사람의 관점과 당시의 우주적 시간 등 유무형의 흔적들로 가득하다.
사진 하는 후진으로서 감사하다. 편히들 쉬시길...
(2024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