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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치 May 20. 2020

인연—뜻을 이룰 수 있느냐 없느냐

내적인 원인인 ‘인’과 외적인 원인인 ‘연’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 사이를 인연이라고들 하지만 사실 인연의 ‘인’은 원인 할 때 인이다. 풀어보자면 인연의 인은 내적인 원인, 연은 외적인 원인이다. 내가 하고 싶고, 노력도 하고, 뜻을 세우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인이다. 그러면 연은 환경이 되는가, 기회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인연이 닿아야 일이 풀린다. 인연이 되지 않으면 일이 풀리지 않는다.


인에 대해서는 쉽게 알 수 있다. 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시작부터 되지 않는다. 방에 틀어박혀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그대로 만족해 버린다면 돈을 벌러 나갈 수도 없고, 운동을 하지도 못할 것이다. 그런 마음이 일었다 하더라도 직접 나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뜻은 있는데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생겨나지 않는다. 돈을 벌고자 하는데 일을 안 하면 돈이 벌리지가 않는다.


연이 조금 애매할 수 있다. ‘연이 닿지 않았네’ 하는 말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양말을 팔고자 길에 나가 가판대를 열었다. 하지만 비가 온다. 연이 닿지 않은 것이다. 여행 중 기가 막히게 할인하는 명품 가방을 발견했다. 하지만 수중에 돈이 여유치 않다. 연이 닿지 않았다. 2020년 현재,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만들고 싶다. 하지만 아직 그럴 과학기술도 없고, 누군가를 고용하여 연구를 시킬 수도 없다. 연이 닿지 않았다. 창업을 하고자 사람을 구하는데 능력이나 뜻이 잘 맞는 사람을 찾을 수가 없다, 없는 것 같다. 연이 닿지 않았다.


그러니까 내가 하는 건 인이고, 내가 하는 것 외의 것들은 연이다. 열심히 스스로 노력했으나 연이 닿지 않아 이룰 수 없었고, 기가 막힌 기회가 왔는데 본인의 능력이 부족해 이룰 수 없을 수도 있다. 여기에서 사람은 갈린다. 그렇기 때문에 뭔가 열심히 사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염세주의에 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이 글을 읽는다면 이런 사람은 거의 없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이런 생각을 아무렇지도 않게, 번번이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무언가 한다면 확률이 높아진다. 100%는 있을 수 없다. 당연하다. 그렇게 되는 세상이었으면 모두가 부자가 되고, 모두가 모든 것을 이루고 산다. 그럴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인이 충분해져 이룰 확률이 높아지고, 연이 닿을 확률도 높아진다. 이것이 인연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뭘 하더라도 꼭 이뤄지리란 보장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괴로울 이유가 하나도 없다. 원래 100%는 없다. 100% 된다고 생각했다면 착각이고, 그 착각 때문에 괴로운 것이다. 안 됐다면 다시 해보면 된다. 그래서 되면 된 거다. 다시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 수 없으니 다른 것을 해보면 된다. 연이 닿지 않았기 때문에, 인이 부족했기 때문에. 그저 그렇게만 알면 된다. 그러면 아쉬움도 없고 슬픔이나 분노도 생기지 않는다. 어차피 되지 않을 것이었으며, 부족했다면 더 해보면 된다.


가볍게 생각하는 방법이다. 그래서 결심하고 목숨을 걸고 이거 아니면 죽는다는 식의 각오는 반드시 괴로움을 가져온다. 반드시 되리란 보장이 없는 일에 대고 반드시 된다고 생각한다. 되지 않는다면 괴롭고, 되었더라도 그 착각을 기반으로 새로운 습관이 생긴다. 이 습관은 괴로움을 가져오는 습관이다. 그러니까 지금 바로 끊어버리면 괴로울 일이 없다. 일이 되어도 괴롭지 않고, 일이 안 되어도 괴롭지 않다. 받아들이면 되는 일이다. 충분히 하고, 연이 닿도록 충분히 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안 되는 일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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