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사람들이 사진을 좋아한 이유

by 북태평양

이방인이 카메라를 들고 다가서면 경계부터 하는 법인데, 그들은 수줍지만 온화하게 내 앞에서 웃었다. 그곳에 가는 도중 도시에서 만난 아이들은 카메라 앞으로 몸을 날리며 사력을 다해 사진 찍히려 했다. 오래전 서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유목민 마을에 머물며 사진을 찍었을 때 일이다. 도시 개구쟁이들은 그렇다 치고, 사막의 어른들도 이방인의 카메라 앞에서 좋아한다는 게 낯설었다. 가뭄과 흉년으로 힘든 세월을 보내고 있던 원주민들은 예상과 달리 나를 경계하지 않았고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하기까지 했다. 사진을 뽑아서 보내줄 수도 없었고, 그들도 그 사실을 알았지만, 그저 찍히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듯했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지만, 적잖은 이들에게 단순한 호기심 너머 뭔가 이유가 있어 보였다.


0005401717_001_20240404124903537.jpg 니제르 아발락 근처 사하라 유목민 워다베족 정착지에서 가을 이른 아침 아버지가 피워준 모닥불 가에서 어린 형제가 추위를 녹이고 있다. ⓒ북태평양


동행한 안내인을 통해 알아본 바에 의하면, ‘다른 세상에 있는 사람들이 내 모습을 보면서 내 이야기를 할 것이라 생각하니 기분이 좋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우리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가 갈 수 없는 곳에도 사진은 얼마든지 갈 수 있기 때문이란다. 타인의 시선을 실제로 내가 볼 수 없고, 그곳에 나는 없다 하더라도 나를 향한 누군가의 시선과 관심이 존재하리라는 것을 느낀다는 것이다. 미래의 일이 지금의 나에게 위안이 되고 기쁨이 된다는 것은 인간이 상상의 동물, 기억의 동물이라 가능한 것인데, 그것이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감각은 아닌 것 같다.



0005401717_003_20240404124903617.jpg 부터 여름까지 유목 생활을 한 사하라 유목민들이 가을 정착촌으로 이동하고 있다. ⓒ북태평


마침 즉석카메라를 가져갔던 터라 그들에게 얼굴 담긴 사진 한 장씩 찍어서 쥐어줄 수 있었다. 그중 많은 이들에게 그 사진은 평생 처음 갖는 자기 사진이기도 했다. 세월이 흐른 지금 그 사진들은 모두 빛바래고 찢기거나 모래바람에 날려갔을 것이다.



0005401717_005_20240404124903696.jpg 워다베족 거주지에서 주민들이 우물에서 물을 길어내고 있다. 유목민들이 가을에 정착할 수 있게 된 것은 지원단체에서 만들어준 우물과 학교와 창고 덕분이다. ⓒ북태평양


이제 사진은 찍자마자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손바닥에 온 세상의 일들이 사진으로 넘쳐난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진 보여주는 일은 너무도 쉽다. 애틋하거나 설레는 마음을 담기에는 너무 선명하고 넘친다. 오지의 그들에게 사진의 의미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여전히 다른 세상 사람들에게 사진으로라도 자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할까? 불안한 정세 때문에 지금은 그곳에 갈 수 없고 소식도 알 수 없다.


0005401717_007_20240404124903771.jpg 사하라 사막을 떠나는 날 니제르 북부 아가데즈 근처 투아레그족 마을에서 자매가 따라 나와 조용히 배웅했다. ⓒ북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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