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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 향수(鄕愁), 고향을 그리다

by 은이은





Y는 이중섭을 좋아한다. 선을 뻗음에 있어, 자신감이 넘친다. 춤을 추지 않아도 화폭에서 언제나 충만한 리듬이 느껴진다. 그의 작품 앞에서 눈을 감으면 노래가 들리는 것 같다. Y가 그를 좋아하는 것은 꼭 그 이유만은 아니다. 유재하 앨범을 대할 때와 같은 영원히 채워지지 않을 아쉬움이 있다. 그래서 그를 떠올리면 처음엔 붉고 힘찬 소의 이미지가 연상되지만 그다음엔 은지화가, 그리고 그가 제주에 머물던 비좁은 공간이 생각난다.


덕수궁에서 작품들을 보다가 '어? 이거 이중섭의 작품 아닌가?'하고 가까이 다가갔던 작품이 있었다. 그런데 작가는 '윤중식'이라고 되어 있었다. Y는 뒤통수를 긁적였다. '뭔가 비슷한데...' 미술관에서는 편견 없이 작품을 바라보고 싶어서 그 자리에서 휴대폰으로 검색을 해 보려다 꾹 참았다. 다만 작품 옆 짧은 해설을 보고, '아 둘 다 북쪽에서 내려왔다는 공통점은 있겠네.'라고만 생각했다.



윤중식은 평안남도 평양 출신으로, 그에게 돌아갈 수 없는 고향에 대한 기억을 상징하는 소재로 석양, 섬, 강, 돛단배, 비둘기, 들판 등이 반복적으로 작품에 등장한다.


비둘기 두 마리가 앉아있는 <무제>(1967년)라는 작품을 보고, 윤중식의 '선'이 Y가 좋아하는 이중섭의 '선'과 닮아도 아주 많이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윤중식의 70년대 80년대의 그림은 좀 달랐다. Y가 느끼기에 좀 더 평면적이고 양식화된 것 같았다.



이번 '향수'라는 제목의 전시는 지금까지 내가 보지 못했던 이중섭의 작품을 실물로 경험할 수 있었다는 점 만으로도 100점을 주고 싶었다. 1954년작 <현해탄>. 바다 건너에는 엄마와 아이들이, 깊고 푸른 바다를 사이에 둔 건너편엔 슬픈 웃음을 웃고 있는 아빠, 이중섭이 있다.


이중섭, <현해탄>(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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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몽상가. 브릿G에서 소설을 씁니다. 언젠가, 경주에 정착할 날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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